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승 칼럼] 명품 예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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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승 교수 ⓒ권혁승 교수 블로그

▲권혁승 교수 ⓒ권혁승 교수 블로그

"여호와 하나님이 땅의 흙으로 사람을 지으시고 생기를 그 코에 불어넣으시니 사람이 생령이 되니라" (창 2:7)

요즈음 명품이란 단어는 우리들에게 익숙한 일상의 언어가 되었습니다. 명품의 사전적 의미는 뛰어난 물건이나 작품을 말합니다. 그런 명품 소지는 자신을 남들보다 더 좋게 보일 수 있다고 믿기 있기 때문에 불황 속에서도 명품 수요는 줄지 않고 있는 것 같습니다. 명품 이미지를 차용하여 자신의 우월감을 과시하려는 일종의 심리적 보상이기도 합니다.

명품을 부추기는 심리적 요인으로는 비쌀수록 더 많이 사게 된다는 베블렌효과(Veblen Effect)를 들 수 있습니다. 비싼 물건의 소유는 곧 부와 신분의 상징으로 인식되기 때문에 고가의 명품을 구매하려는 소비심리가 일어난다는 것입니다. 체면을 중시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태도가 더해지면서 명품 구매 열풍은 청소년들에게까지 파급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명품 사랑은 그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닙니다. 그것은 아름다움을 추구하고 싶은 우리 인간들의 자연스러운 모습이기도 합니다. 그것이 자유롭고 풍요로운 사회가 되면서 자신에게 맞는 멋을 추구하는 차별화의 한 과정으로 명품이 선택되기도 합니다. 어느 정도의 명품 선호는 삶의 품격을 지키려는 수준 있는 시민정신으로 평가할 수도 있습니다. 문제는 그것이 도를 넘어 사치와 과소비로 전락된다는 것입니다.

명품은 꼭 비싼 사치품이어야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요즈음은 생산의 수단과 방법이 크게 발전하여 비싸지 않더라도 좋은 물건들이 많이 있습니다. 또한 자신이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자신의 명품을 만들 수도 있습니다. 물론 명품은 장인 정신이 깃들여있는 뛰어난 제품을 의미하긴 하지만, 그것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잘 사용하느냐가 명품을 명품답게 만드는 것입니다.

제게는 손 안에 잡고 있는 작은 명품 보물이 하나있습니다. 늘 즐겨 사용하는 볼펜입니다. 직업상 글을 쓸 기회가 많아서 즐겨 사용할 수 밖에 없는 볼펜입니다. 볼펜의 크기가 좀 큰 편인데, 제 손 역시 작은 편은 아니어서 오히려 손에 적당한 제격입니다. 디자인이 독특하면서도 품위가 느껴지는 것이라 더욱 소중하게 여기기고 있습니다. 언젠가 면세점 유명 볼펜 전시코너에서 비슷한 모양의 볼펜을 보았는데, 값이 무려 70만원이 넘었습니다. 그런 다음부터는 제 볼펜도 그 정도의 가치는 되겠구나 싶어 더욱 귀하게 여기고 있습니다. 그런데 사실 제 볼펜은 돈을 전혀 들이지 않고 얻은 것입니다. 혹시 다른 사람에게서 선물로 받은 것 아니냐고 하겠지만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지금의 제 볼펜은 일종의 사은품이었습니다. 몇 년 전 저희 대학 신학대학원 학생들을 인솔하여 이스라엘 성지를 다녀오면서 귀국 길에 두바이 공항을 경유하게 되었는데, 그 때 그곳 면세점에서 일본 citizen 시계를 하나 구입하였습니다. 비싼 것은 아니었고 30불 정도의 싼 손목시계였습니다. 그런데 그 시계와 함께 citizen 로고가 새겨진 볼펜을 사은품으로 받은 것입니다. 아마도 그때가 판촉용으로 사은품을 주는 기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지금 그 시계는 잘 사용하고 있지 않지만, 사은품으로 받은 볼펜은 오히려 보물처럼 귀하게 사용하고 있습니다. 벌써 볼펜심을 여러 번 바꾸어 사용하고 있습니다. 꼭 비싼 것이 아니어도 자신의 활용 용도에 따라 얼마든지 명품처럼 귀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삶의 값진 교훈을 얻은 것은 또 다른 소득이었습니다.

하나님은 우리들을 최고의 명품으로 창조하셨습니다. "여호와 하나님이 땅의 흙으로 사람을 지으시고 생기를 그 코에 불어 넣으시니 사람이 생령이 되니라"(창 2:7)에서 '지으시고'에 해당하는 히브리어 '야차르'는 토기장이 장인이 도자기를 빗는다는 뜻의 동사입니다. 그처럼 우리들을 최고의 명품으로 창조하셨다는 것입니다. '불어넣으시니'에 해당하는 히브리어 '나파흐'는 도자기를 굽는 용광로에 불을 피우는 이미지를 갖고 있습니다. 흙으로 빗은 도자기가 용광로 가마에서 명품으로 완성된다는 뜻입니다.

그런 명품 인간을 하나님께서는 '하나님의 형상' 곧 하나님의 지상 대리인으로 삼으셨습니다(창 1:26-27). 하나님은 아브라함을 가나안으로 부르신 후 그로 큰 민족과 복의 근원이 되게 하시겠다고 약속하셨고(창 12:2), 그 약속 그대로 시내산에서 이스라엘을 하나님의 소유와 하나님의 제사장나라로 삼으셨습니다(출 19:5-6). 교회는 그런 하나님의 명품으로 부름 받은 마지막 주자입니다(벧전 2:9).

그런데도 우리는 자신의 명품 정체성을 상실한 채 밖의 명품에 온갖 관심을 빼앗기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우리들이 아무리 최고 하나님의 명품으로 지움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제대로 된 명품으로 살지 못한다면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이제는 밖의 명품에 마음을 빼앗기기보다 자신 속에 담겨있는 진짜 명품에 관심을 집중해야 합니다. 겉사람은 낡아지지만 속사람은 말씀으로 날로 새로워져야 할 이유가 거기에 있습니다(고후 4:16).

권혁승 교수는

충북대학교 사범대학 영문과(B. A.)를 나와 서울신학대학교 신학대학원(M. Div.), 이스라엘 히브리대학교(Hebrew University, Ph. D.)를 졸업했다. 현재 서울신학대학교에서 구약학을 가르치고 있고 엔게디선교회 지도목사, 수정성결교회 협동목사, 한국복음주의신학회 회장으로 있다. 권 교수는 '날마다 새로워지는 것'(고전 4:16)을 목적으로 '날마다 말씀 따라 새롭게'라는 제목의 글을 그의 블로그를 통해 전하고 있다. 이 칼럼 역시 저자의 허락을 받아 해당 블로그에서 퍼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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