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친 배타적 민족주의 문화정책... 기독교 외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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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수 교수 기고] 한국교회와 종교의 자유③

본지는 박명수 교수(서울신대 현대기독교역사연구소장)가 지난해 5월 23일 한국기독교학술원에서 발표했던 논문 '한국교회와 종교의 자유-최근 한국 기독교 관련 주요 이슈를 중심으로'를 몇 차례에 걸쳐 연재합니다.

▲박명수 교수.

▲박명수 교수.

2. 한국 근대문화와 기독교의 역할(근대문화지원법 제정)    

정부의 편향된 정책은 역사분야만이 아니라 문화분야에서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과거 대한민국 정부는 국민들에게 문화 서비스를 할 수 없었다. 하지만 경제가 발전되고, 서구 민주주의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문화 증진이 국가의 중요한 목표가 되었다. 그러나 한국사회에서 문화가 강조되기 시작한 것은 제5공화국 때 부터였다. 당시 헌법은 국가의 임무를 전통문화와 민족문화의 보호와 발전으로 확대했으며, 그 후 정부는 다양한 방법을 통하여 전통문화와 민족문화를 보호하고 육성하는 정책을 펼쳐 왔다.

하지만 전통문화와 민족문화는 단지 문화의 영역에 머물지 않는다. 이것은 전통종교와 민족종교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따라서 유교, 불교, 무속신앙은 문화의 이름으로 정부의 막강한 재정적인 후원을 받고 있다. 예를 들면, 무형문화재 지원을 통한 무속인 보호, 불교의 역경사업, 템플 스테이, 전통문화 체험학습, 연등축제, 전통사찰 보호 등 많은 부분에서 정부의 지원을 받고 있다. 현재 많은 사람들은 정부가 전통문화와 민족문화의 보존 차원에서 이같은 정책을 펼치는 것을 수용하고 있다.
 
이같은 정부의 정책은 전통문화와 민족문화는 우리의 것이며, 따라서 보호해야 할 것이지만, 근대문화는 외국에서 들어온 것이기 때문에 그 보호는 우리의 책임이 아니라는 생각에 근거한다. 하지만 이것은 바람직한 방향이 아니다. 오늘의 대한민국 국민은 개항 이후 들어온 근대문화의 흐름 가운데 존재하고, 오늘의 한국문화는 과거의 전통문화가 서구에서 들어온 근대문화와 만나서 형성된 것이다. 오늘 대한민국은 과거 전통문화와 민족문화를 갖고 세계로 나가는 것이 아니라 개항 이후 새롭게 형성된 한국문화를 갖고 세계문화로 진출하는 것이다. 따라서 오늘의 한국문화에는 근대문화가 포함되어야 하는 것이다.

대한민국 헌법 전문은 "문화의 영역에서 각인의 기회를 균등히 하고, 능력도 최고도로 발휘하게 하여"라고 하여 문화의 영역에서 모든 국민은 같은 기회를 가져야 한다고 언급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정부의 문화정책은 전통문화와 민족문화에 치우치고, 근대문화를 소홀히 하고 있다. 이것은 근대문화와 함께 시작된 천주교와 기독교를 문화의 영역에서 제외시키는 결과를 가져 오는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 헌법 개정이 이루어질 때에 헌법 조항에 전통문화, 민족문화와 함께 근대문화도 언급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전통문화 및 민족문화에 치우친 한국 문화정책은 한국학 분야에서도 그대로 들어난다. 한국불교, 유교, 민속신앙에 대한 연구는 당연히 한국학의 한 분야로 인정받아서 정부로부터 각종 지원을 받고 있다. 하지만 기독교를 주제로 해서 정부의 지원을 받으려 할 때에는 특정종교라서 지원해 줄 수 없다는 반응을 듣곤 한다. 이처럼 한국 기독교는 한국학 분야에서도 차별을 받고 있는 것이다. 사실 한국에서 활동하는 모든 종교는 다 한국문화의 일부이다. 특별히 천주교와 기독교는 전체 종교인구 약 50%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29%에 해당한다. 따라서 한국 기독교는 당연하게 한국학의 한 분야로 인정받아 학술연구에 차별을 받아서는 안 된다.

정부의 문화정책이 지나치게 전통문화와 민족문화로 치우쳐있다는 것은 우리가 해외 여행을 다녀 보면 잘 알 수 있다. 가까운 일본, 홍콩, 베트남에 가면 서구 근대문화가 유입된 개항지를 유적지로 만들어서 보존하고 관광지화하는 것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는 그런 근대문화유적지를 찾아보기 어렵다. 이것은 우리나라의 문화정책이 지나치게 배타적인 민족주의적 성향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한국 기독교는 대표적인 연합기관을 통하여 2016년 4·13 총선에서 각 정당에게 근대문화지원법을 제정할 것을 촉구하였다. 현재 정부는 무형문화재 보전 및 진흥에 관한 법률, 전통사찰 보전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전통문화대학교설치법, 문화예술진흥법 등을 통해서 우리의 전통을 보존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오늘의 대한민국을 만든 근대문화를 보호하고 발전시키는 지원법은 없다. 한국문화를 종합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근대문화지원법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한국 기독교는 수많은 근대문화 유산을 갖고 있다. 개항 이후 전국의 주요 도시에 미션 스테이션이 있었고, 이곳은 바로 서양문명을 한국에 전달하는 통로역할을 하였다. 이곳에서 다만 몇 곳이라도 보존하여야 할 것이다. 또한 한국 기독교는 한글보급에 앞장섰다. 한글성경이 없었다면 오늘의 한글문화도 존재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이것도 빛나는 근대문화일 것이다. 아울러서 한국 개신교의 각종 회의록도 중요한 기록문화로서 정부의 도움으로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보존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한국 기독교인들은 근대문화를 받아들여 봉건관습을 극복하고 오늘의 대한민국을 만드는데 중요한 기여를 했다. 이런 모든 것들은 아름다운 스토리로서 후세에 알려 주어야 할 것이다. 이런 것들을 보존하고 계승하기 위하여 근대문화지원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지리산 노고단에 있는 선교유적지 ⓒ크리스천투데이 DB

▲지리산 노고단에 있는 선교유적지 ⓒ크리스천투데이 DB

3. 교육 및 복지 기관에서의 선교의 자유(사립학교법 및 사회복지법 개정)

한국 기독교는 개항 이래 한국 정부가 할 수 없는 일들을 감당해 왔다. 의료, 교육, 복지 등이 그것이다. 알렌이 제중원을 세운 다음에 선교사들은 전국 주요 도시에 병원을 세워서 서양 의술을 보급하였다. 아펜젤러가 배재학당을 만든 다음에 기독교는 새 시대에 맞는 인재를 양성하였다. 언더우드가 한국에 와서 처음으로 시작한 일이 고아원을 만드는 일이었다. 오늘날 국가가 해야 할 의료, 교육, 복지를 기독교가 담당하였으며, 아울러서 이들 기관에서 기독교의 복음을 전하였다.

이같은 일들은 개항시기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었다. 일제 강점기 동안 일본은 자신들의 계획대로 한국을 근대화 하려고 했다. 하지만 한국인들은 일본을 통한 근대화 보다는 직접 서구로부터 근대문화를 배워서 한국을 근대국가로 만들려고 했다. 일제 강점기에 대한민국에 희망을 주었던 사람들은 바로 이상재, 이승만, 안창호와 같은 기독교를 통한 근대화를 추구했던 사람들이다. 이들은 기독교 병원, 기독교 학교, 기독교 시민단체들을 중심으로 활동하였다. 그 중심에 교회가 있었다.

해방과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이같은 상황은 더욱 강화되었다. 일제가 망한 그 자리에 교육, 의료, 복지를 담당할 수 있는 것은 기독교였다. 기독교인들은 수많은 대학과 중고등학교를 세웠다. 해방 후 선교사들이 새로 세운 대학은 서울여대, 한남대, 계명대, 목원대, 관동대, 삼육대 등이 있고, 이외에 기독교인들이 세운 대학은 경희대, 한양대, 건국대, 중앙대, 명지대 등이 있었다. 아울러서 중고등학교의 숫자는 헤아릴 수 없이 많았다. 해방과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선교사들은 성경구락부를 만들었고, 이것이 정식 중고등학교로 발전하였다. 아울러서 월남 피란민들은 자유민주주의를 건설하기 위해서는 학교를 세워야 한다고 생각하고 수 많은 사립학교들을 만들었다. 그리고 이런 학교에서는 정규 과목 외에 예배와 성경을 가르쳤다. 학교는 기독교가 이 땅에 뿌리를 내리는 중요한 기회를 제공하였다.

하지만 한국사회가 발전하면서 중학교가 의무교육이 되었고, 따라서 추첨제가 실시되었다. 이런 과정에서 한국의 종교교육은 자율성을 잃어버리고, 국가의 교육제도에 편입되게 되었다. 아울러서 고교평준화가 진행되었고, 이것은 고등학교가 학생선발권을 갖지 못하게 만들었다. 따라서 미션 스쿨의 경우에도 정부가 배정해 주는 학생들을 받아서 교육해야 했고, 정부는 미션 스쿨에 국고 보조를 해 주었다. 따라서 미션 스쿨은 사학임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감독 아래 놓이게 되었다. 이런 과정에서 미션 스쿨들이 종래에 가졌던 종교교육은 심각한 위기를 맞이하게 되었다.

현재 사립학교의 종교교육은 심각한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종교교육을 고수해야 한다고 보는 기독교의 입장과 다른 한편으로는 중등교육에서 특정종교교육을 배제해야 한다는 정부의 입장이 심각하게 대립하고 있는 상황이다. 아울러서 이 문제는 학교의 설립 이념을 강조하는 사립학교 재단과 특정종교를 강요하지 말아야 한다는 종교의 자유 사이에 갈등을 내포하고 있다. 따라서 현재 한국교회는 학생들이 먼저 자신들이 종교적인 이유로 배재하는 학교를 선택하고, 그 다음에 추첨하는 선지원 후추첨제도를 실시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학생의 종교선택권과 학교의 종교교육권이 서로 조화될 수 있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서 더욱 중요한 것은 사립학교에서 종교교육을 할 수 있도록 법을 제정하는 것이다. 일본의 경우에 종립학교는 종교교육을 할 수 있도록 법률적인 정비가 이루어졌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 사립학교법에 종교교육에 대한 내용이 담겨져 있지 않으며, 단지 교육법에 공립학교의 경우에 종교교육을 할 수 없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따라서 이 조항을 원용해서 사립학교에서는 종교교육을 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 기독교는 사립학교 가운데 종립학교의 경우에는 종교의식과 종교교육을 할 수 있다는 것으로 내용을 개정하자고 주장하는 것이다. 사실 인류는 오랫동안 '종교'(宗敎)를 가장 높은 가르침으로 인식해왔다. 종교를 교육의 영역에서 배재하는 것은 지극히 근대적인 개념이다.

이같은 문제는 복지기관에도 나타나고 있다. 해방 후 복지기관은 외국 선교기관의 원조로 이루어졌고, 이것은 당연하게 선교와 결부되어 졌다. 하지만 외원이 사라지고, 복지기관이 국가의 지원으로 이루어져야 하는 상황에서 정부와 사회복지계에서는 사회복지의 영역에서 종교적인 성격을 제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부의 보조를 받는 사회복지는 철저하게 사회복지의 차원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 결과 사회복지 기관에서 선교하는 것과 예배를 드리는 행위는 제약을 받게 되고 있다. 아울러서 사회복지 법인의 공적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서 공익이사제도를 채용하고 있다.

현재 한국교회는 수 많은 사회복지 기관을 갖고 있다. 한 통계로는 사회복지 기관의 70%가 기독교인들이 운영하는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런 사회복지가 탈 기독교화해서 더 이상 종교행위를 할 수 없게 된다면 이것은 선교에 중대한 장애를 가져 올 것이다. 따라서 한국 기독교는 기독교복지기관에서 종교활동을 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이것을 위해서 한국 기독교는 두 가지를 정부에 주장할 수 있다. 첫째는 역사성이다. 한국 기독교는 오랫동안 한국의 사회복지를 담당해 왔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 역사성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는 종교와 복지의 관계이다. 다시 말하면 정부가 제공하는 물질적 복지는 종교가 제공하는 정신적이고, 영적인 복지와 잘 조화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복지의 영역에서 종교를 배재하려고 하지 말고, 함께 가려고 해야 할 것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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