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상 칼럼] 한국교회 연합운동의 방향, 삼겹줄 연합론
최근 시작된 연합기관 통합 논의에 '교단장협의회'를 중심으로 일부가 참여하며 출범한 '한교총'은, '연합기관의 통합은 정말 가능할 것인가?' 하는 물음을 준다. 명분에는 전적으로 공감하고 박수를 보내지만, 조각난 퍼즐이 완성된 통합의 그림으로 나타나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참 많다.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지난 세기 한국교회의 양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연합하지 못한 채 분열하는 영적 미숙함은 여전히 우리의 과제이다. 교파와 교단 간 경쟁주의를 극복하고, 일치와 공동창조로 나아가는 것이 한국교회가 도약하는 방편이자 한국교회 영적 부흥의 지름길이며 기초가 될 것이다.
엄밀히 말하자면 '한국교회 연합기관'은 개교회가 하지 못하는 일들을, 힘 모아 대신하기 위해 그 권한을 위임받은 곳이다. 그런데 연합기관이 그 위임받은 힘으로 해야 할 일보다 하지 말아야 할 일에 더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면, 한국교회의 외면을 받기 십상이다.
2017년 새해에는 한국교회 교단을 대표하는 연합기구들이 사회적 문제에 책임있는 기관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치열하게 피와 땀을 흘려야 할 상황이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와 한기총의 분열로 생겨난 한국교회연합(한교연) 모두가 대표성을 주장하지만, 역사에 걸맞게 어느 단체도 전적인 권한을 갖지 못하므로 '대표기구'가 아니라 '대표적 연합기구'로 불리고 있다. 2012년 이후 한기총과 한교연이 '보수'라는 간판 아래 두 집 살림을 하고, '교회협(NCCK)'도 최근까지 에큐메니칼 정신의 실종으로 도덕성에 큰 흠집을 가져왔다.
한국교회의 연합운동은 대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매개체로서, 안티기독교 세력으로부터 교회를 방어하는 영적 전진기지 구축으로서 그 역할이 막중하다. 그러나 그 역할에 맞는 책임을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이다.
이제 한국교회는 연합운동에 대한 '패러다임 시프트'가 이루어져야 한다. 기존 교단 중심 연합기관이 유일한 연합기관이라는 사고에 지나치게 매여 있다 보니, 지난 2006년 이후 한국교회는 대사회·대정부 역할을 제대로 감당하지 못했다. 사회적 영향력도 오히려 실종되고 말았다.
이제 건강한 한국교회의 미래를 준비하며 다양한 연합기관을 함께 키워내는 '삼겹줄 연합'이 필요한 시점이다. '삼겹줄 연합론'의 핵심은 연합기관들을 교단 중심과 지역 중심, 그리고 NGO를 포함하는 교회 중심 연합기관들로 축을 나누고 벨트화해야 하는 것이다.
교단과 지역, 교회를 축으로 삼겹줄처럼 튼튼한 연대를 형성하여, 한국교회를 방어하고 보호하는 일들을 해 나가자는 것이다. 이는 마치 고기를 낚는 그물과 같은 망을 촘촘히 형성하자는 말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난립한 교단 연합기관들의 통합과 구조조정이 시급하다. 현재 진행되는 통합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자신들이 가진 '철밥통'을 내어 놓는 것만큼 어렵다. 그런 점에서, 지금은 연합기관 지도자들이 얼마나 자신을 희생하고 양보하면서 '에큐메니칼 정신'을 구현하며 하나 되느냐 하는 시험대에 서 있다.
교단의 연합기관이 대변하지 못하는 지역적·현실적 문제에 대처하는 방안으로, 한국교회 방어 차원에서 제2의 방어벽이자 벨트로서 지역교회 중심의 연합기관이 역할을 하게 해야 한다. 기존 광역시나 시·군·구에는 '기독교연합회'들이 이미 조직돼 수십 년 동안 활동하고 있는데, 이를 하나로 묶어내 한국교회가 건강하게 살아날 수 있게 해야 한다.
나아가 NGO단체를 포함한 개교회 연합기관이 제3의 방어벽으로 연합운동의 벨트를 형성해야 할 것이다. 이건 순전히 자생적 조직이라 할 수 있다. 기존 교단 중심의 정치적 연합이나 지역적 연합운동에 나서지 않는 40-50대 젊은 목회자들이 독립교단이나 독립교회로 옮겨가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교회 연합기관이 각 영역에서 전문화된 단체들과의 유대강화를 통해 전문영역을 더욱 활성화 해 나가야 한다.
한국교회는 연합운동의 새로운 축을 만들어내야 한다. 지금처럼 허송해서는 미래를 열어갈 수 없다. 교단 연합기관이나 지역 연합기관, 그리고 교회 연합기관 등의 유기적 협력강화를 통한 연합운동 활성화를 심층적으로 모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교회는 '개인기는 강점이지만 팀워크가 약하다'는 치명적 약점을 안고 있다. 우리 민족 전체로나 한국교회가 당면한 이런 현실적 모순들을 과감히 개혁하고 새로운 역사와 패러다임을 창출해 나가려면, 이 팀워크의 문제, 옳은 일을 함께 이루어 나가는 협치와 역동성을 길러야 한다. 개개인으로는 뜻이 있으되 그 뜻이 합쳐져 힘이 되고 조직이 되지 못하므로, 광야의 공허한 울림으로 끝나고 마는 것이다.
예수님께서 역사의 주인이시라 함은 세계사도 민족사도 예수님의 장중에 들어있음을 뜻한다. 그러나 역사의 진행이 예수님의 뜻 안에서 이루어짐을 믿는 제자된 우리는, 우리의 병든 역사를 회복하고 변혁시킬 수 있는 사명과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이하는 지금, 한국교회는 '개혁정신'을 되새기며 잘못된 현실을 바로 잡기 위해 '삼겹줄 연합론'으로 새로운 역동성을 회복해야 할 것이다.
지금은 민족과 역사를 개혁하는 일에 자신이 가진 것을 바칠 수 있는 리더와 리더십이 필요하다. 2017년에는 '삼겹줄 연합운동'이라는 새로운 그림으로, 한국교회 연합운동의 지도를 함께 그려보자.
/이효상 목사(교회건강연구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