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태 칼럼] 아버지의 통곡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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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태 목사(성천교회 담임).

▲김병태 목사(성천교회 담임).

어느 자식이 부모님의 희생과 사랑을 다 헤아릴 수 있을까? 철없을 땐, 원하는 것 안 해 준다고 몇날 며칠 말도 안 하고 단식투쟁하면서 데모한다. 하라는 것은 지독히도 안 하고, 하지 말라는 것은 왜 그렇게 골라서 잘 하는지, 마치 청개구리와 같았다.

학용품이 필요하다고 돈을 달라고 하면 돈이 없어 옆집에 돈을 빌리러 가는 모습을 보면서도, 기필코 돈을 받아서 가야만 했다. 다른 부모들과 비교하면서 다른 부모들보다 못나고, 잘 해주지 못한다고 짜증을 부린다.

그러다 결혼해서 자식을 기르고 철이 들어 부모님의 마음을 좀 헤아릴 수 있을 때에는 제 자식 교육시키느라 부모님에게 용돈 한 번 제대로 드리지 못하고 죄송한 맘 갖고 있다가, 이제야 자식 다 길러놓고 효도 좀 할라고 하면 야속하게도 부모님은 나를 기다려주지 않고 내 곁을 떠나 버리신다.

부끄럽게도, 어머니에게 나는 영원한 철부지 못난 자식이었다. 2015년 12월 13일, 우리 곁을 떠나신 어머니를 그리워하며, 나는 어머님의 마음과 눈물을 다시 한 번 회상해 본다.

"내 아들 압살롬아, 내 아들 내 아들 압살롬아, 차라리 내가 너를 대신하여 죽었더면, 압살롬 내 아들아, 내 아들아(삼하 18:33)!"

셋째 아들 압살롬의 죽음 앞에서 통곡하는 다윗 왕의 울부짖음이다. 압살롬은 정말이지 패륜아와 같다. 부모덕에 빼어난 미모를 갖고 태어났다. 그런데 제 잘난 멋에 살던 교만한 아들이다. 자기 누이 다말을 강간한 이복 형 장남인 암논을 죽였다. 게다가 아버지의 왕위를 찬탈하기 위해 반역을 일으켰던 몹쓸 아들이다.

그때 다윗은 예루살렘을 버리고 눈물을 흘리고 통곡하면서 요단강을 건너 요르단 지역까지 피신해야만 했다. 어쩌면 앓고 있던 썩은 이빨 같아서 없어지면 속 시원할 아들과 같은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의 죽음 앞에서 아버지 다윗은 오열하고 통곡하며 울었다. 이게 부모의 마음이던가?

집 나간 아들과 집 안에 있는 두 탕자를 둔 아버지의 눈물을 아는가(눅 15:11-32)?

하나. 섭섭한 아들이지만! 아버지가 두 눈을 시퍼렇게 뜨고 있는데, 유산을 물려달라고 요구한다. 외국에 가서 출세해 보겠다고. 그런데 아버지는 아무런 말도 없이 재산을 각각 두 아들에게 분배해 주었다. 섭섭한 마음을 속으로 감추고, 앞날이 우려되기는 하지만, 그래도 아들의 요구를 들어주었다.

둘. 실망시키는 아들이지만! 출세해보겠다고 외국으로 나갔으면 잘 살아야지. 외국으로 가서 허랑방탕한 삶으로 가지고 간 모든 재산을 다 탕진하고 알거지가 되어서 추한 몰골도 돌아올 건 뭔가?

그때 아버지는 지저분하고 냄새나는 아들을 껴안고 입을 맞추면서 기쁨의 눈물을 흘린다. 제일 좋은 옷을 갖다 입혔다. 손에 가락지를 끼워줬다. 발에 신을 신겨줬다. 살진 송아지를 잡고 동네 사람들을 불러 잔치를 벌였다. 죽었다가 다시 살아난 아들이란다. 잃었다가 다시 얻은 아들이란다.

셋. 불평하고 원망하는 아들이지만! 맏아들이 들에서 일하고 오다가 동네에서 풍악이 울려오는 소리를 들었다. 그게 자기 집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종을 불러서 자초지종을 알아보니 거지가 된 동생이 돌아왔는데, 아버지가 이렇게 성대한 잔치를 벌이고 있다는 게다.

맏아들은 화가 치밀었다. 동생과 비교할 때 자신은 얼마나 효도를 많이 했는가? 그런데 아버지가 하는 행동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자신에게는 아무런 관심도 배려도 해주지 않던 아버지가 허랑방탕한 동생이 돌아왔는데 어떻게 저렇게 할 수 있느냐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아버지에게 불평하고 원망하며 가슴에 있는 속상한 감정을 다 쏟아 부었다.

이런 아들의 원성을 듣던 아버지는 어떻게 하는가? 아버지는 형과 비교하면서 분노하고 짜증을 내고 불평하는 아들을 자상하게 설득했다. "너는 항상 나와 함께 있으니, 내 것이 다 네 것이란다." 부모로부터 받고 누리고 있는 것은 생각하지 않고 다른 형제들과 비교하면서, 주변 사람들과 비교하면서, 이런저런 불평을 하고 원망하는 자식이지만, 그래도 그 얘기를 들어주고, 차근차근 설득하는 아버지. 그는 하나님의 마음을 자식에게 보여주셨다.

다윗의 통곡과 눈물 앞에 서 본다. 집안에 있는 탕자와 집 밖에 있는 탕자의 아버지의 통곡과 눈물 앞에 서 본다. 나는 너무나 부끄러운 부모이고, 너무 부끄러운 자식이다.

우리 부모님도 그들이 흘렸던 눈물과 통곡을 흘렸겠지만, 부모님이 부르짖는 통곡의 소리를 듣지 못하고 부모님이 흘리는 눈물을 바라보지 못했다. 부모님 가슴에 있는 '멍 자국'을 보지 못하고, 눈에 고인 '눈물'을 보지 못했다. 홀로 흐느끼는 '통곡의 소리'를 듣지도 못했다. 그러니 고개 들 수 없는 불효자이지.

부모는 자식 '앞'에서 쉽게 눈물을 흘리지 않는다. 그러나 '뒤'에서는 흐느끼고 있다. '겉'으로는 잘 울지 않는다. 그러나 '속'으로 마음의 눈물을 흘리고 있다. 너무 힘들고 고달파서. 병든 육신이 너무너무 아파서. 해결할 수 없는 문제 앞에서 너무너무 버거워서. 남모르게 몰래 눈물을 흘리고 있다.

부모는 자식에게 이것저것 '해 주느라' 너무너무 힘들고 지쳐서 눈물 흘린다. 어디 그뿐인가? 자식이 요구하는 것을 '못 해줘서' 미안한 마음으로 눈물 흘린다. 평생 자신을 다 내어주어도 자식에게 미안한 마음으로 눈물 흘린다. 맨날 맨날 '괜찮다'고 하신다. 안 괜찮으면서! 늘 '미안하다'고 하신다. 그렇게 최선을 다해 뒷바라지를 했으면서도! 늘 '잘 지낸다'고만 한다. 밤마다 끙끙 앓으면서도!

부모는 자식들을 위해 어떤 희생과 헌신도 아끼지 않는다. '낳는 아픔과 고통!' '기르는 고통!' 피곤하고 힘들어도 힘든 척 안한다. 자존심 상해서 당장 때려치우고 싶어도, 함부로 사표를 던지지 못한다. 나는 먹지 못하고, 입지 못해도 자식들 입에 들어가는 걸 보면 행복하다.

자식이 힘들고 아프면 차라리 내가 힘들고 아픈 게 더 낫다. 자식이 고생하는 것을 차마 볼 수 없고, 자식이 실패라도 하면 자신의 재산을 털어서라도 자식을 살리려고 대든다. 자식들에게 경제적인 도움을 주기위해, 정서적인 도움을 주기 위해, 정신적이고 영적인 도움을 주기 위해 애쓴 것을 어떻게 다 갚을 수 있을까?

'완벽한 자식'이 없듯, '완벽한 부모'도 없다. 그런데 우리는 자꾸 '완벽한 부모'를 요구한다. 혹시 부모가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해 본받을 게 없다면, 반면교사로 삼아 '나는 그렇게 살지 않으면' 안 될까? 부모님에 대한 불만이 있을 수도 있다. 그래서 다른 부모들과 비교할 때도 있다. 그러나 그 사람을 내 부모로 두면 그렇게 만족할까? 내 부모에게 만족하지 못하고 불평불만이 많다면, 나는 다른 자녀들처럼 잘하고 있는가?

자식이 부모의 마음을 헤아리는 건 거의 불가능한 것 같다. 설령 다소 헤아린다 할지라도 그 은혜를 갚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다 부모님을 먼저 보내고 난 뒤에 마음 아파한다. 어떤 부모도 내가 정신을 차리고, 내 마음의 상처를 추스르고, 내 생활이 여유가 있을 때까지 기다려 줄 수 없다.

사랑하는 자녀 된 자들이여, 나 때문에 흘리고 있는 부모님의 눈물을 보고, 그의 통곡소리를 들어보면 어떨까? 이제 간곡히 당부한다.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으로! 하나님의 명령대로! 네 부모를 공경하라!"

/김병태 목사(성천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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