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호수아서 연구(7)
"여호수아가 여리고에 가까이 이르렀을 때에 눈을 들어 본즉 한 사람이 칼을 빼어 손에 들고 마주 서 있는지라 여호수아가 나아가서 그에게 묻되 너는 우리를 위하느냐 우리의 적들을 위하느냐 하니 그가 이르되 아니라 나는 여호와의 군대 대장으로 지금 왔느니라 하는지라 여호수아가 얼굴을 땅에 대로 엎드려 절하고 그에게 이르되 내 주여 종에게 무슨 말씀을 하려 하시나이까 여호와의 군대 대장이 여호수아에게 이르되 네 발에서 신을 벗으라 네가 선 곳은 거룩하니라 하니 여호수아가 그대로 행하니라" (수 5:13-15)
요단강을 건너 길갈에 진을 친 여호수아와 이스라엘 백성들은 가나안 정복을 위한 만반의 준비를 갖추었다. 이제는 믿음으로 가나안 땅으로 들어가 그 땅을 점령하는 일만이 남았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이스라엘 백성들 앞에는 견고한 여리고가 버티고 있었다. 1907년부터 있었던 여러 고고학자들의 발굴 작업에 따르면, 여리고 성은 견고한 바윗돌 기초 위에 튼튼한 성벽을 세운 도시였다. 여호수아는 그런 문제들을 직접 점검하기 위하여 여리고로 가까이 다가가 성 주변을 답사하였다. 그러던 중에 여호수아는 여호와의 군대 대장을 만나게 된다. 그것은 가나안 정복을 앞둔 여호수아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일까?
여호수아가 여호와의 군대 대장을 만난 시점은 여리고 성을 둘러보던 중이었다. 가나안 정복의 책임을 맡은 지도자로서 앞으로 일전이 불가피한 여리고 성을 직접 점검하는 일은 중요했을 것이다. 더구나 여리고와 같이 견고한 성읍을 포위 공격해 본 경험이 없는 여호수아로서는 여러 정황을 상세하게 파악할 필요가 있었다. 그런 점에서 여호수아의 그런 행동은 적절한 일이었다.
그러나 견고한 여리고 성을 바라보면서 더욱 위축된 그의 마음이 문제였다. 눈앞에 다가온 현실 문제 앞에서 그의 마음은 크게 억눌려 있었다. 무엇보다도 여리고의 견고함에 비하여 열악한 이스라엘의 무기가 걱정스러웠을 것이다. 이스라엘이 보유하고 있던 무기로는 칼과 창과 활 정도였다. 그런 무기로는 여리고와 같이 견고한 성을 공략하기에 역부족이었음이 분명하다.
여리고 성 공격을 앞두고 여호수아가 느낀 심리적 부담은 여호와의 군대 대장을 만나 그에게 던진 질문 속에 잘 드러나 있다. 여호수아는 칼을 빼어 손에 들고 있던 여호와의 군대 대장에게 "너는 우리를 위하느냐 우리의 적들을 위하느냐"라고 물었다. 그런 질문 속에는 전쟁의 당사자가 이스라엘과 여리고 백성임이 분명하게 전제되어 있다. 여호와의 군대 대장은 제삼자적 입장에 있을 뿐이다. 이는 여리고와의 전쟁을 주도해야할 사령관이 곧 여호수아 자신임을 보여준다. 여호와 전쟁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그것은 크게 잘못된 자세였다. 여호와 전쟁에서 주도권은 이스라엘이 아니라 하나님에게 있다. 이에 여호와의 군대 대장은 여호수아의 잘못된 자세를 고쳐주기 위해 나타난 것이다.
여호와 군대 대장의 답변은 "아니다"였다. 그는 이스라엘을 위해서 온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여리고를 위해서 온 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여호와의 군대 대장'으로 왔다. 곧 이스라엘이 여리고를 점령하는 일은 여호수아가 책임질 일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직접 수행하시게 될 거룩한 전쟁임을 밝힌 것이다. 여호수아는 여리고와 맞서 싸울 진짜 지휘관이 아니다. 그는 거룩한 여호와 전쟁에 참여해야할 군인일 뿐이다. 전쟁의 주도권이나 전쟁의 승리는 모두가 하나님 손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여호와의 군대 대장을 만나 자신의 잘못을 깨우친 여호수아는 즉시 땅에 엎드려 절을 하였다. 여호수아는 자신의 잘못을 돌이키고 하나님 앞에 절대 순종의 자세를 취한 것이다. 이에 여호와의 군대 대장은 여호수아에게 "네 발에서 신을 벗으라"고 명령하였다. 신을 벗는 행위는 종이 주인에게 보여주는 존경과 순종을 의미한다. 여호와 전쟁에서 승리를 얻는 비결은 겸손히 하나님께 무릎을 꿇고 그분의 권위와 능력 앞에 순복하며 따르는 것이다.
우리가 하나님의 능력 있는 손아래서 겸손하게 행하면, 하나님은 우리를 높여주시는 분이시다(벧전 5:6). 여리고 성 점령을 앞두고 여호와의 군대 대장은 여호수아가 가지고 있었던 잘못된 자세를 고쳐주었다. 여호수아는 더 이상 여리고 성 점령의 부담에 억눌려 있을 필요가 없었다. 오히려 하나님의 명령에 믿음으로 순종하며 나아가 하나님의 승리를 얻는 것이 그가 할 일이었다. 그것이 가나안 정복을 성공적으로 이루는 비결이었다.
권혁승 교수(서울신대 구약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