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하고 담대하라. 너는 내가 그들의 조상에게 맹세하여 그들에게 주리라 한 땅을 이 백성에게 차지하게 하리라" (수 1:6)
'여호수아'라는 이름은 "여호와는 구원이시다"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에브라임 지파에 속한 눈의 아들이었던 여호수아의 본명은 '구원'이라는 의미의 호세아였다(민13:8; 신 32:44). 그런데 모세는 그를 자신의 수종자로 삼으면서 '여호와'가 더해진 여호수아라는 새 이름을 지어주었다(민 13:16). 젊은 시절부터 여호수아는 모세의 마음에 들만큼 신앙이 깊고 맡은 일에 충성을 다하는 인물이었다. 여호수아의 깊은 신앙은 가나안 땅 정탐을 마치고 나서 갈렙과 함께 신앙에 근거한 긍정적인 보고를 한 것에서도 찾아 볼 수 있다. 그런 신앙 때문에 여호수아는 갈렙과 함께 가나안에 입국한 단 두 명의 출애굽 제1세대가 되었다.
여호수아는 신앙의 인물이면서도 전쟁에 능한 훌륭한 용사였다. 여호수아가 용사로서의 탁월한 능력을 나타내기 시작한 것은 르비딤에서 벌어졌던 아말렉과의 전투에서였다(출 17:8-16). 그 후로도 여호수아는 가나안을 향하여 나아가는 과정에서 여러 차례 전투를 치렀다. 미디안 족속과의 전투를 비롯하여 요단 동편 땅에서 아모리 족속의 두 왕과의 전투는 모두 여호수아가 주도하여 이긴 전쟁이었다. 전쟁과 관련하여 여호수아와 모세와의 관계는 특별했다. 비록 전쟁터에 나가 직접 싸운 인물은 여호수아였지만, 전쟁을 승리로 이끈 실제 주역은 모세였다. 그것은 아말렉과의 전투에서 이스라엘의 승리는 전적으로 모세의 기도에 근거하였기 때문이다. 모세가 손을 들고 기도하면 여호수아가 승전을 거두었지만, 모세의 손이 피곤하여 내려오면 그것은 곧 이스라엘의 패배로 이어졌다. 그래서 전투가 끝날 때까지 아론과 훌은 모세의 양 손을 받쳐줌으로 더 이상 내려오지 않게 하였다.
모세의 기도에 힘입어 여호수아가 수행했던 전쟁을 가리켜 '여호와 전쟁'이라고 부른다. '여호와 전쟁'은 전쟁의 주도권이 여호와께 있음을 의미한다. 곧 여호와는 이스라엘을 대신하여 싸우시는 전쟁의 용사이시다. 전쟁에 참여하는 이스라엘은 자신의 힘으로 싸우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싸우심에 순종하며 동참할 뿐이다. 그러기에 전쟁에 나서는 이스라엘에게 요구되는 것은 오르지 하나님을 믿는 신앙이다. 하나님께 집중하지 못하거나 전쟁의 두려움 때문에 마음이 흔들리면, 여호와 전쟁을 제대로 수행할 수가 없다. 하나님께서 전쟁에 임하는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겁내지 말며 두려워 말며 떨지 말며 그들로 인하여 놀라지 말라"(신 20:3)고 명령하셨다. 그리고 새 집을 짓고 낙성식을 거행하지 못한 자, 포도원을 만들로 그 과일을 먹지 못한 자, 여자와 약혼만하고 정식 결혼을 못한 자, 심지어는 두려워서 마음에 겁을 내는 자는 모두 집으로 돌려보내라고 하시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신 20:5-8). 두려워하거나 집안일로 정신을 빼앗기면 여호와께서 주도하시는 전쟁을 망치게 된다.
모세가 죽은 후 가나안 점령을 눈앞에 둔 이스라엘의 최고 지도자 여호수아에게 하나님께서 거듭하여 당부하신 것도 "마음을 강하게 하고 담대히 하라"(수 1:6, 7, 9)였다. 그것은 앞으로 여호수아가 수행할 전쟁이 세속적인 정복전쟁이 아니라 거룩한 여호와 전쟁임을 보여준다. 모세에게 함께 하였던 것 같이 여호수아를 떠나지 않고 버리지 않겠다고 약속하신 하나님은 율법책을 그 입에서 떠나지 않게 하고 주야로 그것을 묵상하며 그 내용을 지켜 행할 것을 명령하셨다(수 1:8). 살벌한 전쟁터에서 신앙을 굳건히 지키는 길은 곧 하나님의 약속과 말씀에 집중하는 것이다.
구약시대의 여호와 전쟁은 오늘 우리들이 겪고 있는 영적 전쟁의 모형이다. 영적 전쟁에 임하는 우리들에게 하나님은 여전히 마음을 강하게 하고 두려워 말 것을 당부하신다. 그리고 하나님의 약속과 말씀을 주야로 묵상하며 지켜 행할 것을 명령하신다. 그것이 영적 전쟁에서 승리하는 유일한 길이기 때문이다. 능력으로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는 세상을 이기신 우리의 용사이시며, 세상 끝 날까지 우리와 함께 하시는 영원한 주님이시다.
권혁승 교수(서울신대 구약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