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원받는 의심은 믿음의 도움으로 오직 자신만을 의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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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에르케고어의 선물 (4)] ‘의심’은 어떻게 치료할 수 있는가?

▲이창우 목사. ⓒ크리스천투데이 DB

▲이창우 목사. ⓒ크리스천투데이 DB

키에르케고어의 '선물' 개념을, 키에르케고어 전문가 이창우 목사님이 야고보서의 저자 야고보 사도의 목소리로 들려 드립니다. -편집자 주

온갖 좋고 완전한 선물은 위로부터 빛들의 아버지로부터 옵니다(약 1:17). 사실, 저는 이 말씀을 믿기 어려웠습니다. 수많은 박해를 받아야 했고,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야 했고, 수많은 사람들이 가족과 헤어지고 동굴 속에 갇혀 지내야 했습니다. 세상에서 완전히 버린 자처럼 살아 갈 수밖에 없는 삶을 어떻게 선물로 받을 수 있겠습니까? 그래서 이 말씀을 의심했던 겁니다.

제게 인생에서 제일 힘든 과제가 무엇인지 묻는다면, 저 야고보 사도는 과감하게 말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우리가 처한 현실을, 우리가 처한 고난을 '선물'로 받는 겁니다. 저의 경험을 말씀드리는 것뿐입니다. 많이 의심했던 제가 말입니다. 의심하는 자는 자는 마치 바다 물결에 요동치는 물결과 같지요. 두 마음을 품어 모든 일에 정함이 없습니다. 주님께서 주시는 어떤 선물도 받을 수가 없습니다(약 1:6-8).

어떻게 하면 의심을 제거할 수 있을까요? 무엇보다 여러분들은 '미스터 의심 씨'의 친구가 되지 말아야 합니다. '미스터 의심 씨'와 싸우지도 마십시오. 아픈 환자에게 잘 듣는 약을 잘 관리한다고 해서 병을 치료할 수 있는 것이 아니듯이, '미스터 의심 씨'가 좋아하는 정보를 아무리 많이 공급해도 의심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따라서 의심이 좋아하는 정보를 공급하지 못한다 해서 의심을 멈출 수 없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믿음의 말씀은 의심과 대항하여 싸우지 않습니다. 제가 조금 더 완전한 길을 보여준다면, 우리는 의심과 싸워야 하는 존재가 아니고 의심에 대하여 죽어야 하는 존재들입니다. 이것이 선하고 완전한 선물을 받는 방법 중 하나입니다. 다시 말해, 완전한 선물을 받기 위해서는 의심에 대해 죽어야 하는 것이지요.

제가 여러분들에게 설명하고 있는 선물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주고받는 선물이 아닙니다. "선하고 완전한 선물"이지요. 선함과 완전함은 위로부터 빛들의 아버지로부터만 오는 것이고요. 선함과 완전함이 위로부터 오는 것이 맞다면, 사람에게서는 하나님 한 분만을 필요로 하는 것은 사람 편에서의 완전성이지요.

옛날에 한 이방인 현자가 있었습니다. 그는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신들은 축복을 받은 것이네. 왜냐하면 신들은 아무것도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이지. 그러니 우리도 겸손하게 살아야 한다네. 의복은 단 한 벌이면 충분해. 음식도 영양 공급을 위해서만 먹어야 한다고. 부와 명예는 경멸해야 해. 음식은 채소만 먹고 물은 찬물만 마셔야 한다고. 거주할 곳도 텐트나 초라한 지푸라기만 모아도 좋지."

그가 이렇게 말했더니 그 옆에 항상 현명한 사람들이 따라 다녔답니다. 왜냐하면 이 현자는 적은 양만을 필요로 했기 때문이지요.

무엇이 완전성일까요? 많이 가진 자가 더 완전한 자인가요, 더 적을수록 완전한 자인가요? 도대체 사람은 얼마나 많은 것을 갖기 위해 노력해야 완전해지는 걸까요?

그러나 제가 감히 말씀드립니다. 선물에서 사람들의 일반적인 생각은 완전히 전복됩니다. 심지어 이방인의 현자도 아직 알지 못했던 것이 있었습니다. 즉, 사람 편에서 하나님 한 분만을 필요로 하는 것, 바로 이것이 사람 편에서의 완전성이지요.

갈증이 물이 있다는 증거라면, 영원자에 대한 갈증은 하나님이 계시다는 증거이지요. 점점 더 하나님에 대한 갈증이 많아지는 것, 그래서 세상 어떤 것보다 하나님 한 분만 필요하다는 것, 그래서 환경과 상황을 초월하여 하나님 한 분만으로 자족하기를 배우는 것, 그만큼 우리가 주어진 현실을 그대로 하나님이 주신 선물로 수용하는 것, 이것이 더욱 완전성에 이른 것 같지 않습니까? 이것이 더욱 좋은 삶, 선한 삶은 아닌지요?

따라서 "하나님의 은혜에 자족하라"는 말씀은 지상의 결핍과 괴로움이 가득할 때마다, 삶이 더욱 힘들고 고단해질 때마다, 주어진 환경과 처지를 떠나 하나님께 감사한 자들에게 위로를 선물로 주었던 겁니다. 바로 그때, 하늘의 언어는 세상의 언어가 이해할 수 없는 방식으로 말을 걸어옵니다.

"하나님을 필요로 하는 것이 부끄러운 게 아니야. 오히려 그게 완전한 것이지. 사람이 하나님에 대한 필요도 모른 채 살아간다면, 이 세상에 모든 슬픔 중에 가장 슬픈 것이지."

다시 말씀드리지만, 하나님을 필요로 하는 것, 이것이 온갖 좋고 완전한 선물을 받기 위한 조건임을 명심하십시오. 가장 깊은 인생의 수렁에 빠질 때, 더더욱 오직 하나님을 필요로 하는 자가 되십시오. 게다가, 인생의 수렁을 감사함으로 받으십시오. 바로 이것이 '미스터 의심 씨'의 우정을 거절할 수 있는 길이니까.

만약 조금이라도 의심하고 '미스터 의심 씨'를 끌어 들인다면, 가장 명확했던 이 말씀이, 변함도 없고 회전하는 그림자 없었던 하나님이, 그림자가 될 것입니다. 깊은 밤중의 안개가 될 것입니다.

이 말씀에 그림자가 생기지 않도록, 환경을 보지 마시고 저 하늘을 보십시오. 선하고 완전한 선물은 위로부터 오니까. 굽이치는 바다를 바라보면 배 멀미를 할 수 밖에 없지만, 저 하늘을 바라보면 칠흑 같은 어두움에도 항해를 할 수 있으니까.

바로 그때, 하늘은 단 한 가지의 의심만을 할 수 있도록 허락합니다. 단 한 가지의 의심. 영원의 명확성 위에 서서, 바로 그 발판을 딛고 서서, 의심하라는 겁니다. 곧 자기 자신을, 자기 자신의 힘과 능력을 의심하라는 겁니다. 그러면, 더욱 더욱 하나님을 필요로 하는 자가 될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의 힘과 능력이 완전히 쓸모없는 것이 되도록 합시다. 그러면 더욱 하나님을 찾는 자들이 될 것입니다.

그러므로 의심에 대하여 결론을 맺는다면, 다음과 같습니다. "잘못된 의심은 자신을 제외한 모든 것을 의심하는 반면, 구원받는 의심은 믿음의 도움으로 오직 자기 자신만을 의심한다."

/이창우 목사(키에르케고어 <스스로 판단하라> 역자, <창조의 선물>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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