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태 칼럼] 함께 살아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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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태 목사(성천교회 담임).

▲김병태 목사(성천교회 담임).

두 주 전 친구 목사 두 가정 부부와 중국에서 선교사역을 하는 선교사님 자녀 세 사람과 함께 제주도로 휴가를 떠났다. 많은 생각과 경험을 안겨 준 여행이었다.

제주도에서 배를 타고 마라도를 갔다. 거기서 한 가족의 모습을 보았다. 뚱뚱한 초등학생이 아빠랑 실랑이를 벌였다. 아이가 짜증을 부렸다. 무더운 날씨이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아빠가 아이에게 화를 내며 말했다. "어디 짜증내는 아이가 있는지 봐라. 의미를 좀 생각하고 배워라."

조금 가다가 사진을 찍으려고 하는데, 아들이 인상을 찌푸린 모양이다. 아빠는 다시 화를 내면서 소리쳤다. "여기 인상 찌푸리고 있는 사람 있는지 봐라." 더운 날 비지땀을 뻘뻘 흘리는 아이가 불쌍해 보였다. 우리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코드가 다르다. 아이의 기호를 맞추지 못했구나. 아빠 코드에 아이를 맞추려니, 이 무더운 날씨에 아이는 짜증이 날 수밖에.'

목요일에 사모들이 '산방산 탄산 온천에 가고 싶다.'고 했다. 이 더운데 온천을? 그것도 제주도까지 와서?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어찌하랴? 마나님들이 한다는데. 결국 온천으로 향했다. 여자들은 2시간이 기본이 아니던가.

2시간 후에 온천하고 나와서 물었다. "온천 좋았어?" 그랬더니 만족한 듯이 대답했다. "이게 진~짜~ 휴가지." 그런데 나는 생각이 달랐다. "제주도까지 휴가를 와서 이런 데 있어야 하나?" 이렇게 생각이 다르고, 코드가 다르니, 함께 사는 게 쉽지 않겠지?

더불어 살기. 함께 살아가기. 인생의 소중한 과제이기는 하지만, 쉽지만은 않다. 코드를 맞추기가 쉽지 않으니. 그래도 맞추어야 한다면 맞추어야 한다. 쉽지 않기 때문에 노력하고 또 노력해야 한다. 습관화시켜야 한다. 훈련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 그래서 서로 코드를 맞춰야 한다.

그러기 위해 자신을 죽여야 한다. 자신을 내려놓아야 한다. 포기를 친구 삼아야 한다. 불편하더라도 익숙해지기를 배워야 한다. 그래서 코드를 맞춰가야 한다.

화요일 1115번 국도를 달리는데, 거의 차들이 다니지 않아 신나게 달리고 있었다. 공기가 너무 좋았다. 다들 '아, 공기 좋다. 서울서 이런 공기를 어떻게 마셔?'라고 하며 기분 좋게 달렸다. 이런 분위기니 구태여 속도를 낼 필요는 없었다.

그때 뒤에 오던 1.5톤 트럭이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는 듯이 우리 차를 앞질렀다. 뒤를 따라 가는데 한 사모님이 말했다. "우리 저 차 매연 다 마시면서 간다." 매연을 내뿜어도 지나친 정도였다. 우리는 속도를 줄여 그 차와 간극을 만들었다. 매연을 피하기 위해.

우리가 무엇을, 누구를 따라 가느냐는 너무 중요하다. 따라가지 말아야 할 사람을 따라가다 보면, 낭패를 보는 사람들이 한 둘이 아니다. 최순실을 따랐다가 낭패를 본 사람들이 한 둘이던가. 그의 딸뿐 아니라 국가의 최고 수장도 그랬고, 국가 정책을 결정하는 책임자들이 줄줄이 사탕으로 엮였다. 국정농단의 그물에 걸려든 기업들과 공직자들이 한 둘이 아니다. 오래도록 잊혀 질 수 없는 서글픈 민족 역사이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모압 평지에 이르렀을 때였다. 브올에서 모압 여자들이 바알을 숭배하고, 음행하는 일이 있었다. 그때 이스라엘 백성들도 그들을 따라했다. 그랬다가 하나님의 진노를 샀다. 그 진노로 전염병이 돌아 2만 4천 명이 죽게 되었다(민 25:9). 그게 유명한 바알브올의 우상숭배와 음행 사건이다. 따라가서는 안 될 길을 따라 간 게다.

알고 보면 오래 전 그의 선조들도 그랬다. 출애굽을 하고 얼마 되지 않아 모세는 가데스바네아에서 12명의 정탐꾼을 보냈다. 정탐을 잘 마친 대표자들은 돌아와서 보고를 했다.

그런데 그들은 서로 갈라졌다. 그런데 군중은 믿음의 고백자 여호수아와 갈렙을 따르지 않았다. 오히려 불신앙적 태도를 취한 10명의 정탐꾼을 따랐다. 그랬다가 낭패를 당했다. 하나님께서 오래 전에 약속으로 주신 가나안 땅을 놓치고 말았다. 광야에서 40년 동안 고생만 하다가 결국 거기서 죽고 말았다. 따르길 잘 못 선택한 게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약속의 땅 가나안을 눈앞에 두고 있다. 광야 1세대는 모두 광야에서 죽었다. 이제 새로운 세대는 가나안 땅을 눈앞에 두고 있다. 새로운 땅 가나안을 가면 그들은 치열한 전쟁을 해야 한다. 앞으로 싸울 전쟁을 위해 전열을 정비해야 한다.

하나님은 전쟁에 나갈 군사를 준비케 하신다. 전쟁을 위한 군사를 정비하려면 일차적으로 군사를 징집하는 데 우선적으로 집중해야 한다. 그런데 하나님은 백성들 가운데 네 부류의 사람은 집으로 돌려보내라고 한다. 먼저 세 부류에게 집중해 보자.

첫째, 새 집을 건축하고 준공식을 하지 못한 자(신 20:5). 둘째, 포도원을 만들고 그 과실을 먹지 못한 자(6). 셋째, 여자와 약혼하고 그를 취하지 못한 자(7). 이상하지 않은가? 전쟁을 하려면 군사들을 많이 불러 모아야 한다. 그런데 보낼 생각부터 하다니.

하나님이 도대체 왜 그러실까?  이 전쟁은 군사력 싸움이 아니라 하나님의 전쟁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구태여 군사 숫자나 병력에 기대를 걸 필요가 없다. 하나님을 향한 믿음이 중요하다. 하나님이 함께하심이 중요하다.

뿐만 아니라 자기 백성을 향한 하나님의 세심한 배려를 보게 된다. 이들은 자신의 행복과 번영을 위해 무언가 새로운 일을 시작한 사람들이다. 그들에게 자신의 권리가 타인에게 넘어가지 않도록 세심하게 배려하셨다. 하나님은 자기 백성의 깊고 세밀한 부분까지 헤아려 살펴주시고 배려하신다.

또 하나는 전쟁에만 집중하고 헌신할 수 있는 군사를 원하셨다. 전쟁에 참여하는 자가 그 마음을 가정이나 재물에 빼앗기지 않게 하셨다. '새 집'이 걱정되는 자, '포도원'이 걱정되는 자, '약혼자'가 걱정되는 자는 전쟁을 제대로 할 수 없다. '내 집, 내 포도원, 내 여자'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 차 있으면 전쟁에 전념할 수 없다. 그러니 그런 자를 돌려보내라고 하신다.

마지막으로 집으로 돌려보내야 할 사람이 있다. 바로 '두려워서 마음이 허약한 자'이다(8). 이런 사람을 돌려보내야 하는 이유가 있다. 이런 사람들 때문에 "형제들의 마음도 그의 마음과 같이 낙심될까" 두렵기 때문이다. 주변 사람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고, 전염시킬 수 있기 때문에 차라리 참여시키지 않는 게 낫다는 게다.

김병태 목사(성천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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