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원기 교수의 회계·세무 칼럼] 회계와 윤리(2)

김진영 기자  jykim@chtoday.co.kr   |  

*공인회계사이자 홍익대 경영대학원에서 비영리단체의 회계 및 세법 등을 가르치는 배원기 교수가 앞으로 매주 본지에 교회를 중심으로 한 비영리단체 내지 공익단체의 회계와 세무에 관한 글을 연재합니다. 회계의 윤리부터 시작해 종교인 과세 등 재미있는 주제들을 다룰 예정입니다.

▲배원기 교수

▲배원기 교수

필자는 회계사 6년차였던 1983년초부터 1년 3개월 정도 일본에서 회계사로 근무하다가 귀국한 후, 2010년까지 약 26년 동안 우리나라에 진출한 일본계 기업의 세무나 회계 관련 업무를 담당하면서, 일본기업의 본사 또는 한국지사에 근무하는 약 3천명 이상의 일본인들을 만났다. 그리고 어느 일본계 기업의 초빙을 받아 2012년부터 2015년 중반까지 천안소재 일본계 코스닥 상장회사의 부사장으로 근무했었는데, 필자가 만났던 대부분의 일본인들은 성실하고, 거짓을 모르는 사람들이었다.(2015년 3월에 갑자기 철수한 일본기업의 비도덕적인 오너 때문에, 지금도 약간 고생을 하고 있으나, 그 기업에서 파견되어 나왔던 일본인들도 무척 성실하였다.)

일본인들이나 일본기업들을 상대하면서, 필자는 몇 가지 질문을 가지고 지금도 주변사람들의 의견을 물어 보기도 하고 책도 보곤 하는데, 그 질문이란 첫째, '언제부터 일본이 우리보다 강국이 되었을까?' 둘째, '일본은 크리스챤 인구가 1%(백만 명 정도)에 불과한데, 왜 일본인들이 우리나라 사람들보다 전반적으로 더 성실하고 정직할까?', 셋째, '왜 일본은 사색당파가 없고, 우리나라만 사색당파가 있었을까?', 넷째 '조선은 어떤 연유로 패망했을까?' 등이다.

먼저, 위 의문을 풀기 위해, 필자가 작년 4월부터 역사와 논어공부를 하고 있다는 점을 소개하고 싶다. 필자는 작년 4월부터 4개월 동안 조선일보 문화부장, 논설위원을 역임한 이한우 논어등반학교 교장으로부터, 이 교장이 쓴 '이한우의 군주열전'을 통하여 조선역사를 간단히 배운 후, 작년 9월부터는 1년 반의 일정으로 '사서삼경 시리즈'의 첫 권인 「논어로 논어를 읽다」라는 책을 가지고 논어를 배우고 있는 중이다. 논어를 배우면서, "30여전에 논어를 배웠으면 얼마나 좋았을까?"라는 생각을 자주 한다. 초보자 수준이지만, 앞으로 이 칼럼에서 필자가 배운 논어 구절을 가끔 인용할 예정이다.

여기서 필자의 선생님인 이한우 교장이 역사와 고전을 배우게 된 동기를 소개한다. 이 교장은 대학 학부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후, 석사·박사 과정에서는 철학을 공부했고, 조선일보 등 언론사에서 근무했다. 그런데, 그가 역사나 중국 고전 등의 인문학에 관심을 가지고 공부하게 된 배경은, 오래전 독일 뮌헨에서 1년간 연수를 받던 중 우리나라와 독일을 비교하면서, 우리가 독일로부터 배워야 할 점으로써, '철저한 정신'(Integrity; 이 단어는 우리말로의 변역이 어려운 단어인데, 통상 '성실'로 번역하기도 하나, '철저한 정신'이라고 번역될 수 있다)과 '기본을 지키는 태도'가 오늘날의 독일 사회를 만들었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 뒤, 조선왕조의 철학이 우리 사회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에 대한 지식이 부족했다고 생각하고, 조선왕조실록을 수차례 정독하였고, 다시 조선왕조실록을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하여는, 논어 등 동양고전을 공부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생각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동양고전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책으로써 논어를 추천하곤 한다. 여기서, 故 이병철 삼성회장이 생전에 가장 좋아하고 많이 읽었다고 하는 책이 일본 자본주의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시부사와 에이치가 지은 '논어와 주판'이라는 책이란 점도 소개하고 싶다.
 
화제를 돌려 조선시대의 회계를 살펴보자. 조선 초기의 재정시스템, 내부통제제도나 회계제도는 매우 우수하였다고 한다. 즉, 세종원년에 나라살림의 출납 위조를 방지하기 위해 '감합법'(勘合法)이란 제도를 도입하였는데, 이는 출납 책임자의 서명과 인장만을 사용했던 기존 방식에 서류의 좌우를 대조 확인하는 제도라고 한다. 그 뒤, 감합법에 추가하여, '중기'(重記: 요즘식으로 말하면 복식부기와 같이, 동일 사항을 두 번 기입하는)제도를 도입하여, 이후 각종 부정부패 행위는 이 중기(重記)제도에 걸려 적발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조선시대 호남의 회계 문화'라는 책의 저자인 전성호 교수는 다산 정약용의 저서를 인용하면서, 조선이 쇄국정책이나 일본 침략으로 무너진 게 아니라 투명한 내부통제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서, 경제시스템이 붕괴하여 몰락했다고 본다. 즉, 과거시험에 합격한 양반출신 관료들이 이기론이나 주리론 같은 논쟁에 치중하면서, 제도와 세법과 회계를 제대로 배우지 않아, 아전들의 부정부패를 통제하거나 제어하지 못했다고 한다. 다산은 아전들이 국가의 곡식을 가지고 사리사욕을 채우는 것을 회계지식이 없었던 상급관리들이 제어하지 못해서, 국가재정이 문란해졌고 이것이 조선의 몰락원인의 하나라고 지적하고 있다고 한다. 이를 보면, 조직의 리더들에게 회계나 내부통제에 관한 지식이나 통찰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두산그룹이 중앙대의 경영에 참가하면서, 중앙대는 학부에서 전공에 불문하고 모든 학생들이 회계학원리를 필수로 이수하도록 하고 있는데, 이도 사람이 살아감에 있어서 회계학의 중요성을 인식한 사례로 보인다. 한편, 필자의 은사님 한분이 30여전 전부터 신학대학에서도 회계학을 가르쳐야 한다고 주장하고, 필자도 종종 신학대학 교수님들에게 이 말씀을 드리곤 한다. 다만, 지난 번 칼럼 및 아래의 인용글과 같이, 회계학의 지식만이 아니라 윤리나 도덕이 더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전성호 교수의 글을 일부 수정해 인용하는 것으로 글을 맺는다.

"인간은 세 가지 신념체계 내지 본성, 즉 이성(Logos), 감성(Pathos) 그리고 도덕성(Etjhos)을 가지고 있다. 즉, 인간은 하늘로부터 '감성'이라는 본성을 부여받아 문학이나 음악 등을 통하여 생명을 찬미하는 능력을 가져 다른 짐승과 구별되는 생명체로 존재한다. 다른 한편, 인간은 '이성'으로 계산하고 판단하는 과학이라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문제는 '도덕성'이다.  아무리 '감성'이 풍부하고 '이성'이 발달한 인간도 '도덕성'을 갖추고 있지 않으면 타인을 기만하거나, 자기 자신을 속이고 싶은 유혹에 쉽게 빠진다. 회계란, 계산한다는 의미를 갖는 '이성'의 작용으로 발달한 과학이면서, 동시에 오류나 부정의 요소를 제거하여 마음의 청결을 유지시킨다는 점에서 '이성'과 '도덕성'이 함께 작용하는 분야이다."

배원기: 공인회계사/홍대 경영대학원 세무학과 교수/신한회계법인 비영리 회계세무 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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