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념은 피보다 진하지 않다, 영화 <인천상륙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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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진의 기호와 해석 10] 신파극? 단순 선악 구도? ‘저평가’에 답하다

이정재, 이범수, 정준호, 진세연 등이 출연하고 할리우드 명배우 리암 니슨이 맥아더 장군으로 분해 관심을 모은 영화 <인천상륙작전>이, 평론가들의 ‘악평’에도 불구하고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습니다. 최근에는 북한에서 이 영화를 ‘버릇없는 수작’이라고 비난하고 나섰는데요, 이영진 교수님이 이 ‘화제작’에 대해 간단한 ‘코멘트’를 해 주셨습니다. -편집자 주

그 동안 '기록영화'에 대한 비평에는 잘 참여하지 않아 왔으나, 이 영화 <인천상륙작전>에 대한 언론과 평가단의 평가가 놀라울 정도로 저평가 일색인 것을 보고 의아한 마음에 몇 자 적게 되었다. 이 글은 기호와 해석이라기보다는 <인천상륙작전>에 관한 그들 대부분의 평가에서 공통적으로 언급된 주요 문제제기에 대해 답변하는 형식으로 간략하게 정리한 글이다(비록 제작사나 감독은 아니지만).

우선 평론들을 추려서 열거하면 다음과 같다.

역사성에 관하여: 본래 서사(storytelling)라고 하는 것은 사실들의 조합을 엮어나가기도 하고, 반대로 사실들을 해체시켜나가기도 하면서 전개하기 마련이다. 그것이 얼마나 사실과 같은지를 따지는 것은 서사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사실이 중요한 게 아니라, 그 서사가 전달하는 '진실'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선과 악의 구도에 관하여: 정통 작시기술(ποιητικῆς)에 따르면, 비극의 기본 구조는 선과 악의 구조로 되어 있는 법이다. 그것은 <인천상륙작전>뿐 아니라, 심지어 <웰컴투 동막골>에서도 생략되지 않았던 구도다. 왜냐하면 이 구조가 사라지면 극(story)이 성립되지 않기 때문에.

문제는 선악의 존재/부재가 아니라, '자기가 선호하는' 선과 악의 주체 문제였을 것이다. 그러나 그와 같은 작시기술에 따르면 악(인)이라는 것은 오로지 하나, 그것은 살인자, 도둑... 이 아니라 그 본질에서 이탈된 모든 존재를 일컫는다. "이념이 피보다 진하다"는 공산주의 사상은 당연 본질에서 이탈한 악마인 것이다.

신파극에 관하여: 장학수(이정재)는 그 시절 이념의 중간계에서 피의 관계로 돌이킨 모든 전향자를 표상하므로, 그에 관한 세부 묘사는 잘못된 작시가 아니다. 또한 전멸한 진지에 홀로 살아남은 소년병이 맥아더를 만나자 "철수하라는 명령을 못 받아 남아 있다"며 끝까지 싸울테니 "총과 실탄을 달라"는 묘사 역시 전장에서 무수히 죽어간 우리의 소년병을 대표하기에 결코 그릇된 작시가 아니다.

특히나, '노예와 주인'의 관계가 꼭 공산당의 권능이 아니고서도 얼마든지 파괴될 수 있다는 진실을 보여준 플롯은 대단히 훌륭한 플롯이다. 신파는 나쁜 방법이라고 생각하는 편견이 도리어 그릇된 것이다.

휴머니스트로 등장하는 맥아더에 관하여: 맥아더는 그 자신의 정치적 이해관계의 팩트와는 상관 없이, 대한민국 입장에서 볼 때는 국시(國是)인 자유 존립에 관한한 전쟁의 신/구세주였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이 또한 그 시절 자유라는 단일 기치로 우릴 도왔던 모든 이방인의 표상이므로 잘못된 것이 아니다). 수많은 병력을 움직일 수 있었던 것은 그의 권세로 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를 악인 내지 광인으로 보는 부류는 딱 둘일 것이다. 본토 미국에서 그의 정적인 백인들, 그리고 북 내지는 북을 추종하는 세력.

▲장학수(이정재)의 실존인물로 알려진 임병래 중위.

▲장학수(이정재)의 실존인물로 알려진 임병래 중위.

흐름의 빠름에 대하여: 자고로 아리스토텔레스는 말하기를 "플롯은 비극의 영혼이고, 그래서 잘 된 비극은 플롯으로 말하는 것이며, 그 플롯은 시작과 중간과 끝으로 구성돼야 한다"고 했다. 이 영화는 설명을 제한하고 빠른 비트로 플롯을 '팍팍팍' 차고 나간다는 점에서 우려와는 달리 잘 된 영화다. 왜냐하면 그렇게 속도가 빨라지는 바람에 '이정재'나 '이범수'나 '정준호'에 대해 감상할 겨를도 없이, 그 생김새도 알 수 없는 어떤 역사적 인물에게로 곧바로 집적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기 때문이다.

별점(5개 만점): ★★★★☆
한 줄 평: "이념은 피보다 진하지 않다"는 사실을 깨우치는 영화

/이영진

호서대학교 평생교육원 신학 전공 주임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필자는 다양한 인문학 지평 간의 융합 속에서 각 분야를 자유롭게 넘나들면서도 매우 보수적인 성서 테제들을 유지하여 혼합주의에 배타적인 입장을 견지한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융·복합이나 통섭과는 차별화된 연구를 지향하는 신학자다. 최근 저서로는 <철학과 신학의 몽타주(홍성사)>, <자본적 교회(대장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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