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태 칼럼] 어린이 주일을 맞아... 자녀, 그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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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태 목사(성천교회 담임).

▲김병태 목사(성천교회 담임).

요즘 집에 들어가면 쓸쓸함을 느낀다. 오밀조밀 키우던 세 아이들이 어느덧 다 성장해서 엄마 아빠 품을 훌쩍 떠나버렸다. 큰 딸은 호주로, 둘째 아들은 학교 근처 자취로, 막내딸은 싱가폴로. 새벽기도 마치고 집에 들어가면 한 번씩 들여다보던 방이 휭하니 비어 있어 쓸쓸한 마음이 문득 찾아온다. 그러나 이게 나에게 다가온 또 다른 현실이다. 사랑하는 자녀들마저도 내 곁을 떠나는 현실.

부모가 젊은 시절, 자녀들이 어린 시절은 다들 먹고 살기에 바쁘다. 뒤를 돌아볼 겨를도 없이 정신없이 분주하게 달린다. 아이들 뒤치다꺼리 하느라 피곤하고 지친다.

그런데 세월이 지나서 되돌아보니 아쉬운 게 있다. 가족들과 함께 한 시간이다. 어느 날 혜린이가 나에게 물었다. "아빠는 우리를 키우면서 가장 아쉬운 게 있다면 뭐가 있어?" "응~ 너희들과 시간을 많이 갖지 못한 게 아쉬워."

사실 그렇다. 큰 아이가 초등학교 5학년 때 성천교회를 부임했다. 10년 넘도록 가족 나들이를 제대로 한 기억이 없다. 아이들도 어린 시절의 추억이 그리 많지 않다고 한다. 조금은 여유를 가질 때가 되자, 아이들과 함께 할 시간 맞추는 게 어려워졌다. 그러다 이제는 아이들이 엄마 아빠 품을 떠나는 때가 왔다.

오늘 가족들과 함께 하는 생애가 더 없는 축복이요 아름다움이다. 머지 않아 우리에게도 더 이상 함께할 수 없는 시간들이 성큼 다가오리라. 예측하기 싫지만.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그래도 현실일 수밖에 없는 그 어느 때. 그때가 오기 전, 오늘 하나님이 내 곁에 허락하신 가족들과 함께 웃을 수 있고, 함께 울 수 있으면 더 없는 행복이리라.

큰 욕심도 없이, 거대한 바람도 없이, 과도한 기대도 없이, 그저 그들이 내 곁에 있는 것으로 만족하며. 그들과 함께 보낼 수 있는 시간을 주신 하나님께 감사하며. 그들의 온기와 체취를 느낄 수 있는 것에 만족하며. 후회하는 그 날이 오기 전에 함께 하는 시간을 놓치지 않으리.

어린이날을 앞두고 한 번쯤은 점검할 게 있다. '자식 농사 잘 지어야 한다'는 말이 있다. 사실 최고의 농사는 자식 농사이다. 그러나 '무자식 상팔자',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 없다'는 말도 무시할 수 없다. 이상과 현실 사이의 딜레마가 있다는 게다.

성경에서도 자녀는 '하나님이 주신 기업'이요, '하나님이 주시는 상급'이라고 말씀한다(시 127:3). 젊어서 낳은 자녀는 '장사의 수중의 화살'과 같은 든든한 보호막과 방패막이가 된다(4). 그래서 자식이 가득한 자는 복이 있다(5). 연로한 자가 기소를 당했을 때, 건장한 자녀가 있는 것과 없는 것은 엄청난 차이가 있다. 든든한 아들이 많은 경우에는 억울하게 수치를 당하는 일이 거의 없다.

그러나 자녀가 부모에게 고통과 아픔과 수치를 안겨 줄 수도 있다(잠 19:13). 연로한 부모에게 자식은 '든든한 방패막이'가 될 수도 있지만, '부모 가슴을 향해 쏘는 화살'이 될 수도 있다. 홉니와 비느하스는 아버지인 엘리 제사장과 그 가문에 엄청난 수치를 갖고 왔다. 자식 때문에 평생 가슴 아픈 일이 일어날 수도 있다. "호적에서 파버린다. 안 보고 살면 되지!"라고 말하지만, 그게 어디 가능한 소린가?

그렇다면 중요한 것은 자녀를 잘 양육하는 것이다. 자녀를 잘 양육하면 더없는 영광이 되니까. 이제 자녀를 잘 양육하기 위해 몇 가지 점검하고 싶은 게 있다.

첫째, 하나님을 경험하는 자녀로 양육해야 한다. 세상적으로 훌륭한 인물로 길러내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신앙적인 자녀로 기르는 게 더 중요하다. 영적인 자녀로 양육하기 위해 '어려서부터' 하나님의 말씀을 부지런히 가르쳐야 한다(잠 22:6) 교회 다니는 것으로 만족하지 말고, 성령으로 새롭게 태어나 하나님을 경험하는 자녀가 되도록 도와야 한다.

둘째, 실력과 능력보다 인격과 성품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 요즘 시대가 어렵다 보니 배우자감으로 '능력 있는 사람'을 찾는다. 특출한 실력과 능력을 가진 사람도 좋지만,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고 소속된 공동체에 유익을 줄 수 있는 사람으로 키워야 한다. 아무리 능력 있고 실력 있는 사람이어도, 인격과 성품을 갖추지 않으면 공동체에 유익을 주지 못한다. 하나님이 주신 재능을 극대화해서 남을 섬기는 데 사용토록 바른 마음과 정신을 심어주어야 한다.

셋째, 돈 때문에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을 잃어버리지 말아야 한다. 힘든 세상을 살다 보면 돈 버는 기계로 전락해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그게 가족들을 위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먼 훗날 돈 버는 기계로 살아왔던 자신을 스스로 후회한다. 가족들도 그런 아버지와 남편을 내팽개친다. 일 중심으로 살아왔던 많은 사람들이 세월이 흐른 뒤에 후회한다. 가족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을 갖지 못한 것 때문에.

넷째, 나도 모르는 삶의 흔적이 남을 수 있다. 부모로서 자녀에게 상처를 주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게다. 스스로 자녀에게 상처를 주지 않고 잘 양육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런데 우리 자녀들은 상처를 받고 있다. 자녀에게 아픈 상처의 흔적을 남기고도 자신은 모를 수 있다.

혹시 자녀에게 아픈 상처의 흔적을 남겼다면 진심을 담아 사과해야 한다. 사람들은 상대방에게 문제 있고, 자신에게는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며 사는 경향이 있다. 자녀가 가진 문제를 잘 본다. 그런데 정작 자신에게 문제 있을 수가 있다.

다섯째, 자식에게 물려줄 유산을 점검해 봐야 한다. 부모로부터 유산을 물려받는 것은 큰 복이다. 그러나 물질적인 유산 때문에 형제간 다툼이 일어나고, 가족들을 버리는 경우도 많다. 더 중요한 것은 정신적 유산이다. 강인하고 건강한 정신을 물려주려고 애써야 한다. 어쩌면 고생이 인생의 큰 자산일 수 있다.

더 중요한 유산은 바로 영적 유산이다(딤후 1:5). 우리 안에 있는 거짓 없는 믿음이 후손들에게 전수되게 해야 한다. 우리 후손을 이 세상을 살다가 끝마치는 존재가 아니라, 영원한 나라를 물려받는 존재로 만들어야 한다.

'육신적 세계'를 위해 투자해 주는 부모가 있다. 그러나 '정신적 세계'를 위한 투자, 더 나아가 '영적인 세계'를 위해 투자해 주는 부모가 되어야 한다. 그런 면에서 부모는 자식들을 위해 '눈물을 담은 기도'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나는 세 아이들을 양육하면서 '나'를 발견하고, '나'를 훈련하는 시간들이 되었다. 자녀를 양육하면서 내가 얼마나 부족한 지를 발견했다. 더구나 하나님의 마음을 많이 알아갔다. 그러면서 육신적 부모의 한계도 느끼고 인정했다.

모세의 부모는 '남자아이가 태어나면 나일 강에 던지라'는 애굽 왕의 명령을 어기면서 모세를 낳고 집에서 숨기고 살았다. 위험한 선택이었다. 그러나 자식을 위해서는 위험한 도박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런데 숨기는 것도 한계가 있다. 3개월 후 결국 나일강에 띄워야만 했다. 그때부터는 하나님께 전적으로 맡겨야만 했다.

사실 자녀 양육은 '자신 없는 일 중 하나'이다. 마음대로, 생각대로 안 되는 일이 많은 게 인생이지만, 그 중의 하나가 바로 자녀 양육이다. 그래서 부모는 하나님의 도우심을 간구해야 한다.

자녀 양육을 위해 최선을 다하되, 그 이상은 전적으로 하나님께 맡겨야 한다. 너무 고민하고, 너무 아등바등할 필요는 없다. 이렇게 하는 게 잘 될 수도 있지만, 저렇게 하는 게 잘 될 수도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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