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승 칼럼] 세상이 주는 것과 같지 않은 하나님의 평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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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승 교수 ⓒ권혁승 교수 블로그

▲권혁승 교수 ⓒ권혁승 교수 블로그

"평안을 너희에게 끼치노니 곧 나의 평안을 너희에게 주노라 내가 너희에게 주는 것은 세상이 주는 것과 같지 아니하니라 너희는 마음에 근심하지도 말고 두려워하지도 말라"(요 14:27)

하나님께서 우리들에게 베풀어주시는 은혜와 복이 무엇인지는 민수기에 나오는 제사장 축도에 잘 요약되어 있다(민 6:24-26). 그 내용은 하나님께서 주시는 보호와 은혜와 평안이다. 평안을 마지막에 위치시킨 것은 그것이 하나님께서 주시는 복의 마지막 결론이기 때문이다. 우리말 성경에서 '평안'으로 번역되어 있는 '살롬'은 그 어원적 의미가 '온전함'(wholeness)이다. 이것은 하나님께서 주시는 평안이 어느 한쪽으로 치우친 것이 아니라 전체적으로 균형과 조화를 이루는 것임을 강조한다. 하나님께서 사랑하는 자에게 잠을 주신다고 하였는데, 그것이 곧 하나님의 평안이다(시 127:2). 밤에 잠을 잘 잘 수 있는 것은 모든 면에서 평안을 누리고 있다는 증거이다.

하나님이 주시는 평안은 세상이 주는 것과 질적으로 다르다. 세상이 주는 평안은 부분적이고 일시적이고 조건적이다. 겉으로는 평안해 보이지만 속은 불안하고 부패하고 혼란스러운 것이 세상의 평안이다. 그것을 가리켜 '로마의 평안'(팍스 로마나)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런 평안은 시간이 지나면 곧바로 없어지는 안개와 같아서 영속적이지 못하다. 또한 인간의 육체적 욕구가 충족되어야 느낄 수 있는 평안이라 조건적이다.

그에 비하여 하나님께서 주시는 평안은 최후 승리에 대한 확신이다. 지금 당장 여기에서는 가시적인 평안이 없다하더라도 하나님의 최후 승리에 대한 확신과 신뢰로 참 평안을 누리는 것이다. 그래서 오늘의 본문은 "너희는 마음에 근심하지도 말고 두려워하지도 말라"를 강조한다. '근심'과 '두려움'은 평안을 저해하는 걸림돌이다. 그런 방해물들이 우리들의 발목을 잡는다 하더라도 마지막 승리를 확신하기 때문에 마음의 평안을 누리는 것이다. 요셉이 형들에 의해 이집트의 노예로 팔려갈 뿐 아니라 억울한 누명을 쓰고 감옥에 갇히는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신앙으로 자신을 지킬 수 있었던 것은 꿈을 붙잡고 하나님의 최후 승리를 확신하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하나님의 평안은 외부적인 조건이 아닌 하나님의 약속에 그 근거를 두고 있다. 그러기에 신앙은 하나님의 때를 기다리는 인내가 필요하다.

하나님의 평안은 보혜사 성령께서 주시는 은혜의 선물이다. 오늘의 본문은 예수께서 이 세상을 떠나시면서 제자들에게 보혜사 성령을 보내주시겠다는 약속과 긴밀하게 관련되어 있다. 성령은 다른 보혜사로서 영원토록 우리들과 함께 하시는 분이시다(요 14:16). 그분은 우리들을 고아처럼 버려두지 아니하신다(요 14:18). 그리고 모든 것을 가르치시고 예수의 말씀을 생각나게 하시는 분이시다(요 14:26). 그런 보혜사 성령께서 우리들을 세상 끝까지 지켜주시면서 세상이 주는 것과 다른 평안을 주시겠다고 약속하셨다. 우리들은 더 이상 외부의 조건에 의하여 흔들릴 필요가 없다. 오히려 어떤 상황 속에서도 하나님의 최후 승리를 믿으며 참 평안을 누릴 수 있다. 그런 평안은 생수의 강처럼 흘러 넘쳐서 우리들 주변으로 넓게 퍼져 나가게 해야 한다(요 7:38).

권혁승 교수(서울신대 구약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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