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원기 교수의 회계·세무 칼럼] 회계와 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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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인회계사이자 홍익대 경영대학원에서 세무학을 가르치는 배원기 교수가 앞으로 매주 본지에 교회를 중심으로 한 비영리단체 내지 공익단체의 회계와 세무에 관한 글을 연재합니다. 회계의 윤리부터 시작해 종교인 과세 등 재미있는 주제들을 다룰 예정입니다.

▲배원기 교수

▲배원기 교수

질문 하나! 우리나라 기업들의 회계투명성은 세계에서 몇 등 정도 할까? 정답은 아직도 최하위권에 머물고 있다는 것이다. 국가별 회계투명성의 측정방법에 문제가 있다는 등 여러 이슈들이 있으나, 아무리 회계관련법규나 규정이 잘 정비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실제 이를 운영하는 사람들의 마음자세나 행동이 올바르지 못하면, 회계투명성이 높아질 수 없다. 즉, 어느 분야를 살펴보더라도 가장 근본적이고 또한 가장 중요한 것은 담당하는 사람의 올바른 윤리 내지 가치관이라고 생각된다.

전문성(Professionality)과 신의성실(Integrity) 중에서 어느 쪽이 더 중요할까? 필자가 돕고 있었던 어느 비영리단체(NPO: Non-Profit Organization)의 담당자는 전문성이 뛰어나지만 신의성실(Integrity)에 문제가 있어, 그 NPO 운영 전체에 심각한 영향을 주는 사례를 보았다.  역시, 윤리 내지 신의성실(Integrity)이 가장 중요하다.
 
1997년 금융 및 외환위기 이후, 계명대학교의 정기숙 교수 등이 2002년에 '회계사상과 회계기준의 발전'이라는 책을 펴냈는데, 이 책의 서문에 나와 있는 회계와 윤리에 관한 부분을 소개하며, 첫 글을 맺는다.

이태리의 루카 파치올리(Luca Pacioli)는 15세기 이탈리아 베니스 상인의 상업활동의 기록방법을 그의 저서 'Summa(총람)'에서 다루었다. 이 방법의 기본원리가 복식부기의 원리이며, 오늘날에도 그대로 이용되고 있다. 파치올리(Pacioli)는 'Summa(총람)'에서 베니스 상인의 기장원리를 다루었지만, 이 원리 못지않게 회계의 윤리적인 측면도 다루고 있다.
파치올리는 '기록이라는 질서가 없는 곳에는 혼란만 있을 뿐이다'라고 말하면서 기장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중세 이탈리아 상인들은 재산을 성실하고 정직하게 관리하고 기장한다는 의미에서 장부의 앞부분에 '십자가(†)'표시를 하였다. 베니스식 부기를 유럽에 전파한 Ympyn은 "정확하지 않은 장부는 '불편과 불안'의 원인이 된다"고 말하였다. 17세기 베니스 상인 Moschetti는 "부기의 목적은 '마음의 평화와 정신적 안정을 위한 것'이다"라고 말하였다.

미국 건국 초기의 회계실무자들도 회계를 윤리시스템으로 이해하였다. 조지 워싱턴(George Washington)을 비롯하여 미국 독립선언문에 서명한 인사의 대부분은 자신의 회계장부를 가지고 있었으며, 록펠러(Rockefeller)의 개인 가계부는 오늘날까지 미국 가정주부들에 의해 회자되고 있다. 막스 베버(Max Weber)는 프로테스탄트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은 깊은 관련이 있다고 전제하고, 프로테스탄트의 교리인 '일상생활의 실천(everyday practices)'에는 일상생활의 경제활동을 기록하는 부기의 기장관습이 내재되어 있음을 시사하였으며, 1페니까지도 성실하게 보고하여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이상과 같이 구미(歐美)의 부기가 태동할 시기에는 회계의 윤리적인 면이 강조되었으나, 서양의 부기회계가 우리나라에 전래되면서 윤리적인 면이 크게 부각되지 않았다. 이러한 사실은 일본도 마찬가지이다. 개인이 '경제활동을 정직하게 기록해야 한다'는 마음가짐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모든 회계제도가 완벽하게 갖추어져 있다고 하더라도 부정을 저지르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경제활동의 올바른 기록은 불가능한 것이다. 회계에서 기본적으로 전제되는 것은 올바르게 기록하고 보고하겠다는 마음가짐이다. 그러나 경제활동이 복잡하고 다양해지면서 올바르게 기장하겠다는 마음만으로는 올바른 기장과 보고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인식하게 되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업회계원칙이 제정되었다.

우리 경제가 IMF지원과 관리하에 들어간 1997년 12월 3일은 영원히 잊어서는 안 될 경제적 국치일(國恥日)이다. 그날 40여 년 동안 전 국민이 허리띠를 졸라매고, 피땀 흘려 이룩한 '공든 탑'이 일시에 무너지는 참담한 심정을 체험하였다. IMF환란의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회계의 윤리성과 투명성에 심각한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회계의 윤리성과 투명성이 결여되면 부정부패를 적발하여 척결할 수도 없을 뿐 아니라 부정부패를 '관용' 또는 '용서'라는 미명 아래 용인하는 풍토가 조성되기 때문이다. 어떠한 부정부패도 장부의 변조 없이는 불가능하다. 따라서 장부의 변조는 바로 회계의 윤리성과 투명성의 결여와 직결되는 것이다.

배원기: 공인회계사/홍대 경영대학원 세무학과 교수/신한회계법인 비영리 회계세무 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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