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태 칼럼] 제자 공동체에 거는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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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태 목사(성천교회 담임).

▲김병태 목사(성천교회 담임).

며칠 전 청주의 한 커피숍에서 42세 여성이 흉기를 휘둘렀다. 휘두른 흉기에 51세 남성이 찔려 목에 상처를 입고 병원으로 옮겼지만 결국 숨지고 말았다. 여성은 남자와 다툼을 하다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미리 준비한 흉기로 남성의 목을 찔렀다. 도대체 왜?

죽은 남성은 가해자의 딸이 다니던 고등학교 교사였다. 취업 상담을 하던 교사가 자신의 딸을 성추행했다고 한다. 딸을 아끼는 엄마의 마음이 오죽했으면 이런 일을 저질렀을까? 딸이 심리적 후유증을 겪지 않기를 소망한다. 사건 후 여성은 그 자리를 달아났다. 그러나 1시간 후 인근 경찰 지구대를 찾아 자수했다. 남편의 권고와 설득에 못 이겨서.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한 순간의 잘못된 선택으로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낳은 교사가 안타깝다. 왜 그랬을까? 한 순간의 쾌락이 도대체 뭐길래. 순간의 욕구를 그렇게 통제할 수 없었을까? 교사의 길을 걷는 자가. 너무나 큰 것을 잃을 줄 알면서도.

딸이 그런 아픔과 상처를 당했으니, 엄마 심정이 어땠을까? 찢어질 듯 아픈 게 당연할 거다. 앞으로 후유증이라도 남으면 어떡하나? 그러나 그 분노를 통제하지 못한 결과가 더 큰 아픔과 상처를 가져온 건 아닐까?

엄마가 저질러 놓은 걸 사랑이라고 얼버무릴 수 있을까? 정상적인 법의 통로를 이용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아무리 속상하고 분노가 치밀어도 그래도 정상적인 방법과 길을 선택해야 했었는데.

세상이 너무 어지럽다. 이곳 저곳에서 들려오는 소식이 너무 지저분하고 거칠다. 평온한 소식을 듣고 싶고, 기쁜 소식을 기다리고 있건만, 정작 들려오는 소식은 안타까운 소식들이 더 많다. 악한 사람들이 많다. 나쁜 사람들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이러한 세상에 예수님이 찾아오셨다. 기쁜 소식을 갖고 오셨다. 이 땅에 하나님 나라를 몰고 오셨다. 로마의 압제에 신음하던 언약 백성들은 간절하게 갈망하고 있었다. 메시아가 오기를. 그런데 예수님은 자신이 이 땅에 메시아로 오셨다고 선언하셨다. 드디어 하나님 나라가 이 땅에 도달했다고 선포하셨다. 그래서 복음을 믿고 회개하라고 요청하셨다. 기쁜 소식을 누리기 위해서는.

그런데 하나님 나라 운동은 예수님 혼자 하신 것이 아니다. 제자들을 세우시고 그들과 함께 이루길 원하셨다. 앞으로 예수님이 죽으신 후에도 제자공동체가 이루어가야 할 사역이 바로 하나님 나라 운동이다.

예수님은 제자 공동체를 세우기 전에 밤이 새도록 기도하셨다(눅 6:12). 너무나 중대한 일이기에 기도할 수밖에 없었다. 하나님의 뜻을 헤아려야 하기에. 중요한 일을 앞두고도 기도하지 않는 그리스도인들과는 많이 다르지 않은가? 하나님이신 그 분이, 메시아로 오신 분이, 그래도 하늘 아버지의 뜻을 살피려고 기도하셨다. 그 후에 12제자를 부르셨다.

예수님이 부르신 12명의 제자들은 어떤 자들인가? 어떤 요건을 갖춘 자가 하나님 나라 운동에 동참할 제자가 될 수 있는 걸까? 예수님은 자기가 원하는 자들을 선택하셨다(막 3:13). 사실 당시에 예수님께로 다가온 사람들은 많았다. 그런데 그들을 선택하지 않았다.

마가복음 2장 24절, 3장 6절을 보면 바리새인들과 헤롯당들이 예수님께 나아왔다. 바리새인들은 예루살렘으로부터 파송을 받아 예수님을 찾아왔다. 예수님을 감시하기 위해. 헤롯을 추종하는 헤롯당원들도 헤롯 궁으로부터 헤롯의 뜻을 이루기 위해 예수님께로 찾아왔다.

바리새인과 헤롯당들은 '어떻게 예수를 죽일까?' 서로 의논했다. 뿐만 아니라 갈릴리에서 온 큰 무리들도 있다. 이들은 '어떻게 하면 병을 치유할 수 있을까?' 하는 개인적인 이익 때문에 예수님을 찾아왔다(7절). 그러나 이들은 하나같이 예수님의 제자가 될 수는 없었다.

하나님 나라를 위해 일할 제자들은 자기 목적이나 자신이 속한 조직의 목적을 이루려는 자가 아니다. 하나님 나라와 복음을 위해 철저하게 자기를 부인하고 십자가를 질 사람이어야 한다. 이들은 철저하게 예수님의 뜻과 의지를 따라 움직일 사람이어야 한다. 그래서 예수님은 자기가 원하는 자들을 세우셨다.

예수님께서 열두 제자를 세우신 두 가지 목적이 있다. 하나는 예수님과 함께 있는 것이다. 하나님 나라를 위해 뛰기 전에, 먼저 예수님과 함께 있어야 한다. 함께 시간을 보내야 한다. 그래서 예수님을 알아가야 한다. 예수님을 닮아가야 한다. 예수님과 철저하게 하나가 되어야 한다.

예수님이 제자 소그룹을 세운 또 다른 목적이 있다. 세상으로 보내기 위해서다. 제자들은 세상으로 파송 받아 하나님 나라의 복음을 선포해야 한다. 자기들만의 즐거운 교제에 머물 것이 아니라, 특별한 목적을 갖고 세상으로 나가야 한다. 초대 예루살렘 교회가 흩어져서 사마리아와 땅 끝으로 나가지 않자, 하나님은 핍박을 가해 흩어지게 만들었다. 그때부터 사마리아로, 땅 끝을 향해 흩어지기 시작했다.

시대가 어렵다. 경제가 쪼들린다. 국가 경제가 너무 빡빡하다. 그러다 보니 교회 경제도 긴축 재정을 한다. 그래서 선교비도 구제비도 줄여간다. 그런데 예수님은 인적 자원도, 물적 자원도 세상을 향하라고 말씀하신다. 실제로 예수님의 제자들은 천국 복음을 전파하는 사명을 감당하다 순교의 제물이 되었다. 제자는 교회 안에서만 머물러 있는 존재가 아니라, 순교할 각오로 세상으로 나가서 하나님 나라 복음을 전해야 한다.

세상으로 보냄 받은 제자 공동체가 해야 할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전도이고, 다른 하나는 병을 고치고 귀신을 내쫓는 권능을 행하는 것이다. 전도를 통해 하나님의 왕국이 건설된다. 대신 사탄의 왕국은 무너진다. 사탄의 통치는 줄어들고, 사탄의 졸개인 귀신들도 쫓겨날 것이다.

복음의 능력을 가진 제자들은 더 이상 사탄과 그의 졸개들인 귀신을 두려워하는 존재가 아니다. 주님이 주신 특별한 권능을 갖고, 사탄이 다스리고 귀신이 횡행하는 나라를 향해 당당하게 나가야 한다. 그래도 천국을 선포해야 한다. 복음을 당당하게 전해야 한다. 더 이상 그들이 발붙일 곳이 없도록. 더 이상 사람들을 미혹하지 못하도록. 그래서 하나님 나라가 확장 되는 것을 봐야 한다. 복음이 세상을 편만하게 덮는 날을 기다리며.

제자 공동체의 구성원들을 보라. 스승을 모른다고 세 번이나 부인한 베드로. 부활하신 예수님을 의심한 도마. 그렇게 믿었던 스승을 은 30인 노예 값에 팔아넘긴 가룟 유다. 3년이나 따라다니면서 훈련받은 자들 아닌가? 그런데 이렇게 치졸하게 무너질 수 있단 말인가? 연약하고 형편없는 자들! 그런데 이런 자들이 '자기가 원하는 자들'이라니! 정말 놀라운 일 아닌가?

생각해 본다. 묵상해 본다. '나 같이 연약하고 허물 많은 자'도 주님이 원하는 제자 가운데 포함시켜 주시다니. 놀라운 은혜다. 그래서 그저 감격 속에 사명을 감당하고 싶다. 감사함으로 달려가고 싶다. 주님 오시는 그 날까지! 충성스럽게. 이 땅에 하나님 나라가 임하도록.

/김병태 목사(성천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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