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일웅 칼럼] 코메니우스는 또한 철학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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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웅 박사.

▲정일웅 박사.

3) 코메니우스는 또한 철학자였다

코메니우스는 기독교 철학자였다. 이러한 모습은 벌써 1642년 화란의 라이덴에서 그의 친구들(Hartlieb und Durry)의 주선으로 근세 철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데카르트를 만나 그와 대화한 사건에서 나타난다. 인간의 이성을 인식과 가치 판단의 척도로만 절대화하려는 데카르트의 인식론에 코메니우스는 그 문제성이 무엇인지를 잘 지적해 주었던 것이다. 그리고 타락한 인간이성이 지닌 오류와 끊임없는 실수 때문에 인식의 절대 기준으로써 이성 사용은 언제나 하나님에 대한 신앙을 전제한 조화 가운데서 이루어지지 않고는 매우 위험스러운 것임을 또한 주장하였다.

이러한 코메니우스의 기독교적 인식은 그의 '범지혜'(Pansophia)와 "빛의 길"(Via Lucis)이란 책에서 그 철학적 깊이를 더해 주고 있다. 그리고 '범지혜론'은 코메니우스의 기독교적 인식과 철학적 작업에서 찾아낸 교육신학적이며 교육철학적인 핵심적인 사상이다. 그리고 코메니우스는 이러한 개념을 머리에서 짜낸 것이 아니라, 바로 성경에서 찾아내었다(마28:19-20;골1:28). 그리고 범지혜사상은 이미 1638년에 작성한 '범지혜의 전주'(Prodro- mus pansophiae)란 글에서 거론하기 시작했으며, 영국에 체류하는 기간에 인쇄했던 "빛의 길"에 다시 제시하게 되었다. 그것은 후에 영국 왕 찰스 2세가 1662년 '왕립학술원'(The Royal Society)을 설립하여 자연과학의 연구를 독려할 때, 그러한 연구기관의 설립을 축하하면서 그곳에 모인 자연과학자들에게 헌정한 글과 함께 다시 1668년 암스테르담에서 출간하였고, 그 책을 왕립학술원에 모인 베이컨의 제자들에게로 보냈던 것이다.

코메니우스는 이 글에서 그의 범지혜에 근거한 자연탐구의 중요성과 학교교육의 사명, 그리고 과학자들의 사명이 무엇인지를 일깨우고 있다. 그러나 그 글에는 베이컨(F.Bacon)이 제시한 귀납적 방법의 한계와 "아는 것이 힘"이라는 명제가 초래할 문제성에 대하여 잘 지적해 주었다. 그리고 유럽의 소장 학자들에게 만연된 데카르트적 사고방식, 즉 이성 사용의 절대적인 가치 기준에 대하여 그는 "엘리아의 경고"란 글에서 벌써 "철학의 암적 종양"(Krebsgeschwuehr der Philosophie)과 같은 것이라고 비판했던 것이다. 이와 같이 17세기에 유명했던 철학자들과의 대화를 통해서 그들의 인식론의 문제를 과감하게 지적하고 비판했던 것은 오늘날 그를 철학자(사상가)로 보게 하는 중요한 근거들이라 할 것이다. 물론 그 시대에 지성인들은 코메니우스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기보다는 데카르트(R.Descar- tes)와 베이컨(F.Bacon)의 인식론에 더 관심을 기울이고 있었다.

신학자이며, 교육자요, 철학자인 코메니우스는 70순의 후반을 넘어선 연로한 나이에도 불구하고 끊임없는 저술활동을 지속하였으며, 1668년에 '필요한 한 가지'(Unum necce- sarium)란 책을 출판한다. 이 책은 코메니우스 자신의 인생 회고록과 같은 것이었다. 그 내용은 눅 10:38-42의 말씀을 근거로, 종교의 자유를 얻지 못하고 조국을 잃고 구라파를 배회하던 자신의 삶이 많은 일로 근심 가운데 살았던 마르다의 모습이었음을 고백하고, 이제라도 주님의 발 아래 겸손히 주의 말씀에 귀를 기울이는 마리아의 삶의 태도를 본받겠다는 것을 술회한 것이다.

코메니우스의 인생 여정을 살펴보면 그는 참으로 고난과 시련의 연속적인 삶을 살아온 비극적인 인물임을 알게 된다. 벌써 1621년 스페인군대의 모라비아 지역 침공으로 그는 피신해야 했는데, 당시에 유행하던 흑사병으로 1622년 아내와 두 아들을 잃는다. 참으로 비통한 상태에서도 그는 한 권의 위로서를 쓰는데, 그것이 '세상의 미로와 마음의 낙원'(Die Labyrinth der Welt und das Paradies des Herzens)이다. 이 책은 코메니우스가 암스테르담에 체류할 때 1663년 약간 수정하여 다시 출판하였다. 그리고 이 책은 38년 후에 영국의 존 버니언에 의하여 출판된 "천로역정"의 구상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본다. 그리고 두 번째 아내도 1648년 폴란드 리사로 다시 피신하는 여로에 과로로 병들어 죽게 된다. 이토록 쓰라린 시련과 고난의 인생 여정 속에서도 코메니우스는 결코 좌절하거나 낙망하며 포기하는 삶이 아니라, 오직 하나님의 섭리를 따라 그리스도를 통한 구원의 역사와 그의 나라의 책임에 굳건한 믿음과 모든 지혜로 헌신하며 모든 시련을 이겨낸 위대한 신앙적인 인물이요, 하나님이 그 시대에 그의 나라의 일에 크게 사용하신 17세기의 기독교의 훌륭한 지도자였다는 점이다. <계속>

*크리스천투데이는 본지 편집고문인 정일웅 박사(한국코메니우스연구소 소장, 전 총신대 총장)의 논문 '코메니우스의 교육신학사상의 현대적 의미'를 저자인 정 박사의 동의를 얻어 매주 금요일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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