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수 교수 기고] 한국교회와 종교의 자유④
본지는 박명수 교수(서울신대 현대기독교역사연구소장)가 지난해 5월 23일 한국기독교학술원에서 발표했던 논문 '한국교회와 종교의 자유-최근 한국 기독교 관련 주요 이슈를 중심으로'를 몇 차례에 걸쳐 연재합니다.
4. 다종교 사회와 복음주의 신앙(종교평화법 제정 문제)
한국 기독교에 있어 종교의 자유가 위축되는 분야는 공직자들에게도 확대되고 있다. 복음주의 개신교는 정교분리의 원칙을 받아들이는 동시에 선교의 자유를 주장하고 있다. 이것은 국가의 힘으로 특정종교를 받아들이게 하는 것은 잘못이지만 개개인이 자신의 신념에 따라서 자신의 종교를 전하는 선교의 자유는 폭 넓게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바로 이런 측면에서 한국 기독교는 직장에 다니는 신자들의 선교열을 자극하였고, 직장마다 신우회를 조직하여 선교를 하도록 했다. 이렇게 해서 조직된 것이 한국직장선교연합회이다. 특별히 정부 각 부처마다 신우회를 만들어서 신자들끼리의 유대와 직장선교를 담당하도록 했다. 이같은 개신교의 움직임은 특히 성시화 운동을 통해서 전개되었고, 성시화 운동의 일부인 홀리클럽에 의해서 구체화되었다. 홀리클럽은 지역의 기독교 지도자급 신자들의 모임으로 친교와 선교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
불교가 기독교의 이같은 움직임에 대해서 민감하게 반응하게 된 것은 90년대 부터였다. 불교의 눈에 기독교는 정교유착으로 선교를 하고 있는 것으로 비춰졌고, 이에 불교는 여기에 대해서 강력하게 반대하기 시작하였다. 불교의 이같은 반발에는, 오랜 역사에도 불구하고 기독교에 공직사회의 주도권을 빼앗긴데 대한 피해의식도 깊게 자리잡고 있다. 특별히 여기에 불을 지핀 것은 2004년 이명박 당시 서울시장이 한 기독교 집회에서 "서울을 하나님께 봉헌한다"는 봉헌서를 낭독한 것이었다.
그 뒤 불교계는 집요하게 공직자의 종교편향에 대해서 문제를 삼았고, 이명박정부는 2008년 공무원법에 공직자의 종교차별 금지항목을 삽입했다. 더 나아가서 문광부 내에 "공직자 종교차별 금지센터"를 만들어서 운영하고 있다. 이 신고센터는 처음에는 많은 신고가 있었지만 최근에는 잠잠하다. 하지만 이같은 공직자의 종교차별금지에 대한 교육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최근에도 인천시에서는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종교차별 예방과 종교 중립"에 관한 직무수행 강좌를 개최하였다.
이같은 정부의 조치는 공직자의 종교의 자유의 범위가 어디까지인가에 대한 논의로 이어졌다. 하지만 불교가 문제삼는 대부분의 사례는 법률적으로 개인의 종교의 자유에 해당되는 것으로 판명되었다. 하지만 각 부처마다 공직자 종교차별교육이 이루어지는 상황에서 기독교 공무원들은 위축될 수밖에 없었고, 정부부처 대부분에 존재하던 신우회는 문을 닫게 되었다. 이것은 기독교선교에 매우 중대한 위축을 가져왔다.
불교와 기독교는 한국이라는 종교시장을 놓고 서로 경쟁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있고, 여기에서 기독교는 공세적인 전도를, 불교는 수세적인 방어를 하게 되었다. 이것의 전형적인 경우가 땅 밟기이다. 일부 기독교신자들이 선교를 영적 전쟁이라고 이해하면서 사찰에 가서 땅 밟기 기도를 했으며, 이것이 문제가 되어 불교에서는 기독교의 공격적인 선교횅위를 규제하는 소위 종교평화법, 혹은 종교차별금지법을 제정하려는 시도를 하게 되었다.
지난 2012년 대통령선거를 통해서 불교가 이를 후보들에게 강력하게 요청하였고, 여기에 대해서 박근혜 후보와 문재인 후보는 다같이 지지 입장을 보였다. 박근혜 후보는 불교계에 "증오범죄처벌법" 제정을 약속했다. 단 종교간의 협의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여기에 비해서 문재인 후보는 보다 적극적이었다. 종교편향은 한국사회의 중요문제이며, 자기가 당선이 되면 이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겠다는 약속을 했다. 현재 종교차별금지법은 본격적으로 논의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언제든지 수면위로 부상할 가능성이 있다.
한국 복음주의 기독교는 한편으로는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해야 한다는 분명한 선교의식과 다른 한편으로는 대한민국의 평화가 종교로 인해서 깨어져서는 안 된다는 두가지 입장을 동시에 갖고 있다. 복음주의 기독교는 그리스도의 유일성을 믿는 분명한 입장을 갖고 있으면서, 복음은 상대방을 강제로 개종시켜서는 안 되고 참된 신자는 그리스도를 인격적으로 만남으로써 이루어진다고 믿는다. 사실 개신교 선교는 처음부터 천주교와 달리 강제적인 방법을 동원하지 않고, 교육이나 의료, 그리고 개인전도와 같은 설득을 통해서 시행되어 왔다. 따라서 기독교의 선교가 강제력을 통해서 이루어진다면 그것은 복음주의적인 원칙과는 어긋나는 것이다. 따라서 복음주의 기독교는 종교로 인해서 평화를 해치지 않으면서 동시에 선교를 할 수 있는 이론적 근거를 갖고 있다고 본다.
5. 전통윤리와 동성애(성적지향에 대한 차별금지법)
전통적인 선교 자유의 침해는 다른 영역에서도 전개되고 있다. 미국의 전통적인 복음주의 기독교는 가정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다. 이것은 청교도의 전통을 이어 받은 미국 기독교의 특징이다. 가정을 보호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성적 순결이며, 낙태의 금지이다. 미국 기독교는 혼전순결과 낙태반대를 위해서 투쟁해 왔다. 한국 기독교는 전자에 대해서는 엄격했지만 후자에 대해서는 정부의 산아제한 정책에 호응하여 묵인해 왔다. 그러나 최근에 낙태반대연합을 중심으로 복음주의 기독교가 낙태반대운동에 적극적이다. 이같은 운동은 기독교 내에서 일어나고 있는 다양한 가족회복운동(예를 들면 아버지 학교)의 일환으로 벌어지고 있다.
하지만 최근 한국교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가장 중요한 윤리적인 이슈는 동성애에 관한 것이다. 동성애는 원래 미국사회에서 매우 뜨거운 이슈였다. 미국 주류사회가 동성애를 인정하고, 동성간의 결혼을 합법적인 것으로 받아들이는 것을 보면서 미국의 한인기독교는 이것을 매우 우려했다. 특별히 많은 한인 기독교회는 미국의 주류 기독교가 동성간의 결혼을 합법화하는 것을 보면서 전통적인 윤리에 대해서 많은 우려를 하게 되었다. 사실 한국에도 동성애에 관한 논쟁이 불고 있었지만 미국의 한인 기독교인들의 우려가 한국 기독교로 하여금 이 문제에 대해서 더 깊은 관심을 갖게 만들었다고 본다.
1990년대 후반 김대중 정권은 국가인권위원회를 만들었고, 국가인권위원회 법에 의하면 성적 지향에 대한 차별은 성, 종교, 직업 등과 같이 "평등권 침해의 차별 행위"로 규정되고 있다. 이것은 국가인권위원회가 종교, 성별, 인종 등에 따른 차별금지를 언급하면서 여기에 성적 지향을 포함시켰기 때문이다. 성적 지향에 따른 차별금지란 이성관계이든 동성관계이든 그것은 개인의 취향이기 때문에 이것을 가지고 차별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동성애에 관한 논쟁이 한국사회에서 본격적으로 벌어지게 된 것은 2008년 국가인권위원회가 차별금지법을 제정하여 동성애를 차별하는 행위를 처벌하려는 시도 때문이다. 국가인권위원회는 법무부에 차별금지법을 만들 것을 요구했고, 여기에 따라서 법무부는 국회에 법안을 제출하였다. 하지만 기독교계의 반대 때문에 통과되지 못했다. 그 다음에도 다시 차별금지법 제정을 시도했지만 기독교의 반대로 법무부는 제안을 철회하였다. 하지만 여전히 차별금지법 논쟁은 끝난 것이 아니다.
이같은 동성애에 관한 논쟁은 군대 내의 동성애 처벌에 관한 논쟁으로 발전하였다. 일부 진보단체들이 군대 내의 동성애자 처벌 조항의 합헌여부를 헌법재판소에 제기하였다. 그런데 여기에 대해서 2011년 봄 동성애자들에 대한 현재 한국사회의 인식에 비추어 볼 때 이 처벌은 합헌이라는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최근에 일부 진보정당의 국회의원들에 의해서 군대 내의 동성애자들에 대한 처벌 규정을 삭제하려는 군형법 개정안이 발의되었다. 이것은 앞으로 한국사회가 동성애를 어떻게 규정할 것인가에 대해서 중요한 풍향계가 될 것이다.
국가인권위원회는 각 시도 교육위원회에 학생인권 조례를 만들어서 성적 지향에 따른 차별금지를 학생들에게 가르치도록 했다. 여기에 호응하여 각 지방의 진보적인 교육감들은 인권조례를 만들어서 동성애를 합법화하려고 했다. 기독교를 비롯한 보수단체에서 여기에 강력하게 반대했음에도 불구하고 서울을 비롯한 몇 개의 지방자치 교육위원회가 인권조례를 통과시켰다. 현재 이 문제에 대해서 진보단체와 보수단체의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
한국 기독교는 동성애차별금지법을 제정하지 못하게 하는데 모든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아마도 몇몇 진보 기독교를 제외하고는 대다수의 한국교회가 거의 여기에 동참하고 있다고 말 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 기독교는 각종 선거에서 동성애를 중요 이슈로 삼았다. 그래서 2012년 대동령선거 당시 보수적인 새누리당의 박근혜 후보는 동성애에 대한 반대의 입장을 분명히 했고, 진보적인 민주통합당의 문제인 후보 측에서도 교계의 입장에 공감한다는 의견을 보였다. 또한 2016년 국회의원 선거에서 한국기독교는 동성애 반대를 내세우며 기독교자유당을 창당해서 비례대표를 뽑아서 국회에 보내도록 총선에 임하기도 했다. 비록 기독자유당이 국회위원을 당선시키는데에는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한국교회의 동성애 반대에 대한 열기는 뜨거웠다. 2016년 총선에서 동성애를 어느 정도 이슈화하는데 성공하였다고 말 할 수 있다.
한국교회가 동성애 차별금지법과 관련해서 우려하는 것은 두 가지 차원에서이다. 첫째는 동성애가 성서와 인류사회에서 용납할 수 없는 윤리라는 점이다. 기독교는 이같은 보편적인 윤리의 수호자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둘째는 표현의 자유에 관한 것이다. 차별금지법이 통과되면 동성애가 죄라고 말 할 수 없으며 형사적인 처벌을 받게 된다. 이것은 하나님의 말씀을 전해야 하는 성직자에게는 심각한 위협이 아닐 수 없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