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좌파는 어떻게 한국교회를 집어삼킬 수 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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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진 칼럼] 비의적 지식으로 청중 사로잡고 권위 획득

▲이영진 교수. ⓒ크리스천투데이 DB

▲이영진 교수. ⓒ크리스천투데이 DB

이 글을 시작하기에 앞서 과연 '좌파'라는 분파가 기독교 내에 실존하는 개념인지, 설령 존재하더라도 좌파라는 호칭은 적절한지, 그리고 무엇보다 한국교회가 특정 집단에게 집어삼킬 수 있는 것인지 회의적인 시각이 일 수 있다. 그렇지만 집어삼킨 적도 없고 또 집어삼킨 좌파도 존재하지 않는다면 더 없이 좋은 일이다. 화가 날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글에 화가 난다면 그 두 가지 즉, '기독교 좌파'라는 존재, 그리고 '한국교회를 집어삼킨 일'은 실존하는 것이다.

우선 이 글에서는 제목과 같이 기독교 좌파가 어떻게 한국교회를 집어삼킬 수 있었는지에 관하여 정리하고, '기독교 좌파'란 구체적으로 어떤 존재인지에 관한 것 따위는 다음 회에 담기로 하자.

§

"기독교 좌파는 어떻게 한국교회를 집어삼킬 수 있었나"

세습교회 때문에? 목사들의 섹스 스캔들? 돈 스캔들? 이것들이 문제는 문제였지만 문제의 본질은 아니다.

문제의 본질을 들여다보기 위해 잠시 AD 1세기 유대교의 전환기 과정을 들려드릴까 한다. 한국교회가 기독교 좌파에게 잠식당하는 과정과 대단히 유사한 면이 포착되기 때문이다.

이미 BC 1-2세기 경의 유대교는 과거의 상류계급과는 별개로 새로운 상류계급이 급부상하고 있었다. 그들은 다름 아닌 '율법학자들'이었다.

당시의 귀족은 모두 다 세습귀족을 말한다. 이들 세습귀족은 둘로 나뉘었다. '세속적인 세습귀족'과 우리가 이제 관심 가지고 지켜볼 '종교적 세습귀족'이다. 신흥 상류계급 곧, 율법학자들이 바로 이들과 종교 권력 다툼을 벌여 승리를 거두었기 때문이다.

이들 간에 벌어진 권력 쟁탈전은 시간이 흐를수록 신흥 상류계급에게로 승기가 넘어갔다. 대체 어떻게 했기에 그리 될 수 있었을까? 이들 신흥 상류계급은 대체 어떤 자들이었기에 그토록 오랜 역사를 장악하던 세습귀족과 감히 투쟁을 전개할 수 있었고, 어떻게 했기에 그들을 집어삼킬 수 있었을까? 이들의 막강한 힘은 대체 어디에서 비롯되었는가?

과거의 율법 해석의 권위는 대부분 고급사제 계급에게 있었다. 세습사제 계층을 말하는 것이다. 이러한 권위는 단지 세습에서 오는 것만이 아니라, 율법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해석능력에 기인하는데 이러한 고급사제들이 AD 1세기 초까지만 해도 건재하였다고 한다.

이를테면, 탈무드에 나오는 성전 경비대장 랍비 하나니야라든지 그 외 랍비 문헌에 나오는 어떤 대제사장의 손자인 이스마엘 같은 사람은 당시 유력한 세습귀족 가문 출신의 율법 권위자다. 우리가 잘 아는 플라비우스 요세푸스도 바로 이런 귀족 출신의 문서 권위자이자 문필가였다.

그러나 율법학자들 가운데는 귀족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하류계급 사제로부터 다양한 계층이 있었다. 가령 헬라식 전통의 회당에 봉직하는 세습 가문의 자식들이라든지, 성전의 수문장 아들, 성전에서 노래하는 가수의 아들 등이 있었다.

하지만 이들을 심층적으로 살폈을 땐 보다 다양한 직업군 계층이 율법학자라는 타이틀로 결합되어 있었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는데, 성전이나 회당에서 직간접의 예전에 종사하는 사람들 외에도 포도주장수, 기름장수, 목수, 천막제조자, 못대장장이...등 다양한 직업군이 포함되어 있었다.

그런데 이들 후자의 경우는 세습귀족들에 비하면 사회적으로 천한 출신에 속했으며 상대적으로 가난했던 사람들이다. 그럼에도 이들에게 종교 권력의 승기가 넘어왔던 이유는 오로지 하나, 오직 지식만이 이들 율법학자들의 힘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들이 이와 같은 승기를 거머쥐게 되는 데는 사회적으로 이런 역학구조가 있었다.

당시 제국의 힘 아래서 살아가야 했던 일반 시민들은 형사와 민사에 관한 법률에 있어, 어지간한 민사재판의 경우는 회당과 같은 지역 공동체에 의존했다. 회당은 중대한 민사법정뿐 아니라 경미한 형사 건에 대한 치리까지도 관할했던 흔적이 여러 사료에서 발견된다.

바로 이때, 어떤 공동체가 그 민사재판의 진행을 위해 재판관을 임명할 경우 누구를 임명할 것인가 하는 점이 대두되기 마련이다(정식 재판정은 아니기 때문에). 즉, 이때 판결을 내리기 위해 결정적으로 중요한 것은 바로 법률에 대한 지식과 그에 관한 해석 능력이었는데, 그에 관한 뛰어난 실력이 바로 이들 신흥 율법학자들에게 있었던 것이다.

상대적으로 사제 가문의 세습귀족들에게서는 이 지식의 질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현상이 벌어졌다. 이는 옛 세습귀족들이 차지했던 많은 주요 자리들이 AD 1세기에 이르러서는 거의 대부분 이들 신흥 율법학자 손에 넘어갔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신흥 상류계급은 이렇게 형성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1세기 팔레스타인의 스케치가 아니라, 단연코 우리나라 전통교회가 기독교 좌파에게 넘어간 개요이기도 하며, 또한 이것은 굳이 종교와 세속의 구분 없이 이번 새 정부가 들어서는 과정에서 목격되었던 일련의 율법사들 즉, 법조계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이미 실시간으로 목격하는 바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종교에 관한 한, 저와 같은 AD 1세기의 정치적 헤게모니 변화가 율법학자들이 그렇게 막강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었던 궁극적 이유인 것은 아니다. 그럼 대체 뭐냐?

당시 율법학자들이 그와 같은 영향력을 끼칠 수 있었던 궁극적 이유는, 그들이 종교법 자체에 관해 능통해서 그런 요직을 점거할 수 있었던 게 아니라, 바로 이들이 '비의적(秘義的)' 전통에 능통하여, 그 비의적 지식들을 탐색할 줄 아는 자들이었다는 사실에 있다. 비의적 지식이란 무엇인가?

어떤 면에서 이와 같은 1세기 팔레스타인 유대교의 변화와 이 시대 한국교회의 변화는 지당한 역사적 흐름으로 비칠지 모른다. 그러나 나는 단연코 그렇게 지당하게 보지 않는다. 왜냐하면 여기서 자칫 새로운 율법학자로 대변될지도 모를 기독교 좌파는 결코 '바울'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들은 도리어 회심 이전의 바울 즉, 하나님의 교회와 성도를 색출해 잡아가는, 살기가 등등한 바울에 지나지 않는 교회파괴적 행태를 구사하기 때문이다.

나는 이와 같은 우려를 같이 하는 한국교회를 사랑하는 많은 젊은이들에게 권고한다. 이들로부터 그리스도의 몸 된 교회를 다시 탈환해올 것을. 그 일을 어떻게 해낼 수 있을까?

우선 율법에 능통한 자들이 될 것을 권고하는 바이다. 전통교회의 잠식은 개인의 섹스 스캔들이나 돈 스캔들 때문에 온 게 아니라, 지식의 질적 저하에서 가속화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다시 권고하건대, 율법에 능통한 자들이 될 것을 권고한다.

그리고 특별히 비의적(秘義的) 전승에 능한 자 되기를 당부 드린다. 그것이 이 시대의 신흥 종교귀족 기독교 좌파들에게서 교회를 재탈환해낼 강력한 무기가 되어 줄 것이기 때문이다. 비의적 지식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이것이다.

"내가 두루 다니며 너희가 위하는 것들을 보다가 '알지 못하는 신'에게라고 새긴 단도 보았으니 그런즉 너희가 알지 못하고 위하는 그것을 내가 너희에게 알게 하리라"

바로, 이 알지 못하는 신(ΑΓΝΩΣΤΩ ΘΕΩ)에 대해 설명할 수 있는 능력. 오로지 이 능력만이 여러분을 이 시대 절체절명의 모든 적그리스도 생태 환경에 빠진 우리나라 전통교회를 다시 되찾아올 수 있는 진정한 율법학자 바울로 만들어 줄 것이라 확신하는 바이다.

§

덧붙여... '비의적(秘義的) 지식' 이라는 것에 대한 부연 설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고대의 역사적 랍비들에게 '비의적 전승'이라고 하면 카발라(קַבָּלָה) 아류를 일컫는 말이지만, 실질적 랍비들의 파워는 이 신비주의 자체에서 나온 게 아니라 이 카발라 따위를 지지대로 삼아 토라를 해석해 내는 능력에 있었다.

청중의 마음을 사로잡고 권위를 획득한 것이다.

오늘날 전통교회는 이러한 지적 수단과 능력이 부족한 까닭에 신천지 같은 이단과 기독교 좌파에게 영혼을 빼앗기는 원인이 되었다.

간증집이나 영성일기 같은 것에만 길들여져 있기 때문에, 이를테면 움베르트 에코나 패트리크 쥐스킨트로 대변되는 비의적인 세계 속에서 그 알지 못하는 신(ΑΓΝΩΣΤΩ ΘΕΩ)을 발견해낼 능력을 상실한 것이다. <계속>

이영진 교수는 호서대학교 평생교육원 신학과 주임교수이다. 그는 다양한 인문학 지평 간의 융합 속에서 각 분야를 자유롭게 넘나들면서도, 매우 보수적인 성서 테제들을 유지해 혼합주의에 배타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신학자로, 일반적인 융·복합이나 통섭과는 차별화된 연구를 지향하고 있다. '기호와 해석의 몽타주'(홍성사) '영혼사용설명서'(샘솟는기쁨) '철학과 신학의 몽타주'(홍성사) '자본적 교회'(대장간) 등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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