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한국여성단체협의회 최금숙 회장
한국여성단체협의회(여협) 제19대 회장 취임 후 지난 1년 8개월여간 여성의 법적 지위 향상과 대표성 확대를 위해 숨 가쁘고 치열하게 달려온 최금숙 회장. 그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소통'이라는 대전제 위에서 여성이 대한민국 주요 성장동력이자 사회 변혁의 주체가 될 수 있도록 다양한 시도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 회장은 최근 서울 용산 한국여성단체협의회에서 가진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비례대표는 50% 여성할당이 제도화되어 그나마 잘 이행되고 있는데, 지역구 30% 여성할당은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2015년 한국여성단체협의회는 공직선거법 47조 4항이 여성 대표성 확대를 위해 지역구총수의 30% 이상을 여성으로 '추천하도록 노력하여야한다'라고 권고만 하는 것을 강제력을 두는 '추천하여야한다'로 개정하기 위해 1만 서명운동을 달성하는 등 노력했지만, 당시 여러 논란에 묻혀 좌절된 바 있다. 최 회장은 2015년 국회의원 보궐선거, 2016년 총선 당시 여성 우선 공천지역 실천, 공정한 선거 제도 미흡 등에서도 "여러모로 여성 대표성 제고에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최금숙 회장은 이어 프랑스가 2000년부터 남성과 여성 후보를 동수로 추천하는 '파리테법'을 도입, 실행하는 예를 들며 "남녀동수제는 인구의 절반인 여성을 대변하는 대의정치와 국가개혁과 발전에 여성의 능력과 힘이 필요한 시대적 상황에 따른 것으로, 프랑스에서는 헌법에 남녀동수제가 규정되어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에서도 올해 헌법을 개정할 경우 프랑스의 남녀동수제를 헌법에 반영하는 것을 추진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여성의 지위 향상 면에서 최근 발전적인 부분은 여성들이 일과 가정의 양립이 가능하도록 여성가족부와 함께 남성 육아휴직 확대 등 관련 제도와 환경을 개선한 점 등을 꼽았다.
한국여성단체협의회는 작년 한 해 성별, 세대, 계층, 경제 등에서 하나 되는 소통 프로젝트 '트인 세상, 소~통! I Love Korea!'를 전국 17개 시도에서 2만여 명과 함께 진행했다. 이에 WE(Women+Equality) 청년 기자단 프로젝트, 농산물 명예감시원 운영 활성화, 중장년층 여성 인력 활성화를 위한 '응답하라! 5080!', '나는 자랑스러운 한국인' 태극기 앱 개발 등을 했으며, 작년 제51회 전국여성대회에서는 성폭력, 가정폭력 등 여성폭력 근절 등을 위한 사회 안전망 구축과 법제도 개혁을 결의했다. 선진 예약문화를 위한 노쇼(No-Show) 없애기 캠페인도 벌였다.
한국교회, '민생 살리기'에도 기여하길
최금숙 회장은 경기도 광주의 기독교대한감리회(기감) 소속 문형교회(임은모 목사)에서 권사로 섬기고 있다. 최 회장은 "초기 한국교회가 그리스도 안에서 남자나 여자가 평등하고 자유롭다고 선포하며 한국 여성의 지위 향상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면, 오늘날 한국교회도 사회의 여성 인식과 역할, 제도 개선에 기여하기를 바란다"고 기대를 전했다.
그는 또 "한국 기독교가 정치 지향적으로 가서는 안 되겠지만, 어떻게 믿음으로 민생 살리기에 기여할 것인가를 선언하고 실천하는 부분에서는 아쉽다"며 "여전도회부터 사회에서 좀 더 기여할 수 있게 교회가 제도를 만들고, 지금보다 자율성을 주면 좋겠다. 또 한부모, 미혼모, 조손 가족 아이들을 위한 인성교육에도 도움과 지원을 아끼지 않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가족법과 여성정책 전문가인 최금숙 회장은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원장, 한국가족법학회 회장, 한국법학교수회 부회장, 법무부 법무자문위원회 위원장 등을 역임하고, 현재 대한가정법률복지상담원 이사,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로도 활동하고 있다. 이혼 시 재산분할청구권, 호주제 폐지 등 가족법 개정운동과 여성 관련법 제·개정 운동을 했으며, 통일과 안보 분야에서 여성들의 기여가 중요하다고 보고 이화여대 교수 활동 당시 통일법, 북한법 전공 여성 일꾼들을 길러내기도 했다.
한국여성단체협의회는 65개 회원단체, 17개 시도 여성단체협의회, 전국 5백만 회원이 활동하는 한국의 대표적인 여성단체로, 1959년 창립 이래 여성의 법적 권익 신장과 역량 강화에 최선을 다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