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는 사랑을 길들이는 법을 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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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에르케고어의 선물 (12)] 사랑이 힘을 상실할 때

▲이창우 목사. ⓒ크리스천투데이 DB

▲이창우 목사. ⓒ크리스천투데이 DB

지난 시간에, 사랑이 생존할 수 있는 필수 요소는 헤아릴 수 없는 것, 다함이 없는 것, 무한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사랑이 빚의 무한성의 도움을 받아, 생존 요소 속에 남아 있을 때만 그 힘을 발휘할 수 있지요.

그렇다면, 사랑은 언제 생존 요소에서 벗어나게 될까요? 사랑이 자기 자신에게 집중할 때, 생존 요소로부터 벗어납니다. 다시 말해, 사랑은 비교할 때 생존 요소에서 벗어납니다. 비교에서 자기 자신의 사랑과 다른 사람의 사랑을 비교합니다.

자로 잴 수 없고 무게를 달 수 없는 사랑을 측정 가능한 것으로 대상화하는 것이 사랑을 비교하는 겁니다. 바로 그 때, 사랑은 힘을 상실하고 맙니다. 사랑은 무한한 빚에 남는 것이 아니라, 갚아야 할 할부금이 되고 말지요.

주께서는 우리와 함께 다니실 때, 언제나 "네 이웃을 네 몸처럼 사랑하라"고 강조하셨지요. 그렇다면 우리의 이웃은 누구일까요? 어느 날 스승이 제자들에게 묻습니다.

"언제 새 날이 오느냐?"
"동창이 밝아오면 새 날이 옵니다."
"아니다."
"노고지리 우지지면 새 날이 옵니다."
"아니다."
어떤 제자도 언제 새 날이 오는지 대답하지 못합니다. 그때 스승은 말을 꺼냅니다.

"너희들이 문을 열고 밖을 나가 보라. 그리고 거리에 수많은 사람들이 너희의 이웃으로 보인다면 그 날이 새 날이다."

기독교적으로 올바로 이해하자면, 우리의 이웃은 "지금 눈에 보이는 사람"이라고 정의할 수 있겠습니다. 이렇게 볼 때, 이웃 사랑은 혁명적입니다. 왜냐하면 "매 순간마다" 우리의 이웃은 바뀌어야 하고, 그 사람에게 다함이 없는 선물로 사랑을 실천해야 하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사랑을 비교할 때,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비교를 통해 상실하는 것은 "순간"입니다. 사랑해야 할 순간을 상실하고 맙니다. 사랑하기보다 비교함으로써, 매순간 혁명적으로 사랑을 실천해야 할 순간은 날아가 버리고 맙니다.

이런 의미에서 "지금 눈에 보이는 이웃"에게 실천하는 사랑이란, 마치 화살과 같습니다. 화살이 날아갈 때, 화살이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 자기 자신과 다른 화살의 빠르기를 비교한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화살은 비교를 생각하는 순간, 바로 땅에 떨어지고 말 것입니다. 매 순간 혁명적으로 실천해야 할 사랑을 비교하는 순간, 사랑은 화살이 땅에 떨어지는 것처럼 바로 추락합니다.

비교를 통해 우월해지든 열등해지든, 그것은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기독교적으로 말하자면, 비교 자체가 타락이요, 사랑의 중단이기 때문입니다. 복음을 다 설명할 수 없는 부적절한 예이지만, 이해를 돕기 위해 한 말씀드리겠습니다.

옛날에 왕자가 살고 있었습니다. 그는 일반 평민들과 사귀려는 생각을 했지요. 그래서 몰래 궁궐을 벗어나 그들과 어울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신하가 이 사실을 알게 된 것이지요. 왕자가 먼저 말을 꺼냅니다.

"나는 결코 품위를 잃지 않았소. 나는 그런 사람들 중에서 최고라는 것을 확신시켜 줄 수 있는 방법이 있소."

그러자 신하가 말합니다. "전하, 이것은 오해입니다. 그런 사람들과 사귀는 것 자체가 부적절한 행동이옵니다. 전하께서는 이런 보통 사람들 중에서 으뜸이라는 소리를 듣기만 해도, 조롱처럼 느껴야 할 것입니다. 비교를 통해서 얻게 될 것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비교 가운데 으뜸이 됨으로, 눈곱만큼의 이익도 없습니다. 왜냐하면 비교의 가능성, 그 관계 자체가 이미 잘못된 방향입니다. 왕의 품위는 비교 밖에 남을 때에만 유지될 것입니다."

그리스도인의 사랑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랑은 비교할 때, 모든 것을 잃고 맙니다. "지금 눈에 보이는 이웃"을 사랑한다는 것은, 매 순간마다 계속해서 새로운 과업이 생기는 것을 의미합니다. 무한한 빚의 도움을 받고 있는 혁명적 과업이지요.

그러나 어떻게 사람이 매 순간마다 이런 사랑을 할 수 있겠습니까? 사람이 어떻게 매 순간마다 무한한 빚을 진 상태에서 모든 사람에게 차별 없는 사랑을 베풀 수 있습니까? 어떻게 모든 사람에게 사랑을 거저 주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빚을 진 상태로 살아가는 겁니까?

말도 안 됩니다. 세상에서는 빚을 갚는 것이 의무입니다. 그런데 이런 식으로 빚을 지는 것이 의무라니요. 이 사랑은 마치 말을 타고 있는 기수가 말을 지치게 하는 것이 아니라, 말이 너무 사나워 말 탄 기수를 지치게 하는 것과 같군요.

좋습니다. 그렇다면, 사도의 권위로 제가 한 말씀 드리겠습니다. 기독교는 마치 말을 길들이는 법을 잘 알고 있는 강인한 카우보이가 말의 사나움을 감탄하는 것이 아니라, 그 말이 사나워야 한다고 말하는 것과 같습니다. 그는 말에서 사나움을 제거하지 않습니다. 다만 사나움을 길들임으로써 말을 조련하는 것뿐이지요.

같은 방식으로, 기독교는 사랑을 길들이는 법을 압니다. 매 순간마다 사랑을 가르치는 법을 알지요. 단, 위험은 사랑이 비교를 통해 자기 자신에게 집중하는 데 있을 뿐입니다. 사람이 사랑의 무한한 빚을 질 때에만, 하나님과 관계하고 있는 겁니다. 거기에는 세상에서 말하는 사랑의 화려함이나 들뜬 기분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게다가, 당신이 기독교인이라면 세상의 소리에서 귀를 닫으십시오. 특별히 비교가 틈타지 못하도록 항상 주의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비교만큼 강력하게 우리 가운데 치명적으로 침투하는 적도 없기 때문입니다.

이창우 목사(키에르케고어 <스스로 판단하라> 역자, <창조의 선물>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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