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태 칼럼] 주님은 절대 잊지 않으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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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태 목사(성천교회 담임).

▲김병태 목사(성천교회 담임).

어느 두 사람이 죽어 천국으로 가게 되었다. 가다 보니 두 갈래 길이 있었다. 두 사람이 어디가 천국으로 가는 길인지 망설이고 있을 때였다. 한 천사가 와서 사잇길에 서 있었다. 두 사람은 천사에게 물었다. "어느 길이 천국 가는 길이오?" 그러자 천사가 대답했다. "천국을 향하기 전에 당신들이 걸어온 길을 자취를 돌아보라!"

둘 중 한 사람은 즐거운 인생을 누리면서 편안하게 살아왔다. 그래서 자신감을 갖고 만면에 미소를 지으며 뒤를 돌아보았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자기가 웃고 즐기고 편했던 지난날의 자취는 온갖 쓰레기와 가시밭으로 변해 있었다. 그때 천사가 말했다. "당신은 저쪽으로 가시오!" 물론 그 길은 지옥으로 향하는 길이었다.

다른 한 사람도 뒤를 돌아보았다. 지나온 과거가 괴로움과 고통과 눈물의 길이었다. 그러나 자신이 흘린 눈물 위에는 아름다운 꽃이 만발해 있었다. 그가 당한 괴로움과 고통은 온갖 좋은 향기로 가득했다. 그가 당한 아픔과 고통은 '남을 위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기쁨을 가지고 천사가 가르쳐 준대로 다른 길로 걸어갔다. 물론 그 길은 천국으로 가는 길이다.

초대교회 성도들도 두 갈래 길에서 운명이 서로 엇갈리고 있다. 이 시기는 교회에 엄청난 박해가 휘몰아치던 시기다. 이때 성도들은 두 가지로 갈라졌다. 환란과 시련 때문에 믿음에서 떨어져 나간 성도들이 있었다. 그런가 하면 죽음을 무릎 쓰고 눈물을 흘리면서 믿음의 공동체 안에 남아 있는 자들도 있다.

두 부류의 성도들을 이렇게 비유한다. '땅'이 비를 흡수해서 밭 가는 자들이 쓰기에 합당한 '채소'를 내면 하나님께 복을 받는다(히 6:7). 그러나 '가시와 엉겅퀴'를 내면 버림을 당하고 불사름을 당한다(히 6:8). 하나님의 은혜를 잘 간직하고 열매 맺는 삶을 살게 될 때 하나님은 복을 주신다. 그러나 믿음을 저버리고 타락하면 '저주'를 받는다.

인생은 그렇다. '복 받을 길'이 있고, '저주의 길'이 있다. 잘 되는 길이 있고, 안 되는 길이 있다. 행복으로 가는 길이 있고, 불행으로 치닫는 길이 있다. 그러니 자신이 가고 있는 길을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요즘 이 민족이 겪고 있는 진통과 아픔의 원인이 무엇인가? 일부의 사람들이 '가지 말아야 할 길'을 걸은 결과이다. 그것을 온 국민이 뼈저리게 받고 있다.

길을 제대로 걷기 위해 반드시 기억할 사실이 있다. 첫째, '불의하지 않는 하나님'을 기억해야 한다. 하나님은 자신이 약속하신 것은 반드시 지키시고 이루시는 분이시다. 둘째, '잊지 않으시는 하나님'을 기억해야 한다. 하나님은 우리가 행한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잊지 않으신다.

신실하신 하나님은 우리가 행한 것을 잊지 않고 다 아신다. 그리고 모두 기억하고 계신다. 우리의 섬김과 사랑의 행위 일체를 간과하는 법이 없다. 우리가 잊어버리고 있는 것도 하나님은 절대로 잊지 않고 다 기억하고 계신다. 양과 염소의 비유에서 양들은 '우리가 언제 그렇게 했습니까?'라고 하는데, 주님은 '그렇게 했어'라고 말씀하신다. 자신이 잊어버린 것을 주님은 다 아실 뿐만 아니라 다 기억하고 계신다.

'하나님이 보시는 눈'은 전방위적이어서, 사방을 다 보실 수 있다. 사람의 눈은 속여도 하나님의 눈을 속이려 해서는 안 된다. 눈 뜨고 아웅 하는 것에 불과하다. 어떤 상황 속에서도 하나님의 눈을 의식하며 살아야 한다. 하나님께서 보시지 않는 구석이 없으니까.

게다가 '하나님의 기억 용량'에는 제한이 없다. 사람은 얼마 전에 한 일도 잊어버릴 수 있다. 그러나 하나님은 다르다. 다 기억하실 수 있다. 하나님은 시간이 흐른다고 잊어버리지 않으신다. 그러니 어찌 두렵지 않겠는가?

하나님이 다 기억하신다는 것은 우리에게 또 다른 의미를 준다. 하나님은 우리의 섬김과 봉사의 든든한 후원자가 된다는 사실이다. 우리의 행위를 다 아시고 상을 주시는 분이시다. 그래서 성도는 그분이 주실 상을 바라보고 섬겨야 한다.

"믿음이 없이는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지 못하나니, 하나님께 나아가는 자는 반드시 그가 계신 것과 또한 그가 자기를 찾는 자들에게 상 주시는 이심을 믿어야 할지니라(히 11:6)."

"이제 후로는 나를 위하여 의의 면류관이 예비 되었으므로 주 곧 의로우신 재판장이 그 날에 내게 주실 것이며, 내게만 아니라 주의 나타나심을 사모하는 모든 자에게도니라(딤후 4:8)."

어떤 상황 속에서도 상주시는 하나님을 바라보면서, 앞으로도 멈추지 말고 섬김의 길을 걸어갈 수 있기를 바란다.

히브리서 수신자들은 '과거'에 칭찬받을 만큼 섬김의 삶을 살았다. '섬김'은 하나님의 이름을 영화롭게 하기 위해 사랑을 나타내는 것이다. '섬기다(디아코네오)'는 단어는 '식사 시중을 들다, 가족의 필요를 돌보다, 봉사하다'는 뜻을 갖고 있다.

그들은 극심한 핍박과 고난 속에서도 하나님의 이름을 위하여 '사랑'을 나타내 성도를 섬겼다. '이미' 섬겼을 뿐만 아니라, '이제도' 섬기고 있다. 그들은 과거 한때가 아니라, 지금도 여전히 사랑으로 섬기는 삶을 지속하고 있다. 과거의 섬김을 현재도 연장전으로 펼쳐야 한다.

'과거의 아름다운 섬김'이 자동적으로 앞으로도 계속되는 것은 아니다. 사단은 하나님의 사랑을 나타내는 섬김을 포기하도록 방해한다. 상처받게 만들고, 실망하게 만든다. 그래서 섬김의 자리에서 멀어지게 만든다. 섬김의 자리에서 떠나게 되면 믿음이 식어진다. 교회를 사랑하는 마음도, 소속감도 사라진다. 성도 간의 교제도 희미해진다.

연말이 성큼 다가왔다. 한 번 점검해 봤으면 좋겠다. 한해 걸어온 발자취가 아름다운 꽃으로 만발한지? 향기로운 냄새로 그윽한지? 그렇게 살지 않았다면 하나님을 의식해야 한다. 잘 살아야 한다. 제대로 걸어야 한다. 하나님은 모든 걸 기억하시니까.

연말이 되면 목회자는 신경이 곤두세워진다. 섬김과 봉사의 자리에서 물러서려는 일꾼들은 많은데, '나도 좀 섬기게 해 달라'고 성큼 다가서는 일꾼은 별로 없기 때문에. 그동안 충성스럽게 섬겼던 일꾼들이 '안식년을 갖겠다'고 한다. 지금도 일꾼이 부족해서 야단인데.

기억하자. 초대교회 성도들은 목숨 걸고 믿음을 지켰다는 걸. 재산을 몰수당하고, 직장에서 내쫓기면서도 섬김과 봉사의 자리를 지켰다는 사실을. 하나님의 사랑을 나타내는 섬김은 물러설 수 없다. 그 사랑을 기다리고 갈망하는 사람들이 우리 주변에 즐비하기 때문에.

남은 한 달도 안 될 길을 걷지 말고 잘 될 길을 걸었으면 좋겠다. 하나님은 다 보신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우리의 행위와 삶의 흔적들을 다 기억하고 계시는 주님을 생각하며.

/김병태 목사(성천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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