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태 칼럼] 가족을 위해 애쓰는 그대, 너무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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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태 목사(성천교회 담임).

▲김병태 목사(성천교회 담임).

하루하루 버티는 게 힘들다. 가족을 책임진다는 게. 사업을 하는 사람은 불경기 속에 회사를 꾸려 간다는 게 장난이 아니다. 직장을 다니는 사람은 능력 있는 동료나 치고 올라오는 똑똑한 후배들을 이겨낼 재간이 없다.

과중되는 업무 스트레스, 이래저래 부딪히는 인간관계 갈등에서 오는 스트레스, 승진할 때가 되었는데 자꾸 밀리는 데서 구겨진 자존심, 그래서 수시로 밀려오는 '그만 두고 싶다'는 생각. 그러나 그럴 수도 없는 현실.

가족들을 위해 젖 먹던 힘까지 동원해 안간 애를 쓰지만 힘들고 초라한 자신을 몰라주는 아내, 아무리 애써서 뒷바라지하건만 만족하지 않고 이런저런 불평만 하는 자식들. 야속하기만 하다. 흐르는 세월 속에 몸은 여기 저기 아파오고, 어디서도 자신의 존재감은 찾아볼 수 없고, 단지 돈 버는 기계, 한낱 소모품에 불과하다는 생각에 인생에 대한 회의는 가중된다.

이리 저리 치이는 인생에 그 누군가의 위로와 격려 한 마디면 힘이 생길 것 같지만, 집에 와서 아내가 쏟아붓는 잔소리 세례를 들어야 한다면, 이것 저것 해 달라고 보채는 아이들의 칭얼거림만 들어야 하는 신세라면, '집이고 뭐고 다 귀찮다'는 생각이 저절로 안 들까?

아내들이 남편들에게 듣고 싶어 하는 말이 있다. "사랑해." 남편들도 아내들에게 듣고 싶은 말이 있다. "당신이 최고야."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아내가 하는 인정의 말 한마디, 자녀들이 하는 존경의 말 한 마디면 족할 수 있다.

집 밖으로 나가면 '그것도 제대로 못해'라고 채근하는 사람들의 소리에 몸도 마음도 다 지쳐 있다. 구태여 집에서 기죽이지 않아도, 충분히 주눅 들어 있다. 그런데 집에서까지 날개를 꺾으려 대들 필요 있을까? 언제까지 '당신이 나한테 해준 게 뭔데'라고 푸념만 할 건가? 가족을 위해 해준 게 한 두 가진가? 이제 가족을 위해 동분서주하는 가장의 아픔과 버거운 인생을 돌아보고 측은지심을 품어보면 어떨지?

때때로 남편이란 존재가 내 인생을 왜 이렇게 고달프고 불행하게 만들었는가 싶어 속상할 때가 있을 게다. 저 사람을 만나지만 않았어도 내 인생이 달라졌을 거라 생각들 때도 있으리라. 그런데 배우자를 빨리 떠나보낸 사람들을 보면 그런 남편도 얼마나 소중한지 모른다.

어떤 분은 남편이 죽음의 고비를 넘기고 살아난 지 1년이 되어 사람들에게 한 턱 냈다. 죽을 줄 알았던 남편이 살아서 첫 돌을 맞았다는 게다. 그 남편이 내 곁을 떠나갔을 것을 생각하면 끔찍하다고 한다. 죽음의 고비를 넘겨보니 남편의 존재가 그렇게 소중하게 여겨진다.

인생을 살다 보면 추운 날이 있다. 살을 파고드는 쌀쌀한 기운을 견디기 힘들다. 그때 서로 부둥켜안고 체온을 높여줄 수 있다면, 그게 사는 게 아닐까? 마음과 영혼을 따뜻하게 해주는 게 별게 있는가? 집에 들어오는 가장을 따뜻하게 환대해 주며 '수고했다, 고맙다'는 말 한 마디면 족한 걸, 허전한 가슴을 따뜻하게 한 번 안아주면 족한 걸. 출근하는 남편에게 따뜻한 아침 한 끼면 족한 걸. 출근하는 남편 구두 한 번 닦아주면 족한 걸. 그런데 그걸 왜 그렇게 어렵게 생각하는지?

마음 맞는 친구를 둔 어느 부부들이 있다. 서로 시간을 맞춰 함께 놀러가곤 했다. 그런데 한 가정에서 아내가 암으로 먼저 떠났다. 다음부터 이들은 함께 놀러가는 게 부담스럽다. 한 가정 눈치 때문에. 너무  늦게 깨달았다. '때로는 성가신 것처럼 생각되는 배우자였는데, 내가 맺고 있는 사람들 사이의 소중한 끈이었던 걸.'

남편이 있을 때는 수시로 징징 짰다, "쥐꼬리만한 월급봉투 갖다 주고는 큰소리는 다 친다"고. 그런데 남편이 떠나고 나니 돈 버는 게 이렇게 힘 드는 줄 새삼 느낀다. 이렇게 힘든 줄 왜 진작 몰랐던고. 미안한 마음이 밀려온다. 그리워서 눈물이 난다. 가장이 없는 공백의 흔적이 느껴진다.

굳게 결혼 서약을 했지만, 부부가 함께 동거하는 게 쉽지 않다. 노(老)사도 베드로는 말한다. "남편들아 이와 같이 지식을 따라 너희 아내와 동거하고, 그를 더욱 연약한 그릇이요, 또 생명의 은혜를 함께 이어받을 자로 알아 귀히 여기라. 이는 너희 기도가 막히지 아니하게 하려 함이라(벧전 3:7)."

부부가 함께 아름다운 동행을 하려면 서로 연약한 존재인 줄 알아야 한다. 생명의 은혜를 함께 이어 받을 존귀한 자인 줄 알아야 한다. 그리고 그를 귀하게 여겨야 한다.

부부는 이 세상에서 동반자로 살 뿐 아니라, 영원한 하나님 나라를 여행하는 동반자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부부가 함께 동거하려면 서로 기도가 막히지 않게 조심해야 한다. 관계가 깨어지고, 감정이 상해지면 기도가 막히게 된다. 부부싸움을 하고 나면 기도가 막히게 된다. 그래서 기도관을 늘 점검해야 한다.

아내들이여, 남편과 함께 아름다운 동거를 하려면 관심을 좀 더 가져주라. 그게 삶의 의미와 용기를 주는 것이니까. 부산에 살고 있는 어느 남편이 있다. 아내는 남편보다 애완견에게 온통 관심이 집중되어 있다. 개에게 집착하는 아내가 화가 나고 자존심 상하기도 했다. 어느 날 술김에 화풀이로 아파트 복도에 종이박스를 쌓아두고 불을 질러 소동을 벌였다. 애완견에게 주는 관심을 남편에게 돌려야 한다. 심지어 자식에게 집중하는 관심의 일부도 남편에게 돌려야 한다.

남편을 세우길 원한다면 평소 습관을 고쳐야 한다. 서로 책임을 전가하고, 탓하는 것으로는 아무런 해결책이 없다. 서로 비난하기보다 서로를 깨우치고, 자기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잔소리를 칭찬으로 바꿔가야 한다. 비난을 격려와 위로로 바꿔야 한다. 무시하지 말고 존경으로 바꿔가야 한다.

탓하지 말고, 자기 변화를 주도해야 한다. '상대방'이 주는 아픔과 상처만을 묵상하고 비난하지 말고, '내가 주는 아픔과 상처'를 생각하고 미안하다고 사과해야 한다.

아름다운 동거가 이루어지려면, '일방통행'이 아니라, 쌍방이 서로 '소통하고 대화'를 나누어야 한다. 내가 하고 싶은 말만 하지 말고, 상대방의 말을 들어주어야 한다. 욱하는 성질 버리고 끝까지 들어주면 된다. 상대방의 속마음을 헤아려주고, 속에 있는 사정을 말하도록 부단히 참아주어야 한다.

어느 목사님의 이야기이다. 목사님 교회에 외부에서 새벽기도회를 나오는 한 권사님이 계신다. 얼마 전 남편이 소천하셨고, 본인은 유방암 제거 수술과 다리 수술까지 받으셨다. 어느 날 우연히 길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권사님이 목사님에게 푸념했다. "요즘 살고 싶은 마음이 없어요." "남편이 살아 있을 때는 빨리 하나님이 데려가시길 바랐는데, 막상 남편이 떠나가고 나니 너무 보고 싶어요." 최근 가슴 절제 수술을 한 후에 더 살기 싫어졌다면서 말했다. "나도 여자잖아요." 그 말을 듣는 목사님의 마음이 찡했다. 목사님이 그 입장이 되어도 충분이 이해가 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함께 살날이 그리 많지 않다. 후회되는 날이 다가올 수 있다. 하나님이 시간을 주신 지금, 기회가 주어졌을 때 남편과 함께 아름다운 추억들을 많이 만들어 가면 어떨까?

/김병태 목사(성천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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