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태 칼럼] 미국 대선을 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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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태 목사(성천교회 담임).

▲김병태 목사(성천교회 담임).

말도 많고 탈도 많던 미국의 대통령 선거가 끝났다. 억만장자 부동산 재벌이자 워싱턴 정치와 무관한 정치 이단자요, 아웃사이더인 도널드 트럼프가 45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그야말로 대이변이 연출된 셈이다.

후폭풍이 거세게 불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이미 끝난 선거가 아니던가. 혼란과 분열만 초래될 뿐이다. 하루 속히 수습과 화합 방안으로 나가야 하지 않을까? 그게 바로 인생이 아니던가. 도출된 결과를 겸손하게 받아들이는 것.

미국의 대선은 우리나라도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가 걸어야 할 행보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그렇다. 한·미 동맹의 재조정을 운운하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전면 재협상을 천명하고, 한국의 방위비 부담을 증액시키려 하니, 한반도의 국제정세와 국내 경제에 큰 충격파를 던질 수 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우려했다. '도널드 트럼프가 되면 큰일 난다'고. 그러나 현실로 나타난 건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의 승리로 마무리되었다.

인생은 그렇다. 내가 생각하는 대로, 내가 원하는 대로 그렇게 순조롭게 순항하는 건 아니다. 생각지도 않은 의외의 변수가 돌발적으로 나타나고, 예상치도 않은 복병이 일어나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상황에 대한 분별력이 필요하고, 도출된 결과에 대한 지혜롭고 분별력 있는 대응이 요구된다. 그게 세상살이다.

사실 트럼프와 힐러리의 경합은 박빙이었다. 누구도 섣불리 점칠 수 없을 정도로 막상막하였다. 올라갔다 내려가기를 거듭했다. 이렇게 접전을 펼치다 보니 당사자들은 더 불안하고 다급해졌다.

그래서 서로를 진흙탕 속으로 밀어넣고, 스스로 뛰어 들어가기를 반복했다. 온갖 흑색비방이 난무했다. 온갖 방법을 동원하여 상대방의 치부를 드러냈다. '세상에 민주주의가 가장 발전된 나라에서 이런 일들이 일어날 수 있는가' 싶을 정도로. 사람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주었다.

그러나 그럴 수 있는 게 이 세상이다. 거짓의 영인 사탄이 활동하고 있는 세상이니까. 어둠의 영이 정치와 문화, 경제 등 이 세상의 구석구석에 음흉한 손길을 뻗치고 있으니까. 인간 안에 있는 주체되지 않는 탐욕은 온갖 더럽고 추한 마음과 행동까지 서슴지 않고 조장한다. 자기 이권에 위해가 된다면 무슨 일이든 한다. 체면과 명예를 손상시키면 앞뒤를 재지 않고 행동한다.

양반이라고? 상놈과 다를 바가 뭔가? 배운 사람이라고? 무식한 사람과 별반 다른가? 믿는 사람이라고? 아쉽게도 별반 차이를 발견할 수 없는 게 세상이다.

선거 과정에서 도널드 트럼프는 거칠고 험한 말들을 거침없이 내뱉었다. 사람들의 마음과 감정을 자극하는 말들도 서슴지 않았다. 불법 이민자를 추방한다, 무슬림들의 입국을 금지한다, 한국을 위시한 아시아에 있는 나라들이 국방비를 자신들이 부담하게 하겠다는 등등. 인종 차별적인 발언, 성차별적인 말들을 거르지 않고 내뱉었다. '한 나라의 대통령 후보로 나설 사람이 저래도 되는가' 싶을 정도였다.

그런데 결과는 예상 밖이었다. '저 사람이 되면 안 된다'고 했던 사람이 당선되었다. 사실 정통성 있는 언론들은 민주당 후보인 힐러리의 승리를 전망했다. 출구조사에서도 힐러리가 당선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생각지도 않은 결과가 나왔다. 트럼프가 백악관의 주인이 되었다.

힐러리 클린턴은 미국 첫 여성 대통령에 도전했다. 거의 실현될 꿈처럼 보였다. 그러나 워싱턴 정치의 변화를 요구하는 민심 앞에 무릎을 꿇고 말았다.

앞으로 트럼프의 백악관 장악이 과연 어떤 파장을 일으킬 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그는 고립주의, 보호무역을 주창하는 사람이다. 그의 생각은 다분히 미국 제일주의로 일색되어 있다. 이게 무엇인가? 미국인들의 절박한 심정을 대변한 것이다. 세계적인 경제침체의 늪에서 미국도 예외는 아니다. 실직과 경기 불황의 늪에서 '나부터 살자'는 게다. 이웃 나라를 생각하다 내가 굶어죽겠다는 게다. 세계를 향한 미국의 책임과 의무보다 당장 당면한 국내 불안의 여지를 일소해야 한다는 게다.

어쩌면 이것이 세계를 품는 오바마 정부를 향한 미국인들의 심리적 역동성을 반영한 것일까? 미국의 현실과 침체된 경제에 대한 갈망의 표출일까? 아니면 미국인들의 실용주의 정신의 결과일까? 실용주의 사조를 가진 그들은 전에도 대통령의 윤리보다 정치 수행능력을 선택한 경험이 있으니까. 그것도 아니라면 인간 안에 있는 근본적인 이기심과 자기중심성의 발로일까? 하여튼 미국은 그 길을 선택했다.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가 민주당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을 꺾고 미국 45대 대통령에 당선된 또 다른 요인이 있다. 그것은 미국의 복음주의 기독교의 표심을 얻은 것이다. 미국은 청교도 정신에서 출발한 기독교 국가이다. 작금에 기독교 정신이 흔들리는 형국이지만, 그래도 저변 깊숙이 뿌리박고 있는 기독교정신과 문화는 무시할 수 없다.

선거 과정에서 트럼프는 거침없는 막말로 대통령 자격에 대한 시비도 나왔다. 여성 비하와 성추문에 대한 의혹도 제기되었다. 그게 윤리를 강조하는 복음주의 기독교인들의 반발을 불러 일으키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동성연애를 비난하고 무슬림의 입국을 적극 저항하는 발언을 쏟아 부었다. 그의 개인적인 성향과 어울리지 않는 발언들이다.

여기에는 이유가 있다. 미국 민주당 정권은 자유주의 성향을 갖고 있다. 진화론을 주창한다. 동성애에 대해 관대한 편이다. 그러나 공화당은 창조론에 바탕을 두고 있다. 동성애를 적극 반대하는 보수적 신학에 바탕을 두고 있다.

힐러리 대신 트럼프를 선택한 이유는 그들이 몸을 담고 있는 정당이 갖고 있는 신학적인 바탕이 표심을 흔든 것이다. 미국의 보수주의 기독교와 복음주의 기독교인은 자유주의 신학을 가진 민주당보다 보수적인 신학을 가진 공화당을 선택한 것이다.

그렇다면 트럼프 정부에 기대할 바가 있지 않을까? 동성애가 합법화 되어가는 미국 사회에 앞으로 새로운 바람이 불어오는 건 아닐지? 무슬림이 확산되어 가는 세계적인 종교의 추세에 무엇인가 새로운 변화가 일어나는 건 아닐지? 좀 더 주시해 봐야 할 일이다.

한편 트럼프가 힐러리를 누르고 대이변을 일으킬 수 있었던 아주 중대한 요인이 숨겨져 있다. 미국인들의 변화 요구였다는 게다. 미국의 정치에는 크나큰 흐름이 있다. 민주당과 공화당이 2기를 주기로 권력의 축이 이동해 왔다는 게다. 이게 미국의 정치사의 큰 흐름이란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민주당 소속으로 2기를 집권해 왔다. 지금도 버락 오바마의 지지율은 그렇게 나쁜 편이 아니다. 그런데도 민주당에게 주어진 2기의 생명은 끝난 셈이다. 그렇기에 국민들은 권력의 축을 이동시켜 변화를 갈망한 게다. 공화당으로!

그렇게 본다면 힐러리 클린턴은 배를 잘못 탄 걸까? 버락 오바마가 힐러리를 지지하고 나선 것도 무리한 선택이었던 걸까? 여하튼 세상이 재미있지 않은가? 권력의 중심부에 다 다다랐던 것처럼 생각되던 일이 변화의 갈망에 무릎을 꿇는 것을 보면.

트럼프가 되면 정치사가 어두워질까? 힐러리가 되면 정치사가 밝아질까? 이들 모두 죄에 오염된 인간이다. 사탄은 정치 깊숙한 곳으로 팔을 뻗을 것이다. 자신이 속한 정당의 이익과 자신의 이권 앞에 눈이 멀어질 수 있는 오염된 존재이다. 누가 당선되건 너무 기대할 건 없다. 하나님의 백성은 이 땅에 속한 자가 아니다. 이 땅에 소망을 둘 수도 없다. 하나님의 통치에 주목해야 한다. 이 세상에서는 이상하게 여기지는 존재요, 핍박과 박해를 받을 존재이다. 하나님의 통치가 임하길 기도해야 한다. 하나님의 통치에 순종하는 훈련을 해야 한다.

인간적인 생각으로 힐러리가 당선되면, 한국과 미국의 우호관계와 경제전망에는 더 유리할 것 같다. 그러나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두 가지 사실이 있다. 하나는 힐러리도, 미국도 절대적으로 신뢰할 대상은 아니라는 것. 우리가 믿고 신뢰할 것은 산성이요 피할 바위가 되시며, 피난처가 되시는 여호와 하나님이시다.

또 하나는 타국 의존적인 안전이 아니라, 스스로의 힘을 길러야 한다는 사실이다. 언제까지 미국을 의존할 건가? 미국이 우리의 안보를 책임지길 바랄 건가? 우리의 국방과 경제는 우리가 지킬 수 있는 힘과 저력을 길러야 한다. 언제든지 동맹관계를 변할 수 있는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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