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승 칼럼] 생명 예찬(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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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승 교수 ⓒ권혁승 교수 블로그

▲권혁승 교수 ⓒ권혁승 교수 블로그

"하나님이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 독생자를 주셨으니 이는 그를 믿는 자마다 멸망하지 않고 영생을 얻게 하려 하심이라" (요 3:16)

며칠 전 점심식사를 마치고 나오면서 식당 계단 밑에서 재미있는 사진 한 장을 찍었습니다. 계단 담벼락 틈새에서 핀 꽃과 그 밑의 기름진 땅에서 핀 꽃이 나란히 웃고 있는 사진입니다. 서로 정반대의 환경인데도 생명은 변함없이 자신의 꽃을 피우고 있었습니다. 환경과 상관없이 생명은 자신의 본래 모습을 드러내는 것인가 봅니다. 하긴 척박한 이스라엘 땅에서 위대한 복음이 시작되었으니 생명은 결코 환경에 따라 좌우되는 것은 아니겠지요.

하나님은 공평하신 분이십니다. 하나님의 공평은 삶의 환경과 관련된 것은 아닙니다. 각자의 환경이 천차만별하기 때문입니다. 성경은 종 제도를 인정하며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언약법'으로 알려진 출애굽기 21장-23장에서 다루고 있는 첫 판례는 노예에 관한 것이고, 바울도 에베소교인들에게 주인과 종의 바른 관계를 신앙의 관점에서 제시하고 있습니다(엡 6: 5-9). 우리들의 생활환경은 주인과 종의 차이만큼이나 다양합니다.

그렇다면 하나님의 공평하심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하나님의 공평은 생명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생명의 주인이신 하나님께서는 우리들 모두에게 공평하게 생명을 나누어 주셨습니다. 생명에는 차이가 없습니다. 질량의 차이도, 크기나 모양의 차이도 전혀 없습니다. 모두에게 똑 같은 생명을 하나씩 나누어주셨습니다. 그래서 하나님은 공평하신 분입니다.

생명은 그 자체에 자생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적당한 조건만 주어지면 성장하는 것이 생명입니다. 생명의 성장 조건은 그 생명을 품고 있는 토양과 적당한 수분입니다. 생명이 우리의 몸속에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은 또 다른 차원에서 하나님의 공평입니다. 우리들의 몸 자체가 토양 성분의 흙에서 왔을 뿐 아니라 몸의 70%가 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사진 속의 두 꽃은 전혀 다른 환경에서 자랐습니다. 기름진 흙에서 자란 흰 꽃은 담벼락 틈새에서 자란 보라색 꽃보다는 영양분을 더 많이 공급받은 것입니다. 그래서 더 풍성하고 튼실해 보입니다. 그에 비하여 보라색 꽃은 가냘프고 초라해 보입니다. 그러나 시각을 바꾸면 전혀 다른 모습이 될 수 있습니다. 흰 꽃은 지나치게 커서 둔해 보이기도 합니다. 반면에 담벼락 틈새의 보라색 꽃은 날렵하고 깔끔해 보입니다. '지나치면 모자람만 못하다'는 과유불급(過猶不及)이 그래서 생겼나봅니다.

하나님은 때로 쓰레기 더미 속에서 장미꽃을 피우시기도 합니다. 요셉이 그렇게 성장한 인물입니다. 그는 형들에게 팔려 이집트 사람의 노예로 전락하였고, 후에는 성추행범으로 몰려 감옥에 갇히는 모진 시련을 겪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그런 역경 속에서도 요셉과 동행하시며 그를 지켜 주셨고 이집트의 총리로 세워주셨습니다. 좋은 환경만이 좋은 인물을 만들 수 있는 공식은 성립되지 않습니다. 생명은 환경과 상관없이 성장의 가능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입니다. 인류 역사에 가장 큰 업적을 남긴 세계적인 위인 300명 가운데 25%는 신체적인 장애를 지녔고 75%는 불우한 환경 속에서 성장하였다는 통계가 있습니다.

우리의 신앙은 하나님께서 주시는 또 다른 생명 곧 중생의 신앙입니다. 우리의 죄를 대속하기 위하여 십자가 위에서 생명을 버리신 예수께서 삼 일만에 무덤에서 다시 부활하심을 믿는 신앙입니다.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는 다시 거듭나 위로부터 주어지는 생명을 소유하게 되었습니다. 그것이 우리들 신앙의 출발점입니다. 그 생명은 낡아지는 겉 사람 속에서 날마다 새로워지는 우리의 속사람이기도 합니다. 성령은 그 생명을 성장시키는데 절대적으로 필요한 자양분입니다. 그래서 성경은 성령을 물에 자주 비유하기도 합니다(요 3:5; 8:37-39).

식당 계단 담벼락 틈새에서 핀 보라색 꽃을 바라보면서 떠오르는 생각은 여전히 환경 탓을 하고 있는 우리들의 초라한 모습이었습니다. 그 원인은 우리에게 새 생명을 주시기 위하여 무덤에서 부활하신 주님께서 지금도 성령을 통하여 우리와 늘 함께 하고 계심을 놓치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요?

권혁승 교수는

충북대학교 사범대학 영문과(B. A.)를 나와 서울신학대학교 신학대학원(M. Div.), 이스라엘 히브리대학교(Hebrew University, Ph. D.)를 졸업했다. 현재 서울신학대학교에서 구약학을 가르치고 있고 엔게디선교회 지도목사, 수정성결교회 협동목사, 한국복음주의신학회 회장으로 있다. 권 교수는 '날마다 새로워지는 것'(고전 4:16)을 목적으로 '날마다 말씀 따라 새롭게'라는 제목의 글을 그의 블로그를 통해 전하고 있다. 이 칼럼 역시 저자의 허락을 받아 해당 블로그에서 퍼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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