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승 칼럼] 세겜에서의 첫 번째 예배

|  

여호수아서 연구(12)

▲권혁승 교수 ⓒ권혁승 교수 블로그

▲권혁승 교수 ⓒ권혁승 교수 블로그

아이성 전투에서 승리를 거둔 여호수아는 이스라엘 백성들과 함께 세겜에서 하나님께 특별한 예배를 드렸다. 그는 우선 에발산에 새로운 돌 제단을 쌓고 번제와 화목제를 하나님께 드렸다. 그러고 나서 백성들 앞에서 율법을 그 돌에 기록하고 율법책에 기록된 모든 축복과 저주의 말씀을 선포하였다. 당시가 전쟁 상황이었다는 점을 고려해 볼 때, 여호수아의 그런 행동은 현명하지 못한 처사인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승전의 기세를 몰아 가나안 땅 중심부를 공격하는 일이 더 우선적일 수도 있었다. 그러나 여호수아는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모든 백성들이 하나님 앞에 가까이 나아가는 것을 더 중요하게 여겼다.

여호수아의 그런 행동은 하나님의 말씀에 근거한 것이었다. 신명기 27:1-8에 의하면, 이스라엘 백성들이 가나안 땅에 들어가서 해야 할 우선적인 과제는 하나님 앞에 돌단을 쌓고 번제와 화목제를 드리는 일이었다. 그것이 여리고성과 아이성의 점령 이후로 미루어진 것은 보다 안정된 분위기 속에서 예배를 드리기 위한 조처일 뿐이었다. 곧 여리고성과 아이성 점령은 가나안 입국을 위한 교두보 마련이라는 측면과 함께 하나님께 드릴 예배를 보다 경건하게 드리기 위한 사전 작업일 뿐이었다. 그런 점에서 가나안 입국은 하나님께 드리는 예배로 시작된 셈이다. 시작이 그러했듯이 최종적인 가나안 점령 역시 하나님께 드리는 예배로 종결짓고 있다(수 24장). 이것은 이 세상과의 영적 전쟁에서 예배의 중요성이 얼마나 큰 것인가를 가르쳐 준다. 세상에서 승리하며 살아갈 수 있는 힘은 하나님의 계획과 그분의 뜻을 따라가는 영적인 능력에 달려있다. 영적 전쟁에서 실패를 경험하는 주된 이유가 하나님과의 긴밀한 교제 곧 기도시간의 부족에서 오는 것도 바로 그 이유 때문이다.

가나안 땅을 정복해야하는 막중한 과제가 현실적으로는 우선적인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여호수아는 무엇이 더 우선적인가를 잘 알고 있었다. 그것은 여호와 전쟁의 주도권을 쥐고 계신 하나님의 말씀을 철저히 따르는 것이고, 그 중심은 하나님께 예배를 드리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는 아이성 전투 후 모든 이스라엘 백성들을 길갈에서 북쪽으로 48km 정도 떨어진 세겜에 모이게 한 것이다. 길갈과 세겜 사이는 험준한 산지이기 때문에 별다른 저항 없이 쉽게 전진할 수 있는 지역이었다. 다만 세겜성이 문제가 될 수 있었지만, 예배를 드리기 위하여 나가면서 이스라엘이 그 성을 점령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성경 자체가 모든 지역의 점령을 기록하고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성경에서 세겜성 점령이 빠진 것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여호수아는 왜 세겜을 가나안에서의 첫 번째 예배장소로 선택하였을까? 무엇보다도 세겜은 가나안 땅 전체를 놓고 볼 때 중앙에 위치한 지역이다. 그런 점에서 세겜은 지리적으로 가나안 땅 전체를 대표하는 곳으로 이해된다. 더구나 세겜을 중심으로 남북 양쪽에 위치한 그리심산(남)과 에발산(북)은 가나안 땅을 남과 북으로 조망할 수 있는 해발 900m의 높은 산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이스라엘의 모든 산들처럼 이 두 산도 석회석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암석의 특징상 일정한 결로 갈라진 돌들은 백성들이 편안하게 걸터앉을 수 있는 자리가 되었을 것이다. 이러한 지리적 여건은 산 아래 쪽 낮은 분지에 위치하였던 세겜성과 함께 자연이 만든 일종의 거대한 원형극장을 이루었을 것이다. 또한 두 산사이의 거리가 그리 멀리 떨어져 있지 않았기 때문에 산 위에서 선포된 축복의 말씀과 저주의 말씀들은 모두가 백성들에게 명확하게 전달될 수 있었다. 예수께서 갈릴리 바닷가의 지형을 이용하여 대중들에게 하나님의 말씀을 가르치셨듯이, 여호수아도 세겜의 자연지형을 효율적으로 활용하여 하나님의 말씀을 선포할 수 있었다.

권혁승 교수(서울신대 구약학)

<저작권자 ⓒ '종교 신문 1위' 크리스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구독신청

에디터 추천기사

10월 3일 오전 은혜와진리교회 대성전(담임 조용목 목사)에서 ‘제2회 한국교회 기도의 날’이 개최됐다.

“한국교회, 불의에 침묵 말고 나라 바로잡길”

대통령의 비상계엄, 자유민주 헌정질서 요청 목적 국회, 탄핵 ‘일사부재의 원칙 위반’… 증거도 기사뿐 공산세력 다시 정권 잡고 나라 망치도록 둬야 하나 12월 20일 각자 교회·처소에서 하루 금식기도 제안 대한민국기독교연합기관협의회, (사)한국기독교보…

이정현

“이것저것 하다 안 되면 신학교로? 부교역자 수급, 최대 화두 될 것”

“한국 많은 교회가 어려움 속에 있다. 내부를 들여다보면, 결국 믿음의 문제다. 늘상 거론되는 다음 세대의 문제 역시 믿음의 문제다. 믿음만 있으면 지금도 교회는 부흥할 수 있고, 믿음만 있으면 지금도 다음 세대가 살아날 수 있고, 믿음만 있으면 앞으로도 교회…

김맥

청소년 사역, ‘등하교 심방’을 아시나요?

아침 집앞에서 학교까지 태워주고 오후 학교 앞에서 집이나 학원으로 아이들 직접 만나 자연스럽게 대화 내 시간 아닌 아이들 시간 맞춰야 필자는 청소년 사역을 하면서 오랫동안 빠지지 않고 해오던 사역이 하나 있다. 바로 등하교 심방이다. 보통 필자의 하루…

윤석열 대통령

“탄핵, 하나님의 법 무너뜨리는 ‘반국가세력’에 무릎 꿇는 일”

윤 정부 하차는 ‘차별금지법 통과’와 같아 지금은 반국가세력과 체제 전쟁 풍전등화 비상계엄 발동, 거대 야당 입법 폭주 때문 대통령 권한행사, 내란죄 요건 해당 안 돼 국민 상당수 부정선거 의혹 여전… 해소를 6.3.3 규정 지켜 선거범 재판 신속히 해야 수…

한교총 제8회 정기총회 열고 신임원단 교체

한교총 “극한 대립, 모두를 패배자로… 자유 대한민국 빨리 회복되길”

한국교회총연합(대표회장 김종혁 목사, 이하 한교총)이 2024년 성탄절 메시지를 통해 국내외 혼란과 갈등 속에서 평화와 화합을 소망했다. 한교총은 국제적으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이 계속되는 상황과 더불어, 국내에서는 정치권…

차덕순

북한의 기독교 박해자 통해 보존된 ‘지하교인들 이야기’

기독교 부정적 묘사해 불신 초래하려 했지만 담대한 지하교인들이 탈북 대신 전도 택하고 목숨 걸고 다시 北으로 들어갔다는 사실 알려 북한 군인들에게 복음을 전하다 체포된 두 명의 북한 지하교인 이야기가 최근 KBS에서 입수한 북한의 군사 교육 영상, 에 기…

이 기사는 논쟁중

윤석열 대통령

빙산의 일각만을 보고 광분하는 그대에게

빙산의 일각만을 보고 광분하는 사람들 잘 알려진 대로 빙산은 아주 작은 부분만 밖으로 드러나고, 나머지 대부분은 물에 잠겨 있다. 그래서 보이지 않고 무시되기 쉽다. 하지만 현명한 …

인물 이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