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리랑카의 불법 ‘광고전단’, 기독교 박해에 오용·악용돼

이지희 기자   |  

순교자의소리, 해당 전단 철회 위한 온라인 서명운동 진행

▲26일 한국 순교자의 소리 사무실에서 ‘광고전단을 중지하라’는 캠페인에 대한 기자회견이 열렸다. 왼쪽 스리랑카 지도의 붉은 점은 기독교에 대한 핍박이 발생한 지역이다. ⓒ이지희 기자
▲26일 한국 순교자의 소리 사무실에서 ‘광고전단을 중지하라’는 캠페인에 대한 기자회견이 열렸다. 왼쪽 스리랑카 지도의 붉은 점은 기독교에 대한 핍박이 발생한 지역이다. ⓒ이지희 기자

스리랑카에서 국회 입법 절차를 무시하고 9년 전 불법으로 발행된 '종교차별' 관련 법률 안내문이 오용·악용되면서 복음주의 기독교를 향한 박해가 거세지고 있다. 특히 최근 몇 년간 급진주의 불교 무장세력과 승려들이 주축이 되어 교회 건물 파괴 및 강제 폐쇄, 종교 활동 금지, 목회자 체포 및 살해 사건 등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스리랑카 정부 관리와 경찰도 이에 동조하거나 타협, 묵인하고 있어 기도와 도움이 요청되고 있다.

스리랑카 기독교복음주의연합에 따르면 2015년 1월부터 2016년 9월까지 최소 160건 이상의 기독교 핍박 사건이 보고됐다. 2017년 들어서도 최소 20건 이상의 핍박 사건이 발생했다. 2015년 1월 취임한 새 대통령 마이트리팔라 시리세나(Maithripala Sirisena)가 '종교의 자유'를 헌법으로 보장하기로 약속했음에도 불구하고 복음주의 기독교인들이 느끼는 규제와 압력의 체감은 더욱 커진 상황이다. 고드프리 요가라자(Godfrey Yogarajah) 스리랑카 기독교복음주의연합 사무총장은 "지금 우리는 거의 지하교회처럼 여겨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인구의 70%가 불교를 믿는 스리랑카에서 복음주의 기독교는 1980년 이후 불교 극단주의자들의 반(反)기독교적 폭력에 지속적으로 노출됐으며, 2012년 불교 국수주의의 등장으로 더욱 격렬한 핍박을 받고 있다. 종교 자유에 열려있는 새 정부가 탄생한 이후에도 핍박이 줄지 않는 큰 이유 중 하나는 바로 9년 전 사실상 불교 보호를 위해 존재하는 정부 종교 부서 '부다 사사나'(Ministry of Buddha Sasana)가 국회에서 통과된 적 없는 종교법을 '광고전단'(circular)으로 임의로 발행, 유포했기 때문이다. 당시 담당 부서 장관이 '광고전단'을 지지하고 입법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 것으로 알려졌다. 스리랑카에서는 정부의 각 부서가 의회 입법을 기반으로 한 법률을 알리는 광고전단을 발행하여 유포하는 권한을 가지고 있다.

문제의 '부다 사사나'의 '광고전단'에는 '예배를 드리는 종교적인 장소를 새롭게 건축할 때에는 먼저 정부에 등록해야 한다'고 명시했으나, 이는 스리랑카의 헌법 정신에 어긋나는 것이다. 스리랑카 헌법(제10조, 제12조, 제14조, 제15조)은 종교적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 모든 종교의 예배장소를 국가에 등록하는 법적 근거도 없으며, 의회 법률에 따라 통과된 적도 없는 내용이 유포되면서 스리랑카의 많은 지역에서 사실상 기독교 박해의 근거로 지금까지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이 '광고전단'의 내용과 달리 이미 건축된 교회들도 공격의 대상이 되고 있으며, 종교적 모임까지 폐쇄하고 차별하는 데 일상적으로 악용되고 있다.

요가라자 사무총장은 "불교 수호 군대를 자칭하는 보두 발라 세나(Bodu Bala Sena) 같은 급진주의 집단들에게 교회가 공격을 당하고 있다"며 "이들은 교회 문을 닫게 하는 급진주의 불교 승려들과 타협하여 돌아다니며, 때로는 정부 관리들과 경찰도 타협한다"고 말했다. 지역 정부 당국은 이 불법 '광고전단' 내용을 지킬 것을 요구하고 있으나, 실제 종교 담당처나 '부다 사사나' 부서로 가면 기독교 교회의 등록 절차는 존재하지도 않는다. 더군다나 복음주의 교회는 인구의 1%로, 현 정부가 인정하지 않는다.

1년 전, 불법 광고전단으로 피해를 입은 현지인 필립 목사 역시 정부 관리의 허가를 받아 새로운 교회를 절반 정도 지었으나, 결국 다른 관리가 '광고전단'을 내세우며 건축 중단을 요구했고 마을 주민이 그를 대항하도록 하여 어려움을 겪었다.

이 외에도 승려들이 폭도들을 이끌고 예배 장소를 급습하고 예배 활동을 중단시키거나 교회와 목회자의 집을 파괴하는 일들이 끊이지 않고 발생하자 한국 순교자의 소리(CEO 에릭 폴리 목사, 대표 현숙 폴리 박사)는 스리랑카 기독교복음주의연합과 함께 '광고전단을 중지하라'는 탄원 운동을 시작했다. 한국 순교자의 소리는 26일 서울 마포 사무실에 열린 기자회견에서 "먼저는 한국교회가 스리랑카에서 일어나는 기독교 박해를 인식해야 한다"며 "특별히 스리랑카의 기독교인들이 광고전단으로 차별받는 것을 중단하라는 탄원서에 서명해달라"고 요청했다.

▲양육 담당  팀 딜머스 목사(좌측)가 ‘광고전단을 중지하라’ 캠페인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이지희 기자

▲양육 담당 팀 딜머스 목사(좌측)가 ‘광고전단을 중지하라’ 캠페인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이지희 기자

이들은 스리랑카에 대한 유엔(UN)의 검토 주기가 다가오고, 현 정부가 종교 자유 유지에 개방돼 있다는 점을 들며 "지금이 스리랑카 정부에 불법 '광고전단' 철회를 촉구하는 절호의 시간"이라고 말했다. 이 운동이 오히려 현지 기독교인을 향한 더욱 강력한 핍박을 불러오는 것은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서는 "정반대의 상황이 일어날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동안 많은 스리랑카 변호사, 단체가 이 불법 '광고전단'의 권위에 의문을 제기하는 법적 편지를 보내 일부 지역에서는 실제로 핍박이 감소하거나 중단됐기 때문이다. 과거 정부는 이 같은 종류의 탄원에 긍정적으로 반응했으며, 대화에 개방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 정부 관리나 지방 정부 지도자들 역시 많은 광고전단 내용의 입법 여부까지 다 알지 못하므로, 스리랑카 기독교복음주의연합에서도 지역 정부를 상대로 이 불법 '광고전단' 내용의 법적 효력이 무효이며 헌법에 의해 기독교인들이 핍박받을 근거가 전혀 없다는 사실을 꾸준히 알리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 나선 한국 순교자의 소리 양육 담당 팀 딜머스(Tim Dillmuth) 목사는 박해 속에서도 믿음을 잃지 않는 스리랑카 기독교인들의 영성을 배울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그는 "한국 순교자의 소리는 한국에 계신 많은 기독교인이 스리랑카의 어려움을 당하는 많은 기독교인의 옆에 신실하게 서 있고, 기도하며, 그들의 삶의 모범을 통해 배우기 바란다"며 "주일만 교회에 가는 예배자의 모습에서 벗어나 매일의 삶에서 신실하게 예수님을 따르고, 가정에서 항상 하나님을 예배하는 작은 변화부터 만들기 바란다"고 말했다.

'광고전단을 중단하라' 캠페인에 동참하려면 온라인(http://vomkorea.kr/스리랑카)에서 이름과 이메일 주소를 기입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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