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일웅 칼럼] 코메니우스와 형제연합교회의 3가지 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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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웅 박사

▲정일웅 박사

3) 형제연합교회의 목회철학의 정신이 시사(示唆)하는 점

코메니우스는 1648년 베스트팔리아 평화조약이 체결된 후, 30년 종교전쟁은 끝났지만, 유감스럽게도 그렇게 원하고 기다리던 보헤미아형제연합교회의 종교자유는 보장되지 않았다. 그리고 형제연합교회를 이끌었던 3번째 감독으로서 코메니우스는 교회를 해산해야 하는 위기에 직면하게 된다. 그는 '죽어가는 어머니인 형제연합교회의 유언'(1650년)이란 글을 남기면서, 형제연합교회가 역사적으로 가장 성경적이며, 복음적인 것으로 간직했던 귀중한 신앙의 보화로서의 3가지 정신을 유산으로 남기게 되었다. 그것은 하나님의 참된 진리에 대한 사랑이며, 교회의 훈육에 관한 것이며, 교회의 연합정신이었다.  

코메니우스는 그의 형제들에게 이 3가지 신앙유산을 상기시키면서, 그것을 확고히 붙들고 그 정신으로 어느 교회든지 속하여 신상생활을 지속하기를 권고하였다. 그리고 이 세 가지 신앙정신은 다른 교회의 형제들, 즉 루터파와 칼빈파와 심지어 로마가톨릭교회의 형제들에게까지 나누어서 신앙유산이 되기를 희망하였던 것이다.   
필자는 이러한 코메니우스의 생각에 동감하며, 형제연합교회가 보여준 3가지 신앙유산은 오늘 우리시대에, 전 세계의 프로테스탄트교회가 이어가야 할 신앙실천의 정신으로 판단하며, 특히 한국교회의 왜곡된 목회관을 바로 잡아 줄 수 있는 교육신학적인 시사점이라고 생각한다.  

(1) 하나님의 참된 진리에 대한 사랑

코메니우스가 말한 '하나님의 참된 진리에 대한 사랑'은 보헤미아민족에게 그 정신을 심어준 종교개혁의 선구자, 요한 후스를 생각하였고, 형제연합교회가 가진 그들의 영적인 유산은 바로 후스에게서 물려받은 것임을 전제하였다. 그것이 바로 진리에 대한 사랑이었다. 코메니우스는 무엇보다도 로마가톨릭교회를 프로테스탄트교회들의 어머니로 이해하였다. 하지만 그 교회는 자기 자녀의 피를 빨아먹는 호랑이이자, 계모로 변했다는 것을 비유적으로 비판하면서, 하나님의 진리를 버리고, 우상을 쫓았기에 그의 자녀들은 그 교회와 투쟁할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을 밝히면서, 하나님께로 다시 돌아올 것을 강력히 촉구하였다. 그리고 코메니우스는 로마가톨릭교회를 부정한 아내로 비유하였다. 물론 오늘날 프로테스탄트의 교회들이 이러한 정신에서 떠났다고 말한다면, 우리 모두 쉽게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한국교회가 지금 가난에서 탈출하여 산업화를 이루어낸 우리 사회의 물질적인 풍요의 시대를 맞이하면서, 하나님의 참된 진리에 대한 사랑이 식어지며, 영적인 능력을 상실해 가고 있는 이때에 형제연합교회가 지녔던 신앙유산의 첫 번째는 역시 한국교회에 시사(示唆)하는 바가 크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그것은 말씀과 진리에로 돌아가는 길이다. 그리고 그것을 통하여 나타난 복음의 진리를 사랑하고, 그 진리를 위하여 모든 것을 배설물로 여길 줄 아는 정신을 회복할 때, 한국교회는 다시 일어설 수 있을 것이며 새로운 수적성장이 아니라, 질적인 놀라운 성장을 경험하게 되리라고 확신한다.   

(2) 교회훈육에 관한 정신이다.

이것은 그리스도의 사랑에 대한 응답으로써 사랑의 계명에 대한 철저한 순종을 뜻하는 것이었다. 코메니우스는 신앙이 죽지 않고, 세상에서 영향력을 드러내며, 살아 있게 하려면, 하나님의 자녀들에게 반드시 신앙의 훈육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식하였다. 그 이유는 훈육이야말로 그리스도가 이룬 구원의 사역을 효과 있게 작용하도록 도움을 주는 중요한 수단으로 이해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훈육의 필요성문제는 오래전에 루터파 교회와의 대화에서 신학적인 중요한 쟁점의 주제이기도 하였다. 코메니우스는 그리스도를 따르지 않으면서 그리스도를 안다고 하는 것은 거짓으로 규정하고, 사랑의 법을 지키지 않고, 믿음으로 얻게 되는 구원의 은혜만을 생각하는 칭의론은 복음의 가치를 남용하는 일이며, 속이는 것과 같다고 하였다(95쪽). 코메니우스는 이와 같이 루터의 이신칭의가 남용되는 위험성을 경고하며, 사랑의 실천으로 이끄는 훈육을 실천하도록 루터파 교회를 향하여 권고하였다. 그리고 코메니우스는 칭의론의 항목에 지금보다 더 많은 규정과 더 질서정연한 훈육을 지침으로 넣어 교회는 성도들을 더 많이 훈육하기를 또한 권고 하였다.

코메니우스는 교회훈육을 강조하는 형제연합교회의 정신이 칼빈파 교회와 일치하고 있음에 대하여 감사하였다. 즉 코메니우스는 스위스 헬베틱교회의 형제들은 '질서와 훈육을 사랑하는 자들'이라고 명명하면서 칭찬하였던 것이다. 그러면서도 칼빈파교회의 잘못에 대해서도 지적하게 되는데, 그것은 칼빈주의자들이 하나님의 비밀의 경륜이 속한 것들을 너무 많이 추측하여 거론함으로써 불필요한 신앙의 논쟁을 불러일으켜, 재세례파와 소치니언파와 알미니안파 등 여러 해충들이 생겨나도록 하는 책임이 있음을 비판하였다. 그 때문에 칼빈파 교회를 향해서 그리스도의 복음은 좀 더 단순하고, 덜 사변적이 되도록 하고, 하나님과 그의 깊은 비밀의 경륜에 대해서는 좀 더 겸손히 말할 것을 주문하였던 것이다(96쪽). 그러나 곧 해산되는 그의 형제연합교회의 형제들에게는 칼빈파교회에서 신앙생활을 하도라도 이러한 훈육의 정신을 잘 준수하기를 희망하였다.

코메니우스의 이러한 교회훈육에 대한 강조는 오늘날 한국교회가 교회의 훈육과 권징을 상실하고 있는 상황에 매우 중요하고 적절한 교회의 특성의 회복을 위한 기회로 여겨진다. 형제연합교회가 보여준 교회의 훈육은 교회의 권징과 함께 회복되어야 할 중요한 목회정신임을 생각하게 된다.    

(3)교회연합에 관한 정신

코메니우스의 형제연합교회(Unitas fratrum)는 그 이름 자체가 뜻하고 있는 대로 전 우주적으로 하나인 그리스도의 교회의 한 지체(肢體)로서의 의미를 전제하고 있었다. 그 이유는 그리스도의 교회는 지상에 흩어져 있는 지 교회들이 그리스도를 머리로 하여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각각의 교회는 그리스도의 몸에 달린 여러 지체로서 믿음과 사랑 안에서 하나로 연합된 그리스도의 한 교회라는 사상은 코메니우스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교회론의 의미였다. 그리고 코메니우스는 형제연합교회의 이러한 정신에서 자랐던 것이다. 그리고 루터파와 칼빈파 교회는 형제연합교회의 자매교회로 이해하였고, 언제든지 그 어떤 상황에서도 교회는 흩어지지만, 무너지지 않으며,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라는 연합의 정신을 견지해 왔던 것이다.   

이러한 형제연합교회가 보여준 교회론의 이해를 비롯하여, 연합의 정신은 심각한 분열과 분파 가운데 있는 한국교회에 시사(示唆)하는 바가 참으로 크다 할 것이다. 그리고 그동안 지나친 교파분열과 개별교회의 경쟁적인 목회활동으로 인하여 하나 됨의 공동체성을 상실하고, 기독교신앙의 정체성마저 통일성과 표준을 상실한 채, 이단적 시비를 경험하고 있는 한국교회를 생각하면, 보헤미아의 형제연합교회가 보여준 교회의 연합정신은 새로운 교회론 이해에 도전이 아닐 수 없다고 생각한다. 더욱이 30년 종교전쟁을 종식한 베스트팔리아 평화조약에서 형제연합교회는 종교의 자유를 보장받지 못하여 마침내 교회를 해산해야 하는 위기 가운데서도 형제연합의 정신을 잃지 아니하고, 그의 형제연합교회의 성도들에게 그 정신을 상기시킬 뿐 아니라, 전 프로테스탄트 교회와 로마가톨릭교회까지도 경종을 울리는 코메니우스의 연합정신은 귀감이 된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계속>

*크리스천투데이는 본지 편집고문인 정일웅 박사(한국코메니우스연구소 소장, 전 총신대 총장)의 논문 '코메니우스의 교육신학사상의 현대적 의미'를 저자인 정 박사의 동의를 얻어 매주 금요일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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