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의한 재판관의 비유’ 속 재판관, 무엇이 잘못되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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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에르케고어의 선물 (21)] 지연된 선물

▲이창우 목사. ⓒ크리스천투데이 DB

▲이창우 목사. ⓒ크리스천투데이 DB

누가복음 18장에 보면, 불의한 재판관 비유가 나옵니다. 그는 "하나님을 두려워하지 않고 사람을 무시하는 재판관"이었습니다(눅 18:2). 어느 날 어떤 과부가 원한을 풀어달라고 옵니다. 그는 해야 할 일도 많았던 모양입니다. 왜냐하면 과부를 기다리게 했으니까요. 과부가 와서 계속 그를 귀찮게 했습니다. 그는 속으로 말합니다.

"이 과부가 나를 번거롭게 하니 내가 그 원한을 풀어 주리라. 그렇지 않으면 늘 와서 나를 괴롭게 할 거야(눅 18:5)."

주님께서는 왜 이 사람을 불의한 재판관이라고 말했을까요? 에둘러 말하자면, 무엇보다 "그의 마음"이 불의합니다. 도와줄 마음은 없었으나 귀찮게 하니까 도와준 겁니다. 그러나 이것뿐일까요? 그의 더 큰 잘못은 과부의 필요를 보고도 도와줄 마음이 없었을 뿐더러 도움을 지연시켰다는 겁니다.

우리는 가끔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보고도 그냥 지나칠 때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교통사고를 당했거나 어떤 우연한 사고로 인해 길거리에 방치된 사람들입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그냥 지나칩니다. 도움을 기다리게 한 것이지요.

꼭 이런 사건이 아니더라도 주변에 많은 사람들이 우리의 도움을 기다릴 때가 있습니다. 한 눈에 보아도 필요가 보일 때가 있습니다. 어떤 과제를 도와주어야 하거나, 무거운 물건을 함께 들어주어야 하거나, 혹은 정신적인 충고나 상담으로 도와주어야 할 때도 있습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 당신은 어떻습니까? 당신은 궁핍한 자를 기꺼이 도우려 했습니까? 맞습니다. 당신은 기꺼이 도우려 했습니다. 당신은 불의한 재판관은 아니었습니다. 도울 마음은 있었으니까요. 당신은 선물을 잘 준비했고 한 쪽에 잘 간직해 놓았습니다. 그러나 궁핍한 자를 기다리게 했습니다. 나의 친구여! "지연된 선물(소망)은 마음을 상하게 한다"(잠 13:12)는 것을 모르십니까?

당신은 기다리게 함으로써 그가 원하는 것은 선물이기보다 바로 당신이기를 바랐던 것은 아닌지요? 이것말고 당신의 행동을 통해 다른 사람이 무엇을 이해할 수 있겠습니까! 궁핍한 자는 마치 과부처럼 당신의 선물을 눈이 빠지게 기다리고 있습니다.

선물이 당신으로부터 온다는 것이 그렇게도 영광스러운 정보입니까? 그래서 그가 필요한 것은 당신 자신이라는 것을 알리고 싶어하는 겁니까? 당신의 이런 행동은 그의 구원에 치명적인 문제를 만든다는 것을 모르십니까? 어떻게 이 선물이 유익이 될 수 있습니까? 어떻게 이 선물이 완전할 수 있겠습니까?

복음은 당신이 충성된 청지기가 되는 것 외에 어떤 것도 요구하지 않으십니다(고전 4:2)! 청지기는 그가 관리하는 재산보다 못합니다. 그렇지만 당신은 주인이 되기를 원했습니다. 그래서 당신은 완전해지기를 원했습니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는 완전해지기 어렵습니다. 당신은 이런 식으로 기다리게 함으로써, 하나님 한 분 외에 또 다른 섬겨야 할 대상이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어 했습니다. 당신은 궁핍한 자를 기다리게 함으로써, 당신이 얼마나 바쁜지, 그가 얼마나 별 볼 일 없는 사람인지 이해시키기 원했습니다.

아! 그러나 하늘의 하나님은 참새 한 마리도 기다리게 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궁핍한 자가 과부처럼 당신께 간청하지 않도록 하십시오! 그를 기다리게 하지 마십시오! 과부의 간청으로부터 자유롭기 위해 정의가 실행되어야 한다면, 이것은 이미 불의한 것은 아닌지요? 나중에 과부가 이 재판장에게 찾아와 은인이나 된 것처럼 감사해야 하는 것인지요? 재판장이 그의 의무를 완수했기 때문에 마치 자선활동을 한 것처럼 존경을 받아야 하는지요?

만약 당신이 계속 궁핍한 자가 간청하도록 내버려둔다면, 혹은 당신의 선물을 기다리게 한다면, 그들은 더욱 지상의 필요에 종속될 것입니다. 결국 그들은 당신의 선물의 도움으로 더 이상 하늘의 것을 바라보지 못할 때까지 이 땅의 필요에 매이게 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당신의 선물은 저주에 가까운 것은 아닌지요? 만약 당신의 선물이 선하고 완전하다면, 이 선물에 대하여 당신께 감사할 일은 아닙니다. 왜냐하면 당신은 청지기에 불과하니까. 따라서 당신은 언제나 선물보다 못한 자입니다. 또한 궁핍한 자가 원한 것은 당신이 아니라 당신의 선물이기도 하고요.

마지막으로 한 말씀만 더 드리겠습니다. 선물이 보잘 것 없는 분이 계시군요. 이 선물이 너무나 보잘 것 없는 것이어서 감추고 싶군요! 그래서 당신은 선물 주기를 주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온갖 좋고 완전한 선물은 위로부터 빛들의 아버지로부터 옵니다. 따라서 당신의 보잘 것 없는 선물도 가장 훌륭한 선물만큼 좋을 수 있습니다.

당신께 올바른 방법으로 선물을 주는 방법을 알려드리지요. 당신은 선물을 줄 때, 눈을 감으십시오. 선물이 얼마나 보잘 것 없는지를 보지 않기 위해 그리해야 합니다. 그때, 당신은 그 보잘 것 없는 선물보다 못한 자라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왜냐하면 하나님께서 그 보잘 것 없는 선물을 어떻게 좋고 완전한 선물로 바꾸시는지를 보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때, 당신은 주는 자는 언제나 선물보다 못한 자라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이창우 목사(키에르케고어 <스스로 판단하라> 역자, <창조의 선물>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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