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해 놓고 ‘홍보’하는 사람들, 진정성 있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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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에르케고어의 선물 (20)] 거저 주고 숨어야 하는 이유

▲이창우 목사. ⓒ크리스천투데이 DB

▲이창우 목사. ⓒ크리스천투데이 DB

제가 전도사 시절 있었던 일입니다. 담임목사님은 한 성도님께서 어려운 것 같다면서 쌀 한 포대를 갖다 주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쌀 한 포대를 갖고 성도님 댁에 가서 주려고 했으나 화를 내시면서 도로 갖고 가라는 겁니다. 당연히 감사하면서 받을 줄 알았으나, 의외의 반응에 놀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사건 이후 도대체 왜 화를 내셨는지, 어떤 부분에서 기분을 상하게 한 것인지 고민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제가 내린 결론은 이렇습니다. 그 분은 자신이 불쌍한 사람, 가난한 사람이라고 한 번도 생각한 적이 없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쌀 한 포대를 선물로 받음으로써, 무엇보다 주위 사람들이 자신을 얼마나 불쌍하게 생각했는지 깨닫게 되었지요. 뿐만 아니라 "아, 내가 불쌍하구나. 내가 지금 가난한 거구나" 라는 사실을 새삼 인식시켜 주었지요. 아마, 다른 물품이나 성경과 같은 것을 선물했다면, 그만큼 기분 나쁘지는 않았을 겁니다.

다른 경우도 있습니다. 연말이 되면 뉴스에 올라오는 소식이 있습니다. 누가 얼마나 많은 금액을 불쌍한 사람을 위해 기부했는지, 이름과 금액을 공개하는 뉴스 말입니다. 저는 가끔 이런 뉴스를 보면 이 기부가 진정성이 있는 것인지 의심스럽습니다. 진정으로 도와주기 위한 손길이었다면, 방송을 통해 내보낼 이유가 있었을까요? 그렇게 자선을 홍보할 이유가 도대체 어디 있는지 묻고 싶습니다. 그래서 성경은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그러므로 구제할 때에 외식하는 자가 사람에게 영광을 받으려고 회당과 거리에서 하는 것 같이 너희 앞에 나팔을 불지 말라.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그들은 자기 상을 이미 받았으니라(마 6:2)."

바리새인은 자신의 선행과 구제 행위를 알리고 싶어했습니다. 홍보를 통해서 얼마나 많은 금액을 기부했는지 알림으로써 더욱 선한 사람이 될 수도 있습니다. "저 사람 돈 많이 벌더니 좋은 일도 많이 하네. 와! 저렇게 많은 금액을 기부하다니!"

이런 홍보를 통해 아무리 선한 사람이 된다 할지라도,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기는 힘들 겁니다. 아니, 오히려 하나님에게는 근심거리요, 두통거리가 될 것입니다.

우리는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해야 합니다(마 6:3).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으로부터 상담받아야 한다면, 이것이 얼마나 해로운 것인지 이미 잘 알려진 바입니다. 만약 여러분이 왼손으로부터 상담을 받아야 한다면, 왼손의 도움을 받아 은인으로 알려졌을지라도, 이런 명예는 의심스럽습니다.

도대체 왜 기부와 자선의 행동을 한 후에 말과 칭찬이 필요한 겁니까? 도대체 왜 자선의 행동을 기념해야 하는 것일까요? 그것은 자선의 행동에, 그 선물에 보상이 없기 때문이 아닙니까? 그래서 말과 칭찬과 기념들에 의해 만족을 느끼려는 것은 아닌지요?

따라서 어떤 보상도 받지 않기 위해, 다시 말해 정말로 거저 주고 아무것도 돌려받지 않기 위해서는 돌려받는 일이 없도록 숨어야 합니다. 주는 자가 절대로 발견되는 일이 없도록 꼭꼭 숨는 일은 주는 자의 '의무'입니다. 이렇게 꼭꼭 숨을 때만이,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일 없이 하나님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키에르케고어는 말합니다.

"모든 선하고 완전한 선물이 위로부터 빛들의 아버지로부터 온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당신은 주기 위해 오른손을 뻗었을 때, 왼손은 숨겼을 것이다. 그래서 당신의 왼손은 오른손의 하는 일을 발견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때, 당신은 진정한 은인에 걸맞는 행동을 하면서 몰래 기뻐했을 것이다. 당신은 주고서도 마치 선물을 받은 자처럼 기뻐했을 것이다. 왜냐하면 선물을 준 것은 당신의 손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손이었기 때문이다. 당신도 확신컨대, 보이지 않는 손이 당신의 선물이 선하고 완전한 선물이 되도록 만들었을 것이다."

우리는 우리의 선물은 보잘 것 없음을 인정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우리의 선물은 몸은 구원할 수 있을지라도, 영혼을 구원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또한 선물을 받는 자는 선물이 필요한 것이지 우리가 필요한 것이 아닙니다. 이런 의미에서라도 누군가에게 거저 주거든 우리는 숨어야 합니다. 우리가 숨을 때에만 우리가 전면에 등장하지 않고 하나님의 보이지 않는 손이 많은 것을 행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스도인들은 인사치레로 선물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이런 선물은 누구에게도 상처를 주지 않습니다. 이런 선물은 선물이라기보다 정말로 인사치레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가난한 사람들, 어려운 사람들에게 선행을 베풀 때, 정말로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생길 때, 가능한 한 숨으십시오. 여러분이 그 선물을 준 것이 아니라, 하늘의 하나님께서 행하신 일이 될 수 있도록 숨으십시오.

그리고 여러분이 준 선물이 선하게 작용할 수 있도록 기도실로 들어가서 기도하십시오. 더욱 겸손해지십시오. 여러분은 언제나 선물보다 낮은 자라는 것을 고백하십시오.

이창우 목사(키에르케고어 <스스로 판단하라> 역자, <창조의 선물>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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