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일웅 칼럼] 코메니우스의 사역과 활동(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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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웅 박사

▲정일웅 박사

2) 코메니우스의 사역과 활동

1614년 하이델베르그 대학에서 신학공부를 끝마친 코메니우스는 먼저 고향 모교인 '프레로브(Prerov)'로 돌아와 라틴어교사로 활동하게 된다. 그리고 1616년 풀넥(Fulnek)으로 가서 역시 형제연합교회의 목사로 안수 받고 목회활동을 하면서, 학교에서 교사로 일하게 된다. 풀넥의 교회는 모라비아에 거주하는 독일인들로 구성된 형제연합교회에 속한 교회였다. 코메니우스는 독일어에 능통하였기 때문에, 거기서 일하는 것이 어렵지 않았다.

여기서 그는 결혼하여 가정을 가졌으며, 행복한 시간을 잠시 보내기도 하였다. 이러한 행복은 길지 않았다. 1621년, 그의 아내와 아이가 흑사병에 걸려 죽게 된다. 그리고 그의 책들은 이단적인 가르침의 것들로 매도되어, 풀넥의 시장마당에서 불태워지게 되었다. 그 이유는 보헤미아의 왕이요, 황제였던 페르디난트가 루돌프 2세의 종교자유를 보장했던 칙령을 무효화했기 때문이었다. 즉 모든 체코인들은 황제의 종교인 가톨릭으로 개종하도록 강요되었고, 이러한 명령을 따르지 않는 모든 프로테스탄트들은 보헤미아와 모라비아를 떠나도록 추방명령을 내렸기 때문이었다.

이러한 비극적인 일이 발생한 후, 코메니우스는 처음에 다른 형제연합교회의 지도자들과 함께 피난하여 숨어 지내다가, 1624년에 미래가 어떻게 될지 예측할 수 없는 어둡고 불안한 상태였지만, 아직 젊은 나이였던 그는 다시 결혼을 하게 된다. 그리고 1628년 마지막 남은 형제연합교회의 지도자들과 함께 그의 고국을 떠나 풀란드 리사(Lissa)피난하게 되었다. 코메니우스는 그가 고향에서 방황하고 피신해 살던 기간에 소위 위로와 관련된 여러 종류의 글(작품)들을 쓰게 된다. 이것들은 '가독교적인 완전함에 대한 반성', '하나의 난공불락의 성- 하나님의 말씀', '하나님의 포도 압착기', '마음상한 자 I.II.', '추방당한 존재', '세상의 미로와 마음의 낙원', '안전의 중심' 등이었다. 그리고 이 모든 글들은 대부분 성경적인 내용을 통하여 표현되었는데, 이러한 작품들에서 확인되는 것은 코메니우스에게서 성경은 끈임 없는 믿음과 용기와 희망을 제공하는 위로의 샘이었고, 지치지 않는 능력이었다. 그는 하나님 안에 신앙의 뿌리를 깊이 내리고, 자신의 고난을 보며, 그 자체의 고통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다른 사람을 염려하며, 전 인류의 더 나은 미래를 준비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역시 형제연합교회가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처럼, 그리스도가 십자가에 달리신자요, 부활하신자일 뿐 아니라, 실제로 이 세상의 유일한 왕으로 '도래하고 있는 자'라는 확고한 믿음을 가지고 있었으며, 그러한 신앙의 확신이 코메니우스인생의 어려운 시간에도 불구하고, 절망하지 않도록 그에게 도움을 주었던 것이다. 또한 현세에서 풍성한 결실을 이루게 된 것을 빼앗기고 잃어버리게 될 때에라도, 구세주 그리스도를 의지하고, 하나님의 팔에 붙들린 자신을 인식하고 있는 한, 아무도 그를 빼앗아 가게 할 수 없다는 사실을 코메니우스는 그의 모든 글들에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이와 같은 코메니우스의 신앙을 특별히 그의 유명한 위로의 작품인 '세상의 미로'에 묘사된 '순례자'에게서 만나게 된다. 즉 그 순례자는 배회하면서, 안식도, 행복도, 만족함도 발견하지 못한 상태에 처하여 있는 자였다. 그 순례자는 "모든 것이 헛되도다."라는 설교자 솔로몬의 고백을 말해야 하며, 우리 또한 그렇게 말할 수 있을 것인데, 전 삶은 쉼 없는 배회이며, 지쳐있는 모습 그대로인 것이다. 그리고 인생은 아무 것도 갖지 못한 채, 빈손으로 끝맺는 것이다. 그 때문에 여기 현세(現世)가 내 고향이 아니라는 사실이 그 순례자에 더욱 분명해 진다. 그래서 그는 이제 "세상의 미로"에서 나아와 그리스도의 온유한 음성이 그에게 나아가야 할 길을 보여준 "마음의 낙원"으로 향하게 된다. 거기가 그의 본향이며, 거기서 그는 그의 곁에 계신 구세주를 손님으로 맞이하게 된다. 그리고 그리스도는 그 순례자를 은혜로 환영한다. 이제 코메니우스는 그리스도 안에서 발견한 신앙의 안식 가운데서 그가 속했던 형제연합교회의 형제들처럼, 계속 순례자의 길을 이 땅에서 지속하게 된다.

역시 우리는 17세기 프로테스탄트교회의 내면에 생겨난 교회의 제도주의적인 모습에 대항하는 침묵적인 항거의 소리를 외면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러한 비슷한 소리를 역시 코메니우스는 '안전한 중심'(Centrum securitas)이란 그의 글에서 표현하였다. 하나님은 세상의 중심이다. 삶 전체는 그 하나님에서 나오는데, 곧 그의 힘과 자비에서이다. 그러나 세상은 하나님을 외면하고 있다. 그래서 고난의 비참함이 인간 자신에게로 엄습되고 있는 모습이다. 이제는 그에게로 돌아가 한다! 그리스도 안에서 다시 하나님과 연결해야 하며, 그분의 뜻을 따라야 한다. 그리고 세상에 있는 모든 것과 자신을 스스로 포기하는 것이다. 그것이 안식과 안전에로 향한 유일한 길이다.

이러한 그의 표현에서 코메니우스를 비관주의자로 이해한다면, 그것은 매우 부당한 평가가 될 것이다. 코메니우스에 대하여 그러한 판단을 내리기 전에 사람들은 코메니우스의 전 작품을 살펴보아야만 그에 대한 평가의 정당성이 입증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의 작품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사람들은 거기서, 코메니우스가 얼마나 용감하고, 의연하게 그의 위치에 서 있는지를 이해하고, 놀라게 될 것이다. 그는 참으로, 형제연합교회가 결코 세계를 정부권력에게로 넘겨주는 방향으로 기울어지지 않았으며, 오히려 언제나 그리스도의 통치와 신자 각자의 의무는 그리스도의 증언자로 살아야 하는 것임을 강조했던, 옛 형제연합교회에 속한 자의 모습을 분명히 보여주었다. 그리고 코메니우스는 그가 마음의 낙원을 바라볼 수 있었고, 더욱이 안전함의 심연을 발견했음에도 불구하고, 세상의 미로에서 도피하지 않았던 것이다. 여전히 그는 세상의 미로에 순례자로, 참으로 순례자로 머물며 참고 견딜 수 있었으며, 거기서 그의 증언의 의무를 다할 수 있었던 것이다. 즉 코메니우스는 그리스도가 왕이시며, 모든 세계는 그에게 속한 것으로, 교회는 그분의 다시 오심을 위하여 모든 것을 준비해야 할 책임으로 이해하였던 것이다. 그리고 코메니우스는 이세계가 하늘의 왕국과는 바꿀 수 없으며, 그 어떠한 세상의 단계적인 발전이 교회로부터 나아와 하나님의 나라에로 이르게 되는 일이 없음을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세상의 그 어떤 정부의 권력이 우리의 세상에 대한 책임을 중지시킬 수 없으며, 또한 모든 인간적인 고난과 모든 비참에 처하여 있음에도 불구하고, 코메니우스는 그리스도만이 오직 세상의 주인 됨이 인정되기를 원하였다. 그 때문에 코메니우스는 포괄적인 더 나은 교육과 그것에 관련된 학교의 일(교육제도)의 가장 안전한 방책을 주목하게 되었고, 그는 벌써 형제연합교회의 젊은 목사로서 플넥의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학교의 수업은 하나님 안에서 이루어져야 하며, 그 모든 교육행위는 아이들을 하나님께로 인도하는 것이어야 한다고 생각하였다. 또한 경건이 없이는 그 어떠한 인간의 완성도 없다고 생각하였다. 타락이후에 인간 안에는 그리스도의 은혜로부터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자질의 뿌리가 여전히 남겨져 있기 때문에, 인간은 교육될만한 자질을 소유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였으며, 나태한 교육은 세상에 있는 많은 악을 생산하는 주된 원인으로 인식하였고, 특히 아이들에게 영예로운 발전의 문이 계속 열려진다면, 올바른 교육은 거기서 가능하다고 생각하였다. 코메니우스는 그러한 교육은 가족 가운데서 동시에 시작되어야 한다고 보았으며, 그 때문에 코메니우스는 1628년 체코어로 작성한 책, '어머니학교의 소식'(Informatorium der Mutterschul)을 출판하게 된다. 1633년에는 독일어, 그리고 1653년에는 라틴어로 다시 출판하였다. 이 책은 먼저 자녀를 가진 가정의 어머니들에게 봉헌하였다. 거의 중부유럽을 절반이상 황폐하게 만들었던 전쟁의 와중에서 미래를 위한 자녀교육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코메니우스의 이 책은 크게 주목받지를 못했다. 몇 년 후에 1631년 코메니우스는 폴란드 리사(Lissa)에서 그의 주목받을 만한 '열려진 언어의 문' (Janua linguarum reserata)이란 책을 출판하게 된다. 이 책은 유럽뿐 만아니라 아시아에서도 여러 나라 언어(16개국)로 번역되었는데, 그 책은 코메니우스가 천재적인 방법으로 언어수업방법을 새롭게 바꾸어 놓은 혁신적인 책이었다. 1654년, 세계도해(Orbis sensualium pictus)란 책은 바로 이 '언어의 문'이라는 'Janua'에 연결하여 만들어진 언어교재의 대표적인 작품이었다. 코메니우스는 이 책을 헝가리의 사로스파탁(Saropatak)으로 망명하여 거기 학교경영을 맡아 일할 때, 저술하였고, 1658년 그 책은 처음으로 독일의 뉴른베르그에서 출판되기도 하였다. 그 이래로 적어도 이 책은 약 25개국의 언어로 번역되었으며, 페르시아지역의 나라들과 아시아에서는 중국과 일본, 최근에는 한국어로 출판되기도 하였다. 이 책은 20세기 초엽까지 독일초등학교에서 사용하는 언어학습교재이기도 하였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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