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산정권이 무너지고 27년의 세월이 지난 2017년 6월 6-9일, 러시아 제2의 도시 백야의 땅 St. 피터스버그에서 역사적인 19차 CIS 선교대회가 열렸다. 러시아 하바롭스크, 블라디보스톡, 시베리아를 비롯하여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우즈베키스탄, 그루지아, 아르메니아, 우크라이나, 몽골, 한국교회 찬양팀, 영락 미디어팀 등 대략 380여명이 참여하였다.
한 자리에서 수많은 동역자들을 만나 교제하고 정보를 나누고 기도제목을 함께 공유하며 격려하는 멋진 기회였다. 러시아의 6월은 한층 푸르름을 더해가는 풍성한 은혜의 계절이요, 창조의 계절이라고 할 수 있다.
'앞으로 10년의 사역을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대회가 진행되었다. 다음 대회를 위해 어떤 방법으로든 평가가 필요한 듯 하여 개인적으로 몇 가지를 살펴보는 것이니, 다소 편향된 시각이 있을 수도 있음에 대해 먼저 양해를 구한다.
일정은 일반적으로 아침·저녁 메시지와 주제발표, 현장사역 보고, 특강 등으로 구성됐다. 섬김의 주최는 피터스버그 사역자들이 감당하고, 찬양과 봉사팀, 미디어 팀과 MK 사역자들이 한국에서 지원되었다. 아주 짜임새 있고 섬김의 내용도 매우 훌륭하였음을 느낄 수 있어 매우 편안하고 즐거운 만남과 교제의 시간이었지만, 다음의 문제들을 살펴본다.
1. 주제와 메시지 내용에 있어 서로 연결점이 부족한 것을 엿본다. 이것은 어느 대회에서나 매번 느끼는 것이다. 특강이나 주제발표나 모든 것이 하나의 주제로 모아져야 한다. 기획의 문제라 보는데, 준비하는 입장에서는 최선을 다하였을 것이지만, 그 일의 평가는 참가자들이 하는 것이다.
2. '10년의 미래'를 어떻게 준비하고 사역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는 먼저 '지난 10여년의 사역'을 냉철하게 돌아보고 평가하고 진단하는 것이 우선되었어야 한다. 이러한 기초자료 없이 미래 사역을 논한 것은 매우 무언가 포커스가 잘못 잡힌 일이었다고 본다.
3. 전반적인 대회 집회 분위기는 매우 흥분과 감정에 호소하고 있는 느낌이다. 시간 시간 주여 삼창으로 시작하는 통성기도, 왜 주여 삼창을 외치지 않으면 기도가 안 되는 것일까? 이것이 한국적 기독교의 모습인가? 대부분은 많은 은혜를 받고 너무나도 좋은 분위기였다고 하지만, 그렇게 흥분하고 감정 충만하여 하나님의 역사를 이룰 수 있다면 누가 못하겠는가?
그렇게 할 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목이 터지도록, 사람들은 지치고 말은 못하지만 꼭 이렇게 해야 하는가? 이제는 다시 생각할 때가 됐다고 본다. 머리는 차갑고 냉철하되, 가슴은 뜨거워야 한다고 말하지 않는가? 우리는 왠지 뜨거움만이 집회의 매력이라고 생각하는 듯 하다. 뜨거운 가슴은 있지만 머리까지 뜨거워서야 되겠는가?
3. 필자는 공적 시간을 사유화하는 일에 대하여 매우 부정적이다. 공석에서 개인의 삶을 이야기하는 일들이 있을 수 있다. 간증이다. 그런데 그러한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개인의 사소한 삶의 이야기가 화자에게는 매우 중요하고 재미있을 수 있지만, 모든 청중들에게 그렇게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더 중요한 것은 공적 시간을 사용할 기회를 얻은 자가 기도하며 연구한 오늘의 메시지를 들려주어야 한다는 점이다. 말씀의 대언자로서, 하나님의 뜻이 무엇인지를 분명하게 밝혀 주어야 한다. 사실 개인 인생에 위기와 충격의 역사가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개인에게는 매우 중요하지만 모두에게 그렇지는 않음을 알아야 한다.
4. 주제를 발표하는 일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모두가 은혜로 넘어가고 시도 때도 없이 아멘으로 화답해 주니까 별 문제이지, 실제로 그렇게 공적 시간을 사적으로 만드는 것은 책임을 져야 할 일이다. 또한 분별도 없이 무조건 "아멘 아멘" 하는 청중도 문제이다. 그러한 화답이 강단에 서는 사람들을 무책임한 자들로 만든 이유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아무 때나 아멘 아멘 화답하니, 강단에 서는 사람들이 "내가 잘 하고 있구나" 하고 착각하게 된다. 그래서 많이 선생 되지 말라는 주님의 메시지는 매우 무겁고 준엄하게 들려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아무나 지도자가 되는 것이 아니라고 본다.
5. 21세기 선교사들의 놀이터에 폭탄을 던져서 지성을 흔들고 영성을 깨우친 신선한 강의가 있어, 참으로 감사하고 고마웠다. 미국에서 날아온 어느 강사의 특강은 오늘의 세계 선교현장을 소개하고 현실적인 정확한 진단을 내리고 경각심과 도전을 주는 대단히 충격적인 내용이었다.
무슬림의 거대한 전략적인 도전과 현실 앞에서 서 있는 기독교의 모습, 빈곤한 사역에 소총 들고 싸우는 모습을 어떻게 극복하고 도전해야 할지, 심각하게 질문하고 있었다. 대회가 마쳤음에도 매우 고민하게 만든다.
이번 대회의 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훌륭한 강사가 있다는 사실에 감사를 돌린다. 모두들 강의 시간이 짧아서 안타까워하고 더 해 달라고 요청하는 것은 매우 보기 드문 일 아닌가?
6. 몽골에서 오랜 사역을 경험한 어느 강사의 외침 속에, 지난 사역에 대한 '진단과 평가' 없이는 앞으로 10년의 사역을 예측할 수 없다고 한 것은 대단히 바른 지적이라고 본다. 이것은 기본이다. 과거의 사역과 현장을 이해함 없이 앞으로 나갈 수가 없는 일이다. 그런데 이러한 작업이 선행되지 않고서 이번 대회에서 미래사역을 논한 것은 매우 아쉬운 부분이었다고 할 것이다.
어제나 오늘이나 내일이나 중요한 것으로, 현장에 대한 리서치 작업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는 제안은 매우 바람직하다. 또한 '매년 사역에 대한 평가'는 자신이나 공동체의 미래 사역을 준비하는 일에 있어 기본이라는 것에 모두들 공감하고 깨닫는 시간이었다. 논리 정연하게 전달해준 모습 속에 행정가로서 모습을 보게 되어 참 감사하였다.
7. 사역의 핵심은 "하나님에 대한 인정이다"라고 고백하는 카자흐스탄 지역 어느 선교사의 외침은 모두에게 공감을 일으켰다. "나의 힘으로 내가 하는 것이 아니고" 주님의 인도하심인 것을 인정하는 일이 사역에 있어서 매우 중요함을 고백한 것이다. 이로 인하여 공동체가 형성되고 협력하는 일이 자연스럽게 생겨나서 주님을 기쁘시게 하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는 고백은 모두에게 귀감이 되는 일이었다.
8. '내적 치유'에 대한 강의는 모두에게 도전이 되는 시간이었다. 이상한 방법으로 진행한 단체들에 의해 의구심이 생겼지만, 사람 사는 이야기, 어떻게 모두와 함께 할 수 있을까, 어떻게 자신의 성품이 형성되어 오늘 관계하고 있는가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 속에서 자신을 돌아보며 모두들 눈물로 강의를 듣는 공감의 모습을 보게 되었다.
9. 영락 미디어팀의 재능기부는 매우 탁월하였다. 시간이 있을 때마다 가족 별로 팀 별로 다양한 포즈를 카메라에 담아내 즉석 프린터하여 배포하고, 또한 이 모든 것을 USB에 담아 마지막 날 배포하였던 것은 대단한 일로 높이 평가하고 싶다. 아주 실제적인 헌신이었다고 본다.
10. 찬양팀의 섬김 또한 매우 헌신적이었다. 자신들의 중요한 기회와 일들을 모두 내려놓고 이곳까지 달려와 시간 시간 최선으로 섬기는 모습에, 모두가 칭찬을 아끼지 않고 함께 찬양하여 은혜 받는 가운데 나타나게 된 것이다.
11. 결론적으로 '이 시대의 선교정신'이 무엇인가를 제시하였으면 좋았을 것이다. 비전과 개혁을 말하지 않는 사람이 없다. 패러다임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거시적인 이야기는 많이 한다. 그런데 구체적인 것이 없다. 항상 뜬구름 잡는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급변하는 세계 정세 속에서 어떻게 사역을 감당하여야 하는가는 매우 중요한 질문이다. 본회퍼가 20세기 목회자들의 놀이터에 던졌던 영성과 지성의 폭탄이 21세기 선교사들의 놀이터에는 전혀 터지지 않았다는 생각, 귀한 시간과 많은 재정을 투자한 것에 비해 아쉬움으로 남는다.
러시아 리 세르게이 lee7095@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