지난 6월 초, 매 4년마다 열리는 제15차 세계 한인 선교사 대회가 이번에는 LA 아주사대학에서 진행됐다. 아주사대학은 로스엔젤레스에서 남쪽으로 30마일 정도 떨어진 곳인데, 1899년 여성 선교사에 의하여 세워져 오늘에 이르고 있는 기독교 명문으로 "God Frist"가 철학이고 로고인 것이 인상 깊었다.
선교대회를 마치고 난 후 몇 가지 평가를 해 본다. 어떻게 바라보고 누가 평가하느냐에 따라서 상당히 다른 결과가 나올 것이다. 모두가 자기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판단의 기준이 '나'이기 때문이다. 또한 자기의 수준에 따라서 하기 때문에 객관적인 평가란 매우 어려운 작업일 것이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느끼고 모두가 말하는 몇 가지 사항을 생각해 보는 것은, 다음 대회를 준비하는 데 있어서 하나의 작은 기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다.
필자는 리더십, 내용과 행정, 재정, 동원력, 비전 제시 등으로 거시적 관점에서 간단하게 살펴볼 것이다.
1. 선교대회를 알리고 가늠하게 하는 포스터를 보면서 젊은 친구들이 하는 이야기는, 디자인 구성이 시대에 뒤처져 젊은이들을 외면하게 만들었다고 한다. 디자인이 디지털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님을 말해 준다. 꼭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유독 젊은이들의 참가가 거의 없었다는 것이 이상하다.
대회를 위하여 아무리 논의하고 준비를 하여도, 알고 생각하는 것 이상은 나갈 수가 없다. 노령화된 리더십은 이미 굳어진 사고방식과 태도로 신선함을 방해하는 것이다. 그래서 젊은 리더들을 영입하고 다양한 계층의 리더들을 포함하여야 한다. 역할이 달라져야 한다. 그리고 물은 항상 흘러가야 한다. 고여 있으면 안 된다. 30년 리더십이 동일하다면 그것은 안 될 말이다.
하나님의 나라를 생각한다면 차세대 지도자들을 키우고 그들에게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 마땅하다. 자리를 명예로 생각하면 리더십을 내려놓을 수가 없을 것이다. 자신들의 권리와 명예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다음 세대 지도자를 키우고 변화를 이루어가야 한다. 한국교회 지도자들은 이것을 너무나 못하고, 안 하는 것 같다. 하나님 나라의 개념이 없는 것이 아닐까?
2. 대회의 핵심은 역시 내용이다. 한인 세계 선교사 대회, 어떤 것은 30분으로 강의 시간이 짜인 것을 보니 어이가 없었다. 휴식도 없이 수많은 강사들을 배치하다 보니 이렇게 되었을 것이다. 많은 강사를 배치한 것은 당연히 후원 때문일 것이다. 돈을 먼저 생각하다 보니 이렇게 말도 안 되는 강의 일정이 편성된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아마 리더십의 한계가 아닐까 생각해 보는 대목이고, 욕심이 심히 잉태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내용의 구성 면에서도 4년 대회에 걸맞은 주제를 다루고 한국선교의 방향을 수정·보완하는 장이 되었어야 했는데, 리더십이 바뀌지 않는 상황에서 다 다루어 보았다고 생각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이런 부분에서는 전혀 다루지 않고 엉뚱한(?) 이야기만 늘어놓게 된 것은, 참으로 유감스러운 일이라 할 수 있겠다.
한인 선교대회에서는 더욱더 내용이 부실하다는 이야기들은 대부분 동일했다. 몇몇 선교사들이 나와서 진행하는 포럼은 주제와 내용이 가관이었다고 할까? 무슨 말을 하려는 것인지, 힘주어 떠들기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님을. 진행 방식이나 내용이 참으로 구태의연하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현장에 오래 있어서 그렇다고 말할 것인가?
전체 참석 인원이 선교사 1천 명, 한인대회는 2천 명도 안 되는 것으로 본다. 그런데 거의 같은 시기에 모 선교단체가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진행한 대회는 5년에 한 번씩 열리는 것이었는데, 이번에 6천 명이 참석하였다고 한다. 참석자들은 내용이 매우 알차다며 하나같이 자부심을 갖고 사명을 다짐하는 대회였음을 자랑하는 것을 들었다. 정밀한 작업으로 준비되었을 보면서 감탄하게 되었다. 이것이 전문성이 아닐까!
3. 홍보와 준비 부족이 역력하다. 대회를 치른 LA 지역교회의 불참과 비협조는 놀랍다. 몇몇 교회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무관심하다는 것이다. 선교대회의 동기도 설명하지 않은 상태에서 요구하는 것은 후원이고, 그래서 교회들이 부담을 느끼고 불참했다는 이야기는 이곳의 분위기를 말해 주는 것이 아닌가? 낡은 리더십이 원인이라고 생각해 볼 수 있는 부분이다.
처음 등록 과정부터 그랬다. 타원형 양철 지붕으로 된 곳에 설치된 접수실은 에어컨도 없이 만원이었다. 거의 3-4시간을 기다려서 숙소 등록을 마칠 수 있었다. 사람들이 몰려서 그렇다고 할까? 아니다. 어느 대회든 대부분 접수 시간대에 맞춰서 온다. 처음 하는 것도 아닌데, 멀리서 비행하고 와서 3-4시간을 기다리는 것은 행정 처리가 얼마나 미숙한가를 보여 주는 것이었다.
4. 진행·사회자들은 "선교사들을 존경한다" "사랑한다" "왕 같은 존재이다"라면서 칭찬인지는 몰라도 시간마다 외치지만, 사실 와 닿지가 않는다. 대접받는다는 느낌이 없다. 숙소나 음식에서 그렇고, 내용이 부족하고 준비가 안 된 것이 그것을 말해 준다.
어중이떠중이들도 많이 참석하였다. 소속도 없고 파송 기관도 없는 사람들, 이제 사역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이들이 참석하여 자칭 선교사라고 하는 듯하였다.
5. 재정 관리. 어느 대회건 보이지 않는 중요한 것은 재정 관리이다. 목적헌금을 선교사들에게 교통비로 지급하면서 "돈 받아가!"라고 마이크로 외치는 것은 성도가 함께 있는 현장에서 참으로 듣기에 불쾌하고 민망하고 천박하였다고 할까? 헌금에 대한 인식이 그렇고, 또한 대회를 마치는 시점에 성도에게 헌금을 강요하는 것도 보기에 좋지가 않았다.
6. 회고와 전망이나 비전 제시는 거의 없었다. 좋은 말은 많이 들었다. 말 잘한다는 생각도 들고, 어떤 때는 재미도 있었다. 그러나 우리는 그런 정도의 이야기를 들으러 온 것이 아니다. 정작 선교사들에게 필요한 내용이나 한국선교가 나아갈 방향이나 한국교회가 내일의 시대를 어떻게 준비할 것인지 분석하고 세계 선교의 전망과 상황을 효과적으로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지 못하였다. 오늘의 선교 현장의 사역을 설명하는 일반적인 것은 있었지만.
결론적으로 리더십의 보완과 교체도 필요하고, 진행 방식이나 대회 운영이 병적인 숫자놀음이나 돈놀음에서 벗어나야 하고, 정예 멤버들을 중심으로 훈련과 분석의 기회가 되어야 함을 생각한다. 이렇게 귀한 시간을 들여서 참석하는 이들에게 매우 실망스러운 마음으로 돌아가게 하는 것은 모두에게 손해다. 시간과 재정과 열정의 낭비다.
생각이 다르고, 개성이 강하고, 모두가 지도자인 선교사들에게 다 만족시킬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공통의 부문에서 만족함을 이끌어 내야 한다. 이것은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조정하는 것이 준비하는 과정이다. 이러한 과정이 없이 몇몇 리더들이 머리를 짜내어 진행하면 한계 상황에 도달할 수밖에 없다.
리더들은 매우 분주하게 움직이고 이리저리 뛰면서 노력하였을 것이다. 그러나 목표와 방향이 분명하지 않으면, 바쁘기는 하지만 헛발질이 되는 것이다.
오랜만에 많은 흩어진 선교사들을 한자리에서 만나 대화하면서 사역과 정보와 삶의 이야기를 주고받는 대회는, 매우 중요하고 감동적임에 틀림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대회를 보면서 다음에 참석할 가치가 있다면 무엇 때문일지를 생각해 본다. 이 정도 수준으로 4년마다 세계 선교 대회를 치른다는 것은 좀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도 한다. 한국선교의 수준과 비슷함을 느낀다.
어쩌면 좀 냉정하게 평가하여, 수고하신 분들에게 죄송하게 생각한다. 많은 기자들이 선교대회 평가를 형식적으로 보도하면서 인원 동원이 성공적이고, 내용이 풍성하고 좋았고, 선언문을 낭독하고 재충전의 기회였다는 소리를 하면서 무난한 대회였다고 식상한 이야기를 하지만, 처음 참석한 24년차 선교사의 눈에 비친 모습은 미래선교의 주역도, 현대선교의 변화를 꾀할 내용도, 인상 깊은 내용도 무엇이 있었나를 곰곰이 생각하게 한다.
현장의 소리, 세르게이(러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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