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적인 평등에 빠져, 하나님의 평등을 이해하지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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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에르케고어의 선물 (17)] 하나님의 평등

▲이창우 목사. ⓒ크리스천투데이 DB

▲이창우 목사. ⓒ크리스천투데이 DB

우리 사회에 차이와 차별의 문제는 심각합니다. 대표적 이야기가 은수저, 금수저, 흙수저 이야기일 겁니다. 아무리 노력해 봐야 고착화된 '계급'을 뛰어넘을 수 없다는 것이지요. 서민 가정에서 태어난 사람이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도 삼성가를 이룰 수 없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이런 이야기는 신분 차별이 있었던 옛날보다 더 사악합니다. 옛날 사람들은 신분적인 차별이 있었어도 그러려니 했을 겁니다. 왜냐하면 차별이 정당화된 사회였고, 누구도 천민이 평민이 되길 희망하지 않았을 것이며, 평민이 양반이 되기를 꿈꾸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리 사회는 겉으로 보면 민주사회이고 신분차별이 없는 평등한 사회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꿈을 심어줍니다. 최선을 다해 노력하면 다 부자가 될 수 있고, 잘 사는 사람들이 될 수 있다는 겁니다. 일종의 희망고문, 가능성고문입니다. 왜냐하면 절대로 불가능한 일을 가능하게 만들어 놓고 도전하게 하는 신기루에 불과하기 때문이죠. 바로 이런 자조 섞인 이야기가 '수저' 이야기입니다.

그렇다면, 성경은 어떨까요? 성경은 사회적 평등에 대하여 관심이 있었나요? 주님은 신분해방 운동을 하셨나요? 혹은 노예를 해방시키기 위한 방안을 세웠나요? 오늘날로 말하자면, 신분제 철폐를 위한 법적 제도 개선이나 법 입안을 위해 노력하셨나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겉으로 보면 그런 제도적인 개혁을 위해 조금도 노력하지 않으셨습니다. 오히려 그런 차별을 인정하는 듯합니다.

이런 질문에 대한 올바른 접근을 위해, 우리는 '선물'을 집중적으로 고민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어쩌면 선물은 이런 사회의 불평등과 차이를 조절해 줄 수 있는 유일한 수단입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공산주의와 민주주의를 생각해 보십시오. 공산주의는 일반적으로 '결과의 평등'이라고 말합니다. 다시 말해, 인생의 시작은 다 달라도 결과적으로 분배는 평등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모두가 평등한 이상적 사회를 만들고자 했던 것이 공산주의였습니다. 이념은 탁월했지만 결국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이에 반해, 민주주의는 '시작의 평등'이라고 말합니다. 민주주의에서는 누구나 시작은 같아야 하지만, 결과는 개인의 노력과 재능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겁니다. 이것은 일종의 '기회 균등'입니다.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똑같은 기회를 주고 능력대로 살아가는 방식이지요.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 기회가 똑같이 주어졌습니까? 정말로 부자와 가난한 자가 시작이 같은가요? 이 부분에 대하여 긍정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겁니다. 그러므로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가 문제가 있다고 말하는 겁니다.

'선물' 역시 평등과 관계가 있습니다. 지난번에 나누었다시피, 선물에서는 평등이 실현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차이가 더욱 커지는 것처럼 보입니다. 주는 자는 가진 게 많아 주기만하고 받는 자는 가진 게 없어 받기만 할 때, 선물만큼이나 차이가 커지는 경우도 세상에 없을 겁니다.

게다가, 교회는 이 차이를 더 부채질 합니다. 야고보서 2장에 보면 교회가 나서서 부자는 앞자리에, 가난한 자는 뒷자리에 앉힙니다. 교회에서 더 심하게 가진 자와 못 가진 자를 차별합니다.

이렇게 교회가 차이와 차별을 조장해 놓고 부자에게 가난한 자에게 '긍휼'하라고 설교하며 자선을 베풀어야 한다면, 교회는 완전히 세상에 물들어 타락한 것이지요. 거지 나사로처럼 부자의 선물이 가난한 자를 더 비참하게 할 거니까요. 그래서 야고보는 "사람을 차별하지 말라"고 경고했던 겁니다.

또한 교회 안에서는 역차별의 문제가 있습니다. 다시 말해, 제대로 된 교회라면 선생은 종이 되고 종은 선생이 됩니다. 큰 자는 작은 자가 되고 작은 자는 큰 자가 됩니다. 세상에서 가장 큰 권력을 누리고 있는 자는 기도가 필요한 자가 됩니다. 간음하다 잡힌 여인은 죄 용서함을 선포받고 마음으로 간음한 자는 죄인 취급당합니다.

어떻습니까? 교회 역시 차별이 심한 것처럼 보입니다. 이런 착시 현상의 이유는 우리가 너무 세상적인 평등에 빠져, 하나님의 평등을 이해하지 못한 까닭입니다. 야고보서 2장은 그야말로 하나님의 평등이 눈을 부릅뜨고 세상의 평등이 교회 안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막고 있는 것과 같습니다. 왜냐하면 "네 이웃을 네 몸처럼 사랑할 때까지(약2:8)" 아직 평등은 실현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 지점에서 키에르케고어는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우리의 이웃이 되지 못할만큼 고상한 자도 없고 우리의 이웃이 되지 못할 정도로 비천한 자도 없는 것같이, 네 이웃을 네 몸처럼 사랑할 때 평등은 실현된다."

이런 점에서 하나님의 평등은 이웃 사랑에 의해 완성됩니다. 이 평등은 공산주의처럼 결과의 평등을 주장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 평등은 민주주의처럼 시작의 평등을 주장하지도 않습니다. 아니, 이 평등은 그런 류의 주장과는 아무런 상관도 없고 관심도 없습니다.

하나님의 평등은 색을 단색으로 칠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벽에 페인트칠을 한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이 경우, 하나님의 평등은 벽 전체를 단색으로 칠하자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방향이 반대입니다. 그냥 다양한 색을 인정하자는 겁니다.

이런 식으로 설명하자면, 하나님의 평등은 부자와 가난한 자의 차이, 남자와 여자의 차이, 노인과 아이의 차이, 주인과 종의 차이에 아무런 관심이 없습니다. 그래서 성경에서 이와 같은 이야기에 대해 침묵했던 겁니다. 이것은 세상의 평등의 관심사일 뿐입니다. 아마 여러분들도 그래서 '수저' 이야기를 꺼냈을 겁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평등은 수저 이야기와도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키에르케고어는 말합니다. "이 싸움은 공격 전쟁이자 방어 전쟁이다!" 다시 말해, 세상의 평등에 대한 생각이 교회 안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막고, 하나님의 평등만이 교회의 파수꾼이 되어 지키도록 하는 것, 이것은 전쟁이라는 겁니다.

그렇다면, 하나님의 평등을 실현하는 방식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선물 밖에 없습니다. 오직 사랑을 담은 선물을 실천할 때에만 평등은 실현될 것입니다. 다시 말해, 선물만이 분배정의를 실현할 수 있을 겁니다.

우리는 지금까지 거저 주는 사랑의 선물을 강조해 왔습니다. 이 사랑이 어떻게 주는가는 구체적으로 밝힌 바 없습니다. 또한 줄 것이 아무것도 없어도 최고의 것을 줄 수 있는 사랑의 한 행위로서 긍휼을 살핀 바 있습니다.

그러나 이제 사랑이 줄 것이 있을 때, 선물을 통해 어떻게 평등을 실현할 수 있는지, 다음 주부터 '주는 방식'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이창우 목사(키에르케고어 <스스로 판단하라> 역자, <창조의 선물>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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