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압구정민치과 민병진 원장
최근 턱관절장애와 이갈이 환자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이갈이가 심해서 턱관절장애 증상이 나타나기도 하고 턱관절 이상이 있어서 이갈이가 심하게 되기도 한다. 그런데 턱관절장애와 이갈이의 근본 원인은 부정교합 때문일 수도 있다. 윗니와 아랫니의 교합이 톱니처럼 맞아야 되는데 덧니나 심한 돌출입 같은 부정교합을 오랫동안 방치하면 결국 잘못된 톱니 때문에 기계가 망가지듯 턱관절에 문제가 생길 수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갈이와 턱관절장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치아교정을 통하여 부정교합을 고쳐주는 것이다.
그렇다고 부정교합이 있는 사람들은 모두 턱관절장애와 이갈이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부정교합이 원인이 되지만 이갈이와 턱관절장애를 일으키는 두 번째 중요한 원인은 스트레스이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근육이 긴장하며 수축하게 되고 이에 따라 턱관절 주변의 근육통이 생기게 되고 결국 턱관절 뼈에도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그리고 수축된 저작근의 작용으로 수면 중에 자신도 모르게 어금니를 강하게 씹게 되고 그것이 이갈이의 원인이 되는 것이다.
어금니의 구조에서 윗니와 아랫니가 서로 맞닿는 치아면을 교합면이라고 한다. 교합면은 음식물을 씹거나 침을 삼킬 때 접촉하며 씹는 기능에 잘 맞도록 생겼다. 그런데 음식물을 씹는 저작운동 외에 스트레스로 이를 꽉 깨물거나 부정교합 때문에 수면 중 이를 옆으로 갈게 되면 치아에 가해지는 물리적 힘은 정상적인 교합 때보다 두 세배 이상의 교합력이 발생되며 어금니들의 교합면이 접촉되는 시간도 길어진다.
오랫동안 강한 힘으로 치아를 갈게 되면 치아의 표면이 닳게 되고 이때 생긴 치아 가루가 마모제 역할을 하여 치아의 마모 현상이 더 빠르게 진행된다. 심한 경우 치아의 교합면이 평평하게 되어 정상적인 치아모양이 변형되고 어금니가 닳아 음식물을 씹을 때 더 큰 힘을 가해야 된다.
한편 치아 표면이 닳게 되면 치아의 신경이 가까워져서 이가 시리거나 딱딱한 걸 씹다가 치아에 금이 갈 수도 있고 치아보철물이 부러지는 등 치아보철물의 수명을 단축시키기도 하며, 잇몸병으로 흔들리는 치아를 더 심하게 흔들리게 해서 잇몸질환이 악화될 수도 있다.
이렇게 이갈이는 치아에 직접적인 악영향을 주며 이를 갈 때 발생되는 과도한 교합력이 턱운동의 중심이 되는 턱관절과 턱과 연결된 근육에도 악영향을 끼치게 된다. 즉 턱관절 주변의 근육통이나 근육을 쉽게 피로하게 하여 입을 벌리기가 힘들기도 하고 통증 때문에 수면을 방해하기도 한다. 오랫동안 이갈이가 진행되면 저작근의 과도한 작용으로 아래턱이 커지며 흔히 말하는 사각턱이 될 수 있다. 갸름한 얼굴을 선호하는 여성들에게는 치명적일 수 있는 것이다.
수면 중의 이갈이는 깊은 수면에서 가벼운 수면상태로 이행될 때 많이 생기기 때문에 본인 스스로 자각하기는 힘들지만 맥박, 호흡수, 혈압 등의 변화와 생리적 변화가 뒤따르게 되어 수면을 통한 충분한 휴식을 취하는데 방해가 된다. 그리고 실제로 자신이 이를 가는 것을 아는 경우는 20% 미만에 불과하다.
수면 중 이갈이를 심하게 하게 되면 아침에 턱근육통증이나 두통이 있을 수 있다. 따라서 이런 증상이 있거나 치아가 심하게 닳게 되기 전에 검사를 받고 치료하는 것이 좋다. 이갈이를 생기지 않도록 하는 완벽한 예방치료법은 아직 없으나 이갈이에 의한 증상들을 치료하는 방법은 부정교합을 치료하는 치아교정, 교합조정, 심리조절, 약물치료 등이 있다.
가장 많이 사용되는 치료방법 중 하나는 이갈이 스플린트라는 장치로서 투명 아크릴 재료로 만들며 위아래 치아가 맞물리지 못하도록 하는 교합조정장치다.
이갈이 스플린트는 환자 치아의 인상을 채득하고 치아모형을 만든 다음 수면 중 물고 잘 수 있도록 하는 장치로서 환자 스스로 탈장착을 할 수 있다. 스플린트의 장점은 치아가 닳아 없어지거나 무리한 힘이 치아주위조직에 가해지지 못하도록 하며 근육이 긴장하는 것을 막아준다.
스플린트를 사용하여 턱관절 통증이 어느 정도 완화되면 필요에 따라 치아교정, 교합조정, 보철치료 등의 치료를 하게 되며 근육 및 턱관절 증상을 없애기 위해 물리치료와 약물처방을 할 수 있다.
<압구정민치과 민병진 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