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을 베풀고 돌려받는 ‘감사’를 당연시하는 이들에게

|  

[키에르케고어의 선물 (19)] 돌려받지 않는 선물

▲이창우 목사. ⓒ크리스천투데이 DB

▲이창우 목사. ⓒ크리스천투데이 DB

선물은 거저 주고 돌려받지 말아야 합니다. 거저 주는 것이 선물이니까요. 이런 의미에서 선물이 가져오는 평등은 사장과 사장과의 만남, 선생과 선생과의 만남과 같은 동등한 만남에서 서로를 배려하는 그런 평등과는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하나님 앞에서의 평등은 동등한 만남에서 서로를 배려하기 위해 조심하는 그런 평등일 수 없습니다.

혹은 이 평등은 부자가 부자를 만날 때, 만찬 자리에 다시 초대받기 위해서 부자가 부자를 즐겁게 할 때와는 다른 평등입니다. 혹은 권력자가 다른 권력자를 후원할 때와는 다른 평등입니다.

주님께서는 말씀하십니다. "네가 점심이나 저녁이나 베풀거든 벗이나 형제나 친척이나 부한 이웃을 청하지 말라. 두렵건대 그 사람들이 너를 도로 청하여 네게 갚음이 될까 하노라(눅 14:12)."

주님께서는 선물을 주되, 갚지 못할 만한 사람에게 주라는 것이지요. 돌려받는 것은 선물이 아니니까요. 저는 이 시간 이 말씀을 가지고 우리의 상태는 어떤지 점검해보고자 합니다.

우리는 갚을 수 없는 자에게 얼마나 거저 베풀었는지요? 잔치를 베풀거든 차라리 가난한 자들과 몸이 불편한 자들과 저는 자들과 맹인들을 청한 것처럼(눅 14:13), 선물을 줄 때 갚을 수 없는 자에게 거저 주었습니까?

당신은 아마도 아무것도 줄 수 없고, 아무것도 갚을 수 없는 궁핍한 자를 기꺼이 도우려 했을 겁니다. 물질로도 도와주고, 마음으로 안타까워하며 잘되기를 기도했습니다. 아무도 모르게 그를 섬긴지 어언 몇 년이 흘렀군요. 때로는 돈으로, 때로는 반찬으로, 때로는 과일로도 섬겼을 겁니다.

그런데 이게 어찌된 일입니까! 그 가엾은 사람은 타성에 젖은 것인지, 당연한 듯 생각하며 감사 한 마디 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당신은 기분이 상했습니다.

"이 인간 상종할 사람이 아니네. 해도 해도 너무 하네. 자고로 사람은 감사할 줄 알아야 돼. 이런 식으로 살면 안 되지."

우리는 이런 감사의 요구를 당연한 듯 생각합니다. 저는 이런 당연한 생각에 도전을 주고자 합니다. 이것이 당연한 생각일까요? 철학자 소크라테스에게는 알키비아데스라는 제자가 있었지요. 어느 날 그는 스승을 찬양합니다.

"우리 스승은 대단한 사람입니다. 저 소피스트들은 말 잘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돈을 받고 있지만, 우리 스승은 진리를 가르치고도 돈을 받지 않았습니다."

소크라테스는 그를 꾸짖으며 말합니다. "자네는 간사한 사람이다! 자네가 그렇게 말하는 것은 나의 가르침 때문이다. 자네는 나의 지혜로움 때문에 나를 높이는 것이다. 그렇다면 자네는 유혹자가 아닌가?"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요? 소크라테스는 심지어 돈뿐만 아니라 존경과 찬양으로도 돌려받지 않으려 했던 겁니다. 그의 제자가 저런 식으로 소크라테스를 찬양하면 할수록,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소크라테스는 돈으로 살 수 없는, 돈보다 더 가치 있는 존경과 찬양을 돌려받게 될 겁니다. 돈만 돌려받는 것이 아니라 감사, 존경, 찬양, 명예와 같은 것들도 역시 돌려받는 것이지요. 그만큼 소크라테스는 자기 자신에게 엄밀했던 사람이었습니다.

이제 다시 당신께 묻겠습니다. 당신은 아무것도 돌려줄 수 없을 정도로 가난한 사람에게 거저 베풀었습니다. 좋습니다. 잘하셨습니다. 그러나 당신은 정말로 아무것도 요구한 것이 없었나요? 당신은 지금 그에게 무엇을 요구했습니까? 감사, 존경과 같은 것을 요구한 것은 아닌지요? 감사와 존경으로 돌려받았다면, 돈보다 더 귀중한 것으로 돌려받는 것은 아닌지요?

키에르케고어는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당신은 기꺼이 주고 그들의 감사, 그들의 존경, 그들의 복종을 요구하고 있다. 그때 당신은 그들의 영혼을 요구한 것을 모르는가? 당신이 모든 부자들 중에서 가장 부자라 할지라도, 당신이 소유한 작은 것은 얼마나 큰가? 많은 사람들이 수세기 동안 '가장 큰 부자'의 이름을 대체하여 당신의 이름을 기억해야 할지라도, 당신이 소유한 작은 것은 얼마나 큰가?

당신은 구름을 뚫고 올라갈 정도로 높은 산에 올라 천하만국의 영광을 보여주며, '나에게 엎드려 경배만 하면 이 모든 나라를 거저 주겠다'고 말했던 자를 잊었는가(마 4:9)? 그때, 유혹자는 선물을 주는 자였다는 것을 당신은 잊었는가? 당신은 유혹자가 요구했던 것을 모르는가? 감사, 존경, 복종!"

당신은 정말로 궁핍한 자에게 해를 가함으로써 선을 행하기 원하는 겁니까? 당신은 그의 영혼에 적이 됨으로써 은인이 되기 원하는 겁니까? 만약 궁핍한 자의 삶이 먹고 마시는 것으로만 만족될 수 없는 것이라면(롬 14:17), 사람은 살기 위해 얼마나 많은 것이 필요할까요? 궁핍한 자를 복종시키려 하는 당신, 당신은 도대체 무엇을 원하는 겁니까? 도대체 무엇을 두려워하는 겁니까?

궁핍한 자의 한 마디 말이 당신의 명성을 박살낼까봐 두려워하는 겁니까? 당신은 가룟 유다가 스승에게 키스함으로 배신했듯, 이웃에게 키스함으로 배신하려 합니까? 당신은 이웃의 몸은 구원할 수 있을지라도 그의 영혼을 죽이려는 겁니까? 그러나 성경은 뭐라 말씀하고 있습니까?

'몸은 죽여도 영혼은 능히 죽이지 못하는 자들을 두려워하지 말고 오직 몸과 영혼을 능히 지옥에 멸하실 수 있는 이를 두려워하라(마 10:28)'.

처음부터 말씀드렸던 것처럼, 온갖 좋고 완전한 선물은 위로부터 빛들의 아버지로부터 옵니다. 다시 말해, 이 땅에서 당신이 준 선물은 선하지도, 완전하지도 않습니다. 그것들은 본질적으로 그럴 권리가 없습니다.

그때 당신이 줄 수 있다면, 당신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을 위해서라도 당신이 주는 선물은 위로부터 온다는 것을 잊지 마십시오. 당신은 충분히 은인이 될 수도 있을지라도, 은인이 되지 않도록 숨으십시오. 이것만이 당신이 그들을 억압하지 않는 길입니다.

당신이 상처받지 않기 위해서라도, 선물을 줄 때 준 자가 누구인지 모르게 숨으십시오. 최대한 은인이 되지 않도록 자제하십시오. 왜냐하면 당신의 이웃은 선물을 필요로 하는 것이지, 당신을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니니까요. 그런 식으로 당신은 선물보다 낮은 자니까요. 사도의 말씀을 붙들고 두려움과 떨림으로 선물하시고 겸손하십시오. 왜냐하면 몸보다 영혼을 구원하는 일은 훨씬 중요한 일이고, 당신의 선물이 몸은 구원할지라도 영혼을 구원할 수는 없으니까요.

이창우 목사(키에르케고어 <스스로 판단하라> 역자, <창조의 선물> 저자)

<저작권자 ⓒ '종교 신문 1위' 크리스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구독신청

123 신앙과 삶

CT YouTube

더보기

에디터 추천기사

10.27 한국교회 200만 연합예배 및 큰 기도회 성료 감사 및 보고회

“‘현장에만 110만’ 10.27 연합예배, 성혁명 맞서는 파도 시작”

‘10.27 한국교회 200만 연합예배 및 큰 기도회 성료 감사 및 보고회’가 21일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열렸다. 지난 10월 27일(주일)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열린 예배는 서울시청 앞 광장을 중심으로 광화문-서울시의회-대한문-숭례문-서울역뿐만 아니라 여의대로…

제56회 국가조찬기도회

‘윤석열 대통령 참석’ 제56회 국가조찬기도회… “공의, 회복, 부흥을”

“오늘날 대한민국과 교회, 세계 이끌 소명 앞에 서… 하나님의 선하시고 기뻐하며 온전하신 뜻 분별해야” 윤상현 의원 “하나님 공의, 사회에 강물처럼 흐르길” 송기헌 의원 “공직자들, 겸손·헌신적 자세로 섬기길” 제56회 대한민국국가조찬기도회가 ‘…

이재강

“이재강 의원 모자보건법 개정안, 엉터리 통계로 LGBT 출산 지원”

저출산 핑계, 사생아 출산 장려? 아이들에겐 건강한 가정 필요해 저출산 원인은 양육 부담, 비혼 출산 지원은 앞뒤 안 맞는 주장 진평연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강 의원 등이 제출한 모자보건법 개정안을 비판하는 성명서를 21일 발표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

다니엘기도회

다니엘기도회 피날레: 하나님 자랑하는 간증의 주인공 10인

①도대체 무엇이 문제입니까? - 이미재 집사 (오륜교회) ②모든 것이 꿈만 같습니다! - 박광천 목사 (올바른교회) ③어린이다니엘기도회를 기대하라! - 강보윤 사모 (함께하는교회) ④천국열쇠 - 강지은 어린이 (산길교회) ⑤용서가 회복의 시작입니다 - 최현주 집…

예배찬양

“예배찬양 인도자와 담임목사의 바람직한 관계는?”

“담임목사로서 어떤 예배찬양 사역자를 찾고 싶으신가요?” “평신도의 예배찬양 인도에 한계를 느낀 적은 없으신가요?” “예배찬양 사역을 음악 정도로 아는 경우가 많은데, 어떻게 가르치고 계신가요?” 예배찬양 사역자들이 묻고, 담임목사들이 답했다…

 ‘생명윤리와 학생인권조례’

“학생 담뱃갑서 콘돔 나와도, 학생인권조례 때문에 훈계 못 해”

한국기독교생명윤리협회 세미나가 ‘생명윤리와 학생인권조례’를 주제로 21일(목) 오후 2시 30분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진행됐다. 이상원 상임대표는 환영사에서 “학생인권조례는 그 내용이 반생명적 입장을 반영하고 있고, 초‧중‧고등학교에서 사실상 법률…

이 기사는 논쟁중

인물 이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