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할 수 없는 긍휼... 긍휼은 당신을 뒤흔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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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에르케고어의 선물 (15)]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긍휼

▲이창우 목사. ⓒ크리스천투데이 DB

▲이창우 목사. ⓒ크리스천투데이 DB

야고보 사도의 입을 통해 키에르케고어가 전하는 '긍휼의 선물' 마지막 편입니다. 다음 주부터는 '평등과 선물' 편이 진행됩니다. -편집자 주

복음서에 의하면, 나사로라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는 헌데를 앓았으며, 부자의 대문에 누워 있었고, 개들이 와서 그의 헌데를 핥았습니다(눅 16:20-21). 그는 부자의 상에서 떨어지는 부스러기나 주어 먹으며 살아야 했습니다. 부자가 주는 부스러기는 일종의 선물이었죠. 거저 주었으니까요.

그러나 이런 복음서의 설명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부자가 얼마나 무자비한지, 그가 주는 선물이 얼마나 모욕적인지를 의미합니다.

선한 사마리아인과 비교해 보십시오. 무자비한 레위인과 대제사장과 대조적인 사람으로, 긍휼한 사마리아인이 등장합니다. 반면 이 이야기에서는 무자비한 부자가 등장하고 긍휼한 개가 등장한 것처럼 보입니다. 충격적인 것은 사람이 긍휼하지 않을 때, 개가 긍휼해야 한다는 데에 있습니다.

그러나 부자와 개의 이런 비교에서 무언가 다른 것이 있습니다. 부자는 나사로에게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충분한 능력이 있으나, 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가 긍휼한 것처럼 보인다는 겁니다.

이것이 오늘 우리가 나누고자 하는 점입니다. 아무 것도 할 수 없어도 긍휼할 수 있다는 겁니다. 이것은 굉장히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긍휼할 수 있다는 것은 무언가를 할 수 있는 것보다 더 큰 완전성이기 때문입니다. 아무 것도 주지 않고도 가장 큰 것을 줄 수 있는 선물이기 때문입니다.

복음서에 나오는 이야기에서, 여리고에서 예루살렘으로 여행했던 자가 한 사람이 아니라, 두 사람이라고 가정해 보시기 바랍니다. 그들 둘이 강도의 공격을 받고 중상을 입게 되었습니다. 어떤 행인도 지나가지 않았습니다.

그들 중에 하나는 신음하는 일 외에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던 반면 다른 한 명은 우호적인 말로 그를 위로하기 위해 자신의 고통을 잊고 극복했다고 가정해 보십시오. 혹은 더 고통스러웠지만, 그에게 신선한 물을 주기 위해 그를 개울가로 끌고 갔다고 가정해 보십시오. 혹은 그들은 말할 수도 없는 상태였습니다.

그러나 그들 중에 하나는 침묵의 기도로 다른 사람을 위해 하나님께 탄식하며 기도했다고 가정해 보십시오. 그때 그는 긍휼하지 않았습니까?

누군가 나의 손을 잘라버렸다면, 나는 기타를 칠 수 없습니다. 누군가 나의 발을 잘라버렸다면, 춤을 출 수 없습니다. 내가 불구가 되어 해변가에 누워 있다면, 다른 사람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바다에 뛰어들 수가 없습니다. 내가 팔과 다리가 부러진 채 누워 있다면, 다른 사람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불 속에 뛰어들 수 없습니다. 그러나 나는 여전히 긍휼할 수 있습니다.

가난한 과부를 생각해 보십시오. 그녀는 외동딸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자연은 마치 계모처럼 이 외동딸에게 엄마의 상태를 경감시킬 수 있는 어떤 선물도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이 불행한 소녀를 상상해 보십시오. 그녀는 무거운 짐을 지고 탄식하고 있습니다. 그녀는 엄마를 걱정하는 일 외에 아무 것도 할 수 있는 것이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에게 허락된 약간의 능력을 갖고, 이 작은 것, '무(the nothing)'를 실천하는 데 지칠 줄 모르는 창의력을 갖고 있습니다. 그녀가 엄마의 삶을 경감시키기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무"입니다. 보십시오, 이것이 긍휼입니다!

어떤 부자도 미술가에게 이것을 그리도록 하기 위해 수천만 원을 낭비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긍휼은 그릴 수 없으니까요.

그러나 엄마를 도와주었던 후원자가 방문할 때마다, 이 가엾은 소녀는 수치감을 느낍니다. 왜냐하면 후원자 때문입니다. 후원자는 많은 것을 할 수 있으니까요. 다시 말해, 후원자의 긍휼이 소녀의 긍휼에 그림자를 드리우니까요! 그러나 누가 엄마에게 더 긍휼합니까? 후원자입니까, 소녀입니까?

당신, 비참한 자여, 나는 사도의 권위로 당신께 말합니다. 당신은 아무 것도 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긍휼해야 함을 잊지 마십시오! 부탁입니다. 오늘을 살아가고 있는 한국 땅의 모든 행운아들에게 긍휼하십시오! 당신을 모욕했던 모든 권력가와 부자들에게 긍휼하십시오!

당신이 물에 돌을 던져 파문이 일어나는 모습을 관찰하고 싶다면, 강력한 폭포가 떨어지고 있는 나이아가라 폭포로 가서 돌을 던지겠습니까? 아니면, 풍랑이 일고 있는 바다에 돌을 던지겠습니까?

아니, 당신은 그렇게 하지 않을 것입니다. 당신은 정반대로 행할 것입니다. 당신은 잔잔한 작은 연못을 찾을 것입니다. 더 작을수록, 더 좋습니다. 자, 거기에 돌을 던져 보십시오. 당신은 관련이 없는 모든 것들로 인해 방해를 받는 일이 없이 파문을 관찰할 수 있을 것입니다.

돈이 있는 곳, 명예가 있는 곳, 메달과 훈장이 있는 곳, 거대한 재산이 있는 곳은 너무 혼란스럽습니다. 그런 것들이 있는 곳에서는 긍휼을 관찰하기가 힘듭니다. 그러나 비참한 자여, 당신은 혼란스럽지 않습니다. 당신은 잔잔한 작은 연못과 같습니다. 당신 안에 파문이 일 때, 당신 속에 얼마나 큰 긍휼이 있었는지 관찰할 수 있을 겁니다.

영원은 오직 긍휼만을 이해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당신이 긍휼을 이해하는 법을 배우고 싶다면, 영원으로부터 그것을 배워야 합니다. 그러나 당신이 영원의 이해를 얻으려 한다면, 당신 주변에는 고요가 있어야 합니다.

동시에 당신은 관심을 온전히 내면에 집중해야 합니다. 수십 억의 거액, 그것은 너무 시끄럽습니다. 적어도 그런 거액은 너무 쉽게 시끄러운 소리를 만듭니다. 동전 두 닢을 줄 때처럼 그렇게 수십 억을 줄 수 있다니, 그런 생각에 당신은 혼란에 빠지게 됩니다. 당신의 마음은 이미 산만해집니다.

당신은 그렇게 큰 규모로 선을 행할 수 있는 영광스러운 처지를 생각함으로 시작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물론 그때 영원은 방해를 받을 것입니다. 다시 말해, 진정으로 영광스럽고, 복이 있고, 가장 축복된 처지는 긍휼을 실천하는 데 있습니다.

힘과 능력! 이것은 너무 쉽게 마음을 방해합니다. 당신은 외적인 것만을 보고 놀라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당신이 놀랄 때, 당신이 보고 있는 것이 긍휼이 아니라는 것을 확신하게 될 것입니다.

왜냐하면 긍휼은 사람을 놀라게 하는 일이 없습니다. 가장 가난한 자가, 심지어 모든 사람 중에서 가장 비참한 자가 긍휼을 실천한다면, 과연 거기에 무슨 놀랄 만한 일이 있겠습니까!

당신이 진실로 긍휼을 느낀다면, 긍휼은 사람을 놀라게 하지 않습니다. 긍휼은 당신을 뒤흔듭니다. 왜냐하면 긍휼은 내면성이니까요. 긍휼은 당신의 가장 깊은 내적 인상을 남깁니다.

외적인 것이 아무 것도 없을 때만큼 내면성이 가장 명확해질 때가 있을까요? 긍휼과 관련하여, 이것이 사실일 때, 우리는 오늘 논의하려 했던 긍휼을 얻게 됩니다. 아무 것도 줄 수 없고, 아무 것도 할 수 없어도, 사랑의 한 행위인 긍휼 말입니다.  

이창우 목사(키에르케고어 <스스로 판단하라> 역자, <창조의 선물>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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