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호수아서 연구(8)
"여호수아가 백성에게 명령하여 이르되 너희는 외치지 말며 너희 음성을 들리게 하지 말며 너희 입에서아무 말도 내지 말라 그리하다가 내가 너희에게 명령하여 외치라 하는 날에 외칠지니라" (수 6:10)
여호수아가 여호와 군대장관을 만나고 난 뒤 본격적인 가나안 점령이 시작되었다. 가나안 점령의 첫 관문은 여리고성이었다. 여호수아는 더 이상 여리고성의 견고함을 두려워하거나 사기가 위축될 필요가 없었다. 가나안 점령은 여호와께서 주도권을 가지고 싸우시는 전쟁이기 때문이다. 그가 비록 이스라엘의 군사령관 위치에 있었지만, 그는 여호와의 전쟁에 참여하는 한 용사에 불과하였다. 그것이 여호와의 군대장관을 만나서 그가 배운 점이다.
여호와께서 주도하시는 전쟁은 이미 승리가 보장되어 있었다. 여호수아서 본문은 두 가지 점에서 그것을 강조하고 있다.
첫째는, 여리고 성문이 굳게 닫혀있고 출입하는 사람이 전혀 없었다(수 6:1). 그들의 사기는 이미 땅에 떨어져 있었다. 정탐꾼들의 정세파악에서 볼 수 있듯이, 출애굽 사건이나 요단 건너편 아모리 왕들이 당한 일들로 인하여 여리고 사람들의 마음은 녹아 정신이 없었다(수 2:11). 전쟁을 시작하기도 전에 패전을 자인한 셈이다.
둘째는, 여리고와 그 왕과 용사들을 이스라엘 손에 붙이시겠다는 하나님의 선언이다(수 6:2). 여호와 전쟁에서 하나님의 허락은 무엇보다 중요하였다. 아무리 잘 훈련된 군대와 훌륭한 무기를 갖추고 있다하여도 하나님의 허락 없이 전쟁에 나서는 것은 하나님께 대한 불신앙이며 패전을 자초하는 일이었다. 하나님의 허락은 곧 전쟁에서 이긴다는 보장이었다.
아무리 승리가 보장되어 있다고 하여도, 실제 전쟁에서 승리를 얻기 위해서는 철저한 준비가 필요했다. 여기에서의 준비는 전쟁을 위한 훈련이나 기술이 아니다. 그것은 하나님께 대한 신뢰성 곧 하나님의 명령에 절대적으로 순종하는 신앙적 자세를 의미한다. 어떠한 명령이 떨어지다 하여도 그것을 전적으로 믿고 따라야만 한다.
여호수아를 통하여 하달된 여리고성 점령계획은 너무나도 단순했다. 온 이스라엘이 양각나팔을 들든 제사장들과 함께 굳게 닫힌 여리고성을 일주일동안 도는 것이 전부였다. 첫 육일동안은 매일 한 바퀴씩 돌고, 마지막 날에는 일곱 바퀴를 돌아야 했다. 마지막 날 일곱 바퀴를 돌고나서 온 백성이 큰 소리로 외치면 견고한 여리고성이 일순간에 무너진다는 것이다(수 6:3-5). 전쟁을 위한 작전계획치고는 너무도 단순하여 오히려 현실성이 없어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그 명령을 따라야 하는 것이 승리의 비결이었다.
하나님의 작전계획을 전달받은 여호수아는 백성들에게 한 가지 특별한 명령을 내렸다. 그것은 마지막 날 온 백성이 큰 함성으로 외치기 전까지는 절대로 입을 열지 말라는 것이다. 여호수아는 그 점을 세 번이나 강조하고 있다. "너희는 외치지 말며, 너희 음성을 들리게 하지 말며, 너희 입에서 아무 말도 내지 말라"(수 6:10)
왜 여호수아는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그런 함구령을 내린 것일까? 그것은 하나님의 작전계획에 대한 이스라엘의 신앙적 자세가 어떠해야 하는가를 보여준다. 견고한 여리고성을 포위한 채 하루에 한 바퀴씩 돌라는 하나님의 작전계획은 아무리 받아들이기 어려워도 그대로 순종하며 따라야만 했다. 처음에는 큰 어려움 없이 하나님의 지시대로 따를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문제가 생길 여지가 많았다. 열심히 지시대로 따르고 있긴 하겠지만 성이 무너질 것 같은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을 수 있다. 그런 상황 속에서 성미가 급한 누군가가 쓸데없는 일을 한다고 하면서 불평을 털어놓는다면 그것은 순식간에 전체에게로 번져나갈 수 있었다. 그렇게 되면 하나님이 지시하신 마지막 날이 되기 전에 이스라엘은 중심을 잃게 되고 하나님의 계획은 중도에서 물거품이 될 수 있다. 여호수아는 그런 사태를 미리 막기 위하여 철저한 함구령을 내린 것이다. 여호와 전쟁에 참여하는 거룩한 병사들에게 요구되는 것은 마지막까지 믿음을 지키며 인내로 견디는 것이다. 여호수아가 함구령을 내린 의미가 거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