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태 칼럼] 최순실 씨 게이트를 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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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태 목사(성천교회 담임).

▲김병태 목사(성천교회 담임).

최근 가는 곳마다 최순실 게이트 이야기로 세상이 시끄럽다. 신문을 들어도, 인터넷을 켜도, 텔레비전 뉴스를 할 때마다. 이제는 짜증이 나고 듣기 싫을 정도다.

정직하고 성실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바보처럼 여겨지는 세상이다. 편법을 하고 불법을 해야 살아갈 수 있는 것처럼 현혹되기 십상이다. 왜 이 지경이 되었는지 가슴이 아프다. 권력누수 현상이 이다지도 깊었던 걸까? 돈에 대한 탐심이 사태를 이 지경까지 몰아온 걸까?

세상 모든 조직에는 직책이 있고, 그에 따른 권력의 힘이 뒤따른다. 정당하게 사용된 권력은 조직의 질서를 유지하고 더 건강한 조직으로 성장 발전시키는 근원이다. 그런데 권력이 남용되어지는 게 문제다. 다른 모든 조직이 그래왔지만, 우리 정치사는 권력의 남용으로 인한 비리가 늘 불거져 왔다.

개인적으로 나는 이번 정부는 그렇지 않을 거라 믿었다. 여성 대통령에다, 책임져야 할 자녀도 없으니. 그래서 다른 것은 몰라도 권력 비리는 어느 정도 안심했다. 전혀 없을 수는 없겠지만. 그런데 뜻밖의 복병이 숨겨져 있었다. 최태민에 이어 최순실 부녀(父女)라는 복병이. 하루를 지날 때마다 드러나는 그들의 비리가 사람들의 심장을 깜짝 깜짝 놀라게 만든다. 이래도 되는 건지 의아할 정도로.

권력의 힘이라는 게 이렇게 대단하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예수님은 세상 지도자들이 권력을 휘두르는 것을 경계하셨지만, 권력의 힘을 빌어 마구 휘두르는 '또 다른 권력'이 사회를 이렇게 까지 병들게 하고 있는 현실이다.

가족이 아니면, 주변 측근들이 휘두르는 권력 비리들! 그래서 이런 저런 주장들도 있지만, 우리 사회에 김영란 법이 필요한지도 모르겠다. 윗사람들과 권력 상층부는 빠져나가는 김영란 법이 아닌, 정직한 김영란 법이. 권력의 힘이 또 다른 사회 비리를 양산하지 않는 그런 사회를 위해.

권력의 횡포를 보면서 예수님을 묵상해 본다. 하늘의 모든 권세와 영광을 가지셨던 분이 어떻게 사람의 모양으로, 사람의 종이 되어 섬기는 삶을 살 수 있었을까? 겟세마네 동산에서 밤새워 기도하던 예수님이 가룟 유다가 로마 병사들을 몰고 왔을 때 하늘의 천군천사들을 동원해서, 아니 예수님의 말씀 한 마디면 원수들을 그 자리에 꼬꾸라뜨릴 수 있는데 왜 아무런 저항도 없이 잡히셔서 심문을 당하고 고초를 당하셨을까? 베드로처럼 칼을 꺼내서 저항이라도 하시지. 예수님은 자신이 주장할 수 있는 권리를 모두 포기하셨던 게다.

권력이라는 단어를 생각하니 사도 바울의 외침이 생각난다. 바울은 자신의 사도권을 의심하는 고린도 교회 성도들에게 자신이 참 사도인 것을 변호하고 논증했다. 바울은 고린도 교회 성도들에게 묻는다. '먹고 마실 권한이 없겠느냐?, 아내를 데리고 다닐 권리가 없겠느냐? 일하지 않을 권리가 없겠느냐?' '누가 자기 비용으로 군 복무를 하겠느냐? 누가 포도를 심고 그 열매를 먹지 않겠느냐? 누가 양떼를 기르고 그 양 떼의 젖을 먹지 않겠느냐?(고전 9:4-7)'

누구나 금방 대답할 수 있는 질문이다. 당연이 고생하고 수고했으면 그 수고의 대가를 누릴 수 있다. 누리지 못하는 사람을 보면서 사람들은 비난한다. 바보 멍청이라고. 바울도 사도로서 수고 하고 애썼으니 얼마든지 사도로서 특권을 누릴 수가 있다. 그러나 바울은 그 권리를 쓰지 않았다고 말한다. 스스로 누릴 수 있는 권리와 특권을 포기한 게다. 왜? 복음이 전파 되는 데 장애가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런 마음과 정신만 가진다면 최순실 씨 게이트와 같은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텐데. 너무 아쉬운 일이다.

고래로부터 그래왔지만, 돈은 사람들의 구미를 끌어당기는 것 같다. 돈이 없으면 사람 구실을 제대로 하지 못할 때가 많다. 그래서 돈이 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돈은 성경이 말하는 것처럼, 일만 악의 뿌리가 될 수 있다. 돈의 횡포성이 인간 안에 도사리고 있는 탐욕과 함께 어우러질 때는 더구나 그렇다.

돈에 대한 유혹을 누가 뿌리칠 수 있을까? 돈에 대한 탐심을 누가 거절할 용기가 있을까? 한두 번 하다 보니 나중에는 아예 개념조차 사라져 버린다. 아예 양심의 마비 증세까지 보일 정도로! 성경의 지적처럼 화인 맞은 양심으로!

최순실 게이트를 보면서 권력과 돈의 횡포를 실감나게 들여다 본다. 얼굴에 수건을 뒤집어쓰고 나오는 최순실을 보고 이런저런 말들을 하지만, 사실 우리 안에도 비슷한 얼굴이 숨겨져 있지 않는가? 저 정도로 해 먹을 수는 없지만, 권력에 빌붙으려는 유혹은 다분하다. 일이 있을 때마다 힘 있는 사람을 찾아서 해결하려고 하고, 사건이 벌어질 때면 사돈에 팔촌까지라도 공권력을 동원하려 하지 않는가?

돈이라고 하면 하나님께 예배하는 것도 포기할 수 있고, 정직과 투명이라는 단어를 보자기에 감싸 두고 싶은 우리의 마음이 아닌가? 적당하게 탈세도 하고, 남들이 보지 않고, 알지 못하는 선에서 정직하지 못한 돈을 호주머니로 챙겨 넣지 않는가? 그래서 크고 작은 리베이트도 나오지 않는가?

야권에서는 쌍심지를 켜고 대통령을 몰아붙이고 있지만, 사실 본인들은 깨끗할까? 그들을 털면 먼지가 나오지 않을까? 아마 비슷한 수준급이라 여겨진다. 단지 내 눈 속에 있는 들보를 숨기고, 남의 눈 속에 있는 티를 찾는데 혈안 되어 있을 뿐이다. 정치적인 유익을 챙기기 위해. 아니면 바른 세상, 정의라는 명목으로.

이번 사태를 보면서 우리에게 소중한 게 있다고 생각한다. 이번 사태를 '자신을 들여다보는 거울'로 삼아야 한다는 게다. 나 자신이 이런 과오를 저지르지 않도록 자신을 채찍질해야 한다. 정치꾼들이. 한국교회도. 목사인 나도.

어디 그뿐이겠는가? 느헤미야처럼 바로 나의 죄이고, 공동체의 책임으로 안고 통곡하고 회개해야 한다. 다윗이 시편 6편에서 눈물로 밤을 지새우며 울어 침대를 띄우고 침상을 적시던 것처럼.

더구나 최순실의 비리를 뒤지면서 기독교 용어들도 속출하고 있는 형편이어서 얼굴이 뜨겁다. '목사, 교회, 대한구국선교단' 등. 최순실 씨가 20년 동안 강남에 있는 세 교회에 출석했다는 것 자체가. 그래서 신앙의 허실을 보게 된다.

이쯤에서 우리는 교회의 신앙훈련에 대한 점검을 해야 하고, 기복적인 우리의 신앙과 이원론적인 신앙생활도 성찰해야 한다.

힘들 때, 어려울 때를 조심하고 경계해야 한다. 많은 사람들의 분석에 의하면, 박근혜 대통령이 젊은 시절 어머니의 충격적인 죽음, 뒤이어 아버지의 뼈아픈 죽음으로 인한 트라우마가 불행의 씨로 자리잡았다고 한다. 세상과 사람을 믿을 수 없을 때 깊은 신뢰를 주었던 최태민과 최순실 부녀, 그들과 맺었던 40년에 가까운 인연이 결국 권력과 돈의 횡포에 휘말리게 만든 게다.

그렇다면 우리도 예외가 될 수는 없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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