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도 ‘쇼핑’하는 시대… ‘선물의 공동체’로서의 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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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에르케고어의 선물 (26·끝)] 선물을 통한 평등

▲이창우 목사. ⓒ크리스천투데이 DB

▲이창우 목사. ⓒ크리스천투데이 DB

우리는 그동안 키에르케고어의 '선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이번 시간은 선물에 대한 생각의 마지막 시간으로, 선물을 통해 평등이 어떻게 실현되는지 좀 더 구체적으로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주는 것이 받는 것보다 복이 있다(행 20:35)." 이 말씀은 마치 이 땅에서 만연하고 있는 차이와 차별을 언급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부한 자는 가진 것이 많으므로 주기만 하고, 받는 자는 가난하여 받기만 할 때, 부자가 되어서 주는 편이 나은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면 이 말씀은 우리더러 부자가 될 것을 장려하는 걸까요? 만약 받는 자는, 주는 자가 누리는 이 '축복'을 알 수 없다면, 어떻게 선물을 통한 평등이 실현될 수 있는 걸까요? 선물을 통해 평등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과정이 필요합니다.

먼저, 주는 자가 선물을 줄 때 그는 선물보다 못한 자라는 것을 인정해야 합니다. 그리스도인이 이것을 고백할 수 있다면, 그는 사도의 이 말씀을 기쁘게 받을 수 있을 겁니다. 또 받는 자 역시 자신이 선물보다 못한 자라는 것을 고백해야 합니다. 주는 자와 받는 자 모두 선물보다 못한 자라는 것을 겸손하게 고백할 때, 평등은 실현될 수 있습니다. 바로 이것이 "겸손 안에서의 평등"입니다.

그리스도인은 온갖 좋고 완전한 선물은 오직 위로부터 빛들의 아버지로부터 온다는 것을 믿습니다. 다시 말해 그는 자신이 선물을 줄 때, 그 선물은 완전하지 않다는 것, 그 선물을 완전한 선물이 되게 하시는 분은 오직 하나님 한 분 밖에 없다는 것을 겸손하게 고백합니다.

따라서 이 선물은 주는 자와 받는 자, 이 두 사람 중 누구의 손에도 없습니다. 그 선물은 오직 하나님께만 속해 있죠. 이 사실을 서로가 고백할 때에만 선물을 통해 평등이 실현되는 것이죠.

그때 불완전함은, 궁핍한 자가 선물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점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이 선물을 부자가 소유하고 있다는 점에 있습니다. 부자가 선물을 주되 자기 것임을 인정하지 않을 때, 즉 이것이 위로부터 빛들의 아버지로부터만 내려오는 것임을 인정할 때, 불완전성은 제거되는 것이지요.

즉 평등은, 궁핍한 자가 선물을 소유함으로써 실현되는 것이 아니고, 부자가 그 선물을 자신의 소유물로 더 이상 갖고 있지 않음으로써 실현됩니다. 왜냐하면, 부자가 선물을 궁핍한 자에게 주었다면 그 선물은 더 이상 부자의 것이 아니며, 또한 궁핍한 자는 그 선물을 받은 것이기에 궁핍한 자의 것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궁핍한 자가 거저 받은 선물을 자신의 소유물로 주장한다면 그는 어리석은 사람입니다.

부자는 선물을 줄 수 있는 아름다운 기회를 얻은 것에 대해 하나님께 감사하며 선물을 줄 때, 진심으로 그 선물과 궁핍한 자에게 감사할 수 있습니다. 또한 궁핍한 자는 선물로 인해 그것을 준 자에게 감사하고, 나아가 그 사람으로 인해 하나님께 감사할 때, 진심으로 하나님께 감사하게 되는 것이지요. 다시 말해, 선물에 대한 "감사"를 통해서 양자에게서 평등이 실현되는 겁니다.

그러나 정작 우리 실생활에서 선물의 경제를 찾아보기가 왜 이렇게 어려운가요? 그것은 우리가 주는 것과 받는 것 사이의 차이를 먼저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무언가를 남에게 줄 때, '돈으로 환산한 가치'와 같은 것을 먼저 생각합니다.

그때, 많이 준 자는 거드름을 피우려 하지요. 하나님이 준 것이 아니라, 자기가 많이 준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아마 자신이 그렇게 많이 준 것에 대해 속으로 뿌듯해 하겠지요. 이런 선물은 불완전함과 차이를 더욱 조장합니다. 그때, 불평등은 더욱 심화될 것입니다. 그러나 선물이 완전하면 완전할수록 평등은 즉각적으로 나타납니다.

키에르케고어에 의하면, 인간이 줄 수 있는 단 하나의 선하고 완전한 선물은 '사랑'입니다. 사람이 선물로서 사랑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그는 얻는 것을 조심해야 합니다. 그러나 선물로서 사랑을 받는다면, 주는 자와 받는 자를 서로 분리할 수 없을 것입니다. 양자는 선물을 통하여 서로 완전히 평등하게 될 것입니다.

세상은 이러한 평등을 실현하기 위해 여러 방법을 시도해 왔습니다. 공산주의가 '결과의 평등'이라면, 민주주의는 '시작(기회)의 평등'입니다. 양자 역시 평등의 실현 방식의 차이라 볼 수 있겠습니다.

지금까지 인류는 평등한 이상 사회를 구현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해왔습니까? 롤스의 '정의론'은 평등의 실현 방식에 대해 말하고 있고, 얼마 전에 베스트셀러로 회자되었던 마이클 센델의 <정의란 무엇인가?>도 평등의 실현 방식에 대해 다양한 논의를 다루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어느 것 하나 평등에 대해 속 시원한 대답을 내놓지는 못했습니다.

그리스도인이 이 세상에서 하나님의 나라를 실현하고 '하나님 나라 안에서의 평등'을 실현하려 한다면, 그 방식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요? 오직 선물을 통한 방법 밖에는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즉 사랑의 선물이죠. 에덴동산이 하나님의 의해 거저 공급된 '선물의 경제'였다면, 교회는 에덴을 닮아 이 땅에서의 '선물의 공동체'가 되어야 합니다.

오늘날 한국교회가 타락한다면 그 이유는 자본주의의 영향을 받아 선물의 경제는 내다 버리고, 복음을 거래하고 복음을 상품화시켜 판매하기 때문일 겁니다. 많은 사람들은 신앙을 '쇼핑'하기 위해 이 교회, 저 교회 구경하러 다닙니다. 거기에는 단 한 가지 생각밖에는 없습니다. '얼마나 많은 혜택을 받을 수 있는지'입니다.

'주는 것이 받는 것보다 복이 있다'는 이 말씀은 절대 그 사람들의 마음을 울리지 못할 것입니다. 누구도 다른 누군가에게 거저 주기 위해 노력하지 않을 것입니다. 심지어 주는 자가 있다 해도 절대로 숨지 않을 것입니다. 오히려 준 것을 얼마나 자랑스럽게 이야기하고 다니는지 인터넷과 TV, SNS 등 온갖 매체를 통해 대서특필 보도될 것입니다.

이런 일이 벌어질 때, 조심하십시오. 넓은 길로 가지 마십시오. 필경 이 길은 사망에 이르게 될 것입니다. 이 세상에서 하나님의 나라를 경험하지 못할 것입니다. 좁은 길을 선택하십시오. 주는 자가 되기 위해 노력하십시오. 주고 숨으십시오. 줄 것이 없다고 불평하지 마십시오.

아무 것이 없어도 최고의 것을 줄 수 있는 '긍휼'을 이제는 당신은 알지 않나요? 따라서 긍휼이 많으신 예수 그리스도의 마음을 품으십시오. 이 세상에서 단 하나의 유일하고 완전한 선물인 사랑의 빚을 지십시오. 이 빚 외에는 어떠한 빚도 지지 마십시오.

이창우 목사(키에르케고어 <스스로 판단하라> 역자, <창조의 선물>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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