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승 칼럼] 여리고 정탐이 주는 의미와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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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호수아서 연구(3)

▲권혁승 교수 ⓒ권혁승 교수 블로그

▲권혁승 교수 ⓒ권혁승 교수 블로그

"눈의 아들 여호수아가 싯딤에서 두 사람을 정탐꾼으로 보내며 이루되 가서 그 땅고 여리고를 엿보라 하매 그들이 가서 리합이라 하는 기생의 집에 들어가 거기서 유숙하더니" (수 2:1)

여호수아는 가나안 정복을 앞두고 두 명의 정탐꾼을 여리고로 보냈다. 여호수아는 왜 곧바로 가나안 땅을 쳐들어가지 않고 정탐꾼을 보냈을까? 가나안 정복을 약속하신 하나님에 대한 신뢰가 부족해서였을까? 여기에서 여리고 정탐이 주는 의미와 교훈을 찾을 수 있다.

(1) 전쟁의 승패를 쥐고 계신 하나님께서 여호수아에게 가나안 정복을 분명하게 약속하셨다. 그러나 그 일이 어떻게 이루어질 것인가에 관하여는 명확한 지시가 없었다. 구체적인 것은 여호수아의 손에 맡겨져 있었다. 전쟁의 지도자로서 여호수아는 올바른 전략을 수립해야 했고, 그것을 위하여 적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수집할 필요가 있었다. 그런 점에서 여리고 성에 대한 정탐은 필수적이었다.

(2) 하나님께서 여호수아에게 정탐을 지시하지는 않으셨다. 그러나 그것은 모세가 명령한 율법을 철저히 지키라는 말씀 속에 담겨져 있는 내용이다. 하나님께서는 여호수아에게 '강하고 담대하라'는 격려의 말씀과 더불어 모세의 율법책을 주야로 묵상하며 그 안에 기록된 모든 것을 지키라고 하셨다(수 1:7-8). 하나님께서 모세에게 주신 말씀 가운데에는 정탐꾼을 보내어 가나안의 사정을 알아보라는 명령도 포함되어 있다(민 13:1-2). 그런 점에서 여호수아가 정탐꾼을 파견한 것은 모세에게 준 하나님의 지시를 받아들인 것이 된다.

정탐꾼들을 파견하는 일과 관련하여 여호수아는 두 가지 점에서 이전의 모세와는 달랐다. 첫째는, 정탐꾼 파견이 비밀리에 이루어진 점이다. 모세는 가나안 정탐을 공개적으로 실시하였다. 그래서 열두 지파에서 각각 한 명 씩의 대표자를 선발하였고, 정탐 후에는 전체 백성들 앞에서 그 결과를 보고하게 하였다. 그러나 모세가 공개적으로 실시한 정탐은 국론의 분열을 초래하였고, 그로 인하여 가나안 입국은 40년이나 지연되었다. 여호수아는 모세의 잘못된 전례를 반복하지 않았다. 그는 비밀리에 정탐꾼을 파견하였다. 하나님의 일이 때로는 은밀하게 진행될 필요도 있다. 느헤미야도 성벽 재건의 전략을 세우기 위하여 아무도 모르게 예루살렘 성 주변을 순찰한 적이 있다(느 2:12). 두 번째는 지파별 안배 없이 자신의 측근 중에서 직접 정탐꾼을 선발한 점이다. 전쟁에는 치밀한 작전을 수립하는 것과 그것을 주도면밀하게 수행할 필요가 있다. 그렇게 하려면 일사분란하게 움직일 수 있는 명령 지휘 계통이 세워져야 한다. 두 명은 일의 효율성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최소한의 인원이다. 성경은 재판에서 효력을 발휘할 수 있는 증언도 최소한 두 명의 증인에 의한 것이어야 함을 강조한다(신 19:15).

(3) 정탐꾼들이 살펴본 내용은 여리성의 외적인 요인들이 아니라 여리고성 사람들이 지니고 있는 심리적 상태였다. 그런 점은 라합의 증언을 통하여 잘 드러나 있다. 겉으로는 태연한 척하고 있지만 실제는 너무도 두려워한 나머지 간담이 녹고 정신을 잃을 정도였다.(수 2:9-11) 특히 홍해를 마르게 한 일과 아모리의 두 왕 시혼과 옥을 전멸시킨 일 등은 여리고 백성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주었다. 그런 사건들은 여리고 사람들로 하여금 여호와께서 천지의 유일하신 참 하나님이심을 믿게 만들었다. 라합과 그의 가족은 그런 위기 속에서 용감하게 여호와의 신앙을 선택한 최초의 개종자자들이었다. 정탐꾼들이 돌아와 여호수아에게 보고한 내용도 "여호와께서 그 온 땅을 우리 손에 주셨고 그 땅의 모든 주민이 우리 앞에서 간담이 녹아있습니다"였다(수 2:24).

여호와의 전쟁은 우리에게 승리가 보장된 싸움이다. 그러나 구체적인 승리는 우리들에게 맡겨져 있다. 그래서 지혜롭게 전략을 세워 하나님의 승리를 우리의 것으로 삼아야한다. 예수님께서도 뱀처럼 지혜로울 필요를 강조하셨다. 그 길은 하나님의 말씀에 따라 순종하며 사는 것이고 믿음으로 앞서 이루어 놓으신 하나님의 승리를 거두어들이는 것이다.

권혁승 교수(서울신대 구약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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