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종교개혁 500주년: 삶의 개혁이 필요한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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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웅 박사

▲정일웅 박사

지금 한국교회는 곳곳에서 종교개혁 50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들로 분주해하는 모습이다. 종교개혁의 후예답게 기쁘고 감사한 마음으로 축하행사를 맞이해야 하겠지만, 이 기회는 한국교회가 참으로 새로워지며, 구원교리의 논쟁을 넘어서 삶의 개혁에 기여하는 모습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최근,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이하면서 한국교회를 향한 비판의 소리는 온통 루터의 칭의론에 집중된 모습이다. 어떤 이는 루터가 강조한 칭의은혜의 구원은 율법의 행함 없이는 최후심판 때가지 그 은혜가 유보된다는 주장을 펴기도 한다. 또한 율법의 행함은 구원의 충분조건이어야 한다는 주장으로 이신칭의의 구원론을 매우 혼란스럽게 하는 모습이다. 벌써 오래전에 '바울의 새 관점'이란 이론이 소개되면서 지금까지의 프로테스탄트의 구원론에 문제제기가 있었다. 물론 이러한 주장들은 한국교회의 그간 행동 없는 믿음에 대하여 계명순종에 대한 책임을 일깨우는 새로운 신앙의 도전과 자극으로 이해된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기독교의 구원은 루터의 강조대로 '오직 믿음으로만'(sola fide)얻게 되는 은혜의 사건이 분명하며, 그 믿음은 계명에 대한 순종이 반드시 수반되어야 하는 삶(행동실천)이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칭의(稱義)는 복음에 나타난 하나님의 의(義)이며, '죄 용서'를 선포한 구원의 은혜이며, 인간의 그 어떤 의(공로)가 대신할 수 없는 오직 믿음으로만 접근해야 하는 하나님의 전적인 은혜인 것이다. 그 때문에 기독인의 믿음은 항상 칭의은혜에 감사하며 사는 삶 이어야 하며, 특히 이웃사랑계명에 순종함으로 선한영향을 미치는 덕스러운 삶이어야 한다. 루터는 그런 맥락에서 오직 믿음으로 얻게 되는 칭의은혜의 구원을 강조하였고, 그 당시 로마가톨릭교회의 율법행위가 믿음에 앞서야 한다는 선행(공로)교리주장에 맞서 sola fide를 강조했던 것이다.     

생각하면, 믿음으로만 얻게 되는 구원은 루터 혼자만의 생각이라기보다 오히려 예수님의 약속의 말씀에 근거한 성경적인 것임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즉 '열매(삶)로 알리라'한 말씀과 법대로 행하지 않음을 탄식하신 예수님말씀은 바로 믿음의 삶(믿음)'의 요구를 보여준다(마7:20-23). 또한 영생하는 방법을 묻는 율법사의 질문에서도, 율법에 명시된 하나님의 뜻을 확인시킨 후(하나님사랑과 이웃사랑)에, '이를 행하라 그리하면 살리라'(눅10:28)고 한 것도, 율법을 지식으로 잘 알고도, 행동하지 않는 인간의 나태한 삶(믿음)을 교훈한 것이다. 그 뿐만 아니다. '작은 소자에게 행한 것이 곧 내게 행한 것'(마25:45-46)이란 말씀으로 최후심판의 기준을 암시한 말씀에서도 확인된다. 그것은 율법의 행동을 조건으로 내 세워 구원을 얻게 됨을 말한 것이기보다는, 예수제자(천국백성)의 믿음의 삶은 바로 계명에 순종하는 삶이어야 함을 일깨워준 것이다.

그러므로 믿음을 전제하지 아니한, 단순한 율법 행함을 구원 얻음의 전제조건임을 강조하면, 아무래도 루터뿐 아니라, 종교개혁의 근본정신을 왜곡시키는 문제가 되리라 여겨진다. 그래서 필자는 구원 얻음에 대한 올바른 해답은 믿음과 행함의 이분법적인 택일에서라기보다는 모든 신자에게 항상 있어야 할 3가지, 믿음, 소망, 사랑을 일러준 사도바울의 계시증언(고전13:13,살전1:3-4,히22-25)에서 찾게 되기를 권하고 싶다. 왜냐하면 바울은 믿음, 소망, 사랑이 곧 구원계시에 대한 우리 모두가 반응해야 할 삶의 참된 모습, 신앙의 본질적인 모습임을 일깨워주고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믿음은 이웃사랑으로서 선행의 실천이 반드시 필요하지만, 선행이 너무 조건으로 강조되어, 그 선행의 대가에 대한 질문으로 믿음이 혼돈될 때(고난과 시련의 때), 인내하는 믿음, 즉 그리스도의 약속을 기다리는 소망의 믿음이 또한 필요하다는 것을 생각하게되는 것이다. 

돌이켜보면, 종교개혁의 후예들은 17-18세기로 오면서 구원교리의 극심한 대립과 논쟁으로 서로 분파하였고(정통교리논쟁), 기독교구원을 교리적인 신앙지식의 앎과 동일시 여기는 우를 범하면서, 행동(사랑)하는 믿음과 인내하며 소망하는 믿음의 '신앙의 실천적인 삶'을 온통 망각하게 했던 것이다. 그래서 기독교는 정통주의에 대항하여 다시 신앙의 실천을 강조한 경건주의탄생의 역사가 시작되었고, 지금 한국교회는 그러한 신앙실천의 회복이 필요 됨을 확인하게 된다. 그러므로 종교개혁 500주년을 기념하는 한국교회는 이러한 구원교리의 대립과 논쟁을 반복하는 모습에서가 아니라, 우리 모두 그리스도 안에 있음을 확인하고, 각자 조금은 다른 모습의 신앙본질이해와 습관을 가지고 있다할지라도, 서로 연대하고 연합하여 우리의 살아있는 믿음, 행동하는 신앙이 삶의 개혁(사회개혁)에까지 기여하는 기독교의 신앙축제이기를 간절히 염원한다.

정일웅 박사(한국코메니우스연구소 소장, 전 총신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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