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선교신학자들, 복음주의 정체성 잘 보존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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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주 칼럼] 포스트모더니즘의 해체주의, 복음주의적 고찰(2)

3. 포스트모던 신학에 대한 복음주의적 입장

복음주의라는 개념은 개혁자들로부터 시작하여 경건주의, 영·미 대각성운동, 미국의 근본주의 등, 세계 복음주의 운동들 전반에 걸쳐 사용되는 폭넓은 개념이다.

16세기에 영국에서 사용된 '복음주의(Evangelical)'란 개념은 종교개혁자들을 일컫는 말이었고, 독일어로 Evangelisch라고 한다. 즉 루터(Luther)교인들과 개혁주의자들을 포괄적으로 일컬었던 개념이다.

첫 Evangelisch라는 개념은 1521년 반개혁자들이 마르틴 루터(Martin Luther)의 이름을 따서 개혁자들을  Lutheraner 또는 Martinaner라고 칭했는데, 이것을 루터가 Evangelisch라고 고쳐 부른데서 시작됐다. 이처럼 초기의 '에반젤리칼'이라는 개념은 개신교(Protestant)를 일컫는 말이었다.

그 후 18세기에 영국에서는 의식보다는 복음을 존중하는 저교회파(Low-Church)와 감리회 운동, 그리고 모든 각성 운동들을 포함한 초교파적 성격을 띤 개신교 운동들을 'Evangelical'이라고 했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같은 시대에 일어났던 독일의 경건주의를 Evangelical이라 하였다.

19세기에는 모든 복음주의자들의 공동체인 Evangelical Alliance(1846)가 형성됐다. 오늘날 사용하는 'Evangelical'이란 말은 일반적으로 18세기 영국에서 사용되었던 의미와 같다.

그 후 자유주의 신학과 세속화 신학의 반동으로 일어난 현대의 복음주의 운동들이 있다. 그것은 미국의 근본주의와, 이와 비숫한 선교단체인 IFMA(International Foreign Missions Association 1917), 칼 맥킨타이어(Carl McIntire)의 ICCC(International Council of Christian Churches, 1948) 등 복음증거를 강조하는 복음주의, 그리고 성경적인 기초 위에서 현실 문제를 다루며 신학적인 연구와 여러 타교회들과의 협력을 꾀하는 'New Evangelicals', 그리고 이와 비숫한 성격을 띤 EFMA(Evangelical Foreign Missions Association 1945)가 있다.

특히 20세기 후반기 부터 비성서적인 현대 세속화 신학의 발전과 종교다원주의 같은 신학사조의 반작용으로 나타난 복음주의 운동이 있다. 이들은 1966년 WCC 내 '교회와 사회 협의회'에서 혁명신학이 주창되던 해에 미국에서 Wheaton 선언문을 발표하고, 제4차 WCC 총회(1968년)에서 '세속화 신학'이 절정에 달아오르자, 독일에서는 1970년 프랑크푸르트(Frankfurt) 선언문을 발표했다.

이후 1973년 WCC의 '세계 선교와 복음화 위원회(CWME)'에서 세속화 신학과 종교혼합주의가 강세로 이저지자, 복음주의자들이 1974년 스위스 로잔에서 '로잔(Lausanne) 언약'을 발표하면서 현대 에큐메니칼 운동의 그릇된 흐름에 대해 경고하기 시작했다. 특히 이들은 복음전도를 결코 중지할 수 없는 기독교인의 우선적 과제로 인식하면서, 다른 한편 기독교인의 사회적 책임을 선언문들을 통해 거듭 강조하고있다.

대표적으로 알려진 다섯 명의 세계복음주의 선교신학자들은 미국의 빌리 그래함(Billy Graham)과 도널드 맥가브란(Donald McGavrean), 영국의 존 스토트(John R. W. Stott), 독일의 피터 바이어하우스(Peter Beyerhaus), 게오르그 휘체돔(Georg F. Vicedom)이다.

복음주의의 특징은 다섯 가지이다. 첫째, 성서는 성령의 감동하심으로 기록된 하나님의 말씀이다. 둘째, 개인적인 회개와 예수 그리스도의 대속을 통한 구원의 유일성을 믿는다. 셋째, 믿는 자 가운데서 역사하는 성령에 대한 신앙을 갖는다. 넷째, 모든 민족과 나라를 위한 선교와 복음화 및 사회적 책임에 대한 의지가 있다. 다섯째, 예수 그리스도의 재림을 기다리는 신앙 등이다.

복음주의의 대표적 선언문인 로잔 언약 제3항에서는 "예수 그리스도는 유일하신 신인(神人)으로 죄인을 위한 유일한 대속물로 자신을 주셨고, 하나님과 사람 사이의 유일한 중보자이시다. 예수 이름 외에 우리가 구원받을 다른 이름은 없다. 죄로 말미암아 모든 사람이 멸망하고 있다. 그러나 하나님은 모든 사람을 사랑하시어 한 사람도 멸망치 않고 모두가 회개할 것을 원하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리스도를 거절하는 자는 구원의 기쁨을 거부하며 스스로를 정죄함으로써 하나님으로부터 영원히 분리된다"는 신앙의 핵심 내용을 기록하고 있다. 이러한 동기로 인해 "전 세계 복음화를 위하여 함께 기도하고, 계획하고, 일할 것을 하나님과 우리 상호간에 엄숙히 언약한다(제15항)"고 고백하고 있다.

20세기 급변하는 사회 속에서 세계 교회는 세속주의적 해방신학과 혁명신학 등을 거쳐 종교다원주의 시대에 들어섰고, 21세기를 준비하면서 영적 혼합주의적는 점점 활발해지기 시작했다.

1991년 호주 캔버라의 성령론과 같이 성령과 인간의 영과 귀신은 점점 더 뚜렷하게 구별되지 않고 있는 바와 같다. 21세기 교회는 포스트모던적 해체주의와 병행해 종교다원주의와 종교혼합주의 왕국으로 더욱 철저하게 변해갈 것이다.

그러므로 일부 교회는 혼미하게 되어, 복음을 믿고 회개하여 창조주 하나님께로 돌아오게 하기 위한 선교를 하는 대신, 범신론 종교사상 속에 빠져드는 혼합주의와 종교다원주의를 추구하는 '대화'를 지속하고, 창세기 3장 5절의 꿈을 실현하고자 하나님을 정복하려는 데살로니가후서 2장 5-8절의 종말적 배도기를 함께 맞이하게 될 것이다.

회개와 개종을 요청하는 복음주의적 선교사들은 이러한 탈현대주의의 해체주의적 다수에 의해, 다원주의적 지구촌 공동체의 평화를 깨뜨리는 용납 못할 범죄자로 낙인찍힐 수도 있다. 그러나 회개도 하지 않고 주께로 돌아오지도 않는 교회와 세계는 서로 닮아가고 함께 손을 잡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평화 공동체가 실현되는 대신 전쟁과 재앙이 더해가고, 기독교 파가니즘이 온 세계에 사랑의 복음을 가져다주는 선교사들을 핍박하게 될 것이다(마 24장).

그러나 이러한 때에 온 세상에 복음을 전파해야 하는 사명을 깨달은 복음주의자들은 먼저 철저한 회개를 통해서 자신부터 순수하게 복음화되어야 할 것이며, 그렇게 됨으로써 성령을 통해서 세계 복음화와 사회갱신에 기여하게 될 것이다(행 2:38-47).

결어

현대주의와 탈현대주의의 특성을 간단히 정리하면, 전자는 인간의 이성을 기초로 모든 것을 지배하고 완성하고자 하되, 그 범위는 전 우주를 다 포괄하고자 했다. 그 전체 속에 탈현대적 요소인 차이점과 다원성을 함께 지니고 있었다. 그러나 후자는 전자의 포괄성을 벗겨내고 남은 다원주의만을 추구하게 됐다.

탈현대주의는 어떤 제한도 받지 않는 임의성과 자율성을 허용한다. 어떤 규범이나 비판도 가하지 않는 무한대의 학문의 자유, 윤리적 자유, 정치적 자유, 교리적 자유 등을 주장한다. 그러면 이러한 탈현대주의를 수용한 해체주의적 기독교는 어떤 모습으로 변해 있을까?

바뗑이 설명한 바와 같이 탈현대주의는 근본부터 이질적 요소를 수용하되 통합하지 않는 철저한 다원주의와, 데리다의 탈현대주의와 다원주의는 현대적 바벨탑의 파괴와 그것의 죽음을 의미한다는 것과, 어떤 개혁이나 희망도 없는 꿈을 상실한 유토피아는 이미 도래했기 때문에, 이젠 종말도 없고 어떤 희망도 없게 됐다는 보드리야드의 진술처럼, 탈현대주의는 비독교 복음과 철저히 대치된다. 그러므로 복음주의는 탈현대주의를 신학이나 교리에 받아들이지 않는다.

탈현대주의의 유행 신학 시대를 살아가야 할 21세기 선교신학자들은 복음이 정체성을 상실하는 일이 없도록 잘 보존해야 하고, 또 그것을 잘 전달해야 할 막중한 책임이 있다. 그것은 우리를 구원하는 기독교 복음의 근거가 창조자 하나님의 계시이지 인간문화의 산물이 아니기 때문이다(갈 1:6-9). 그러나 복음의 유일성과 문화의 다원성은 결코 혼동되어서는 안 된다(고전 9:19-23).

이동주 박사(선교신학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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