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승 칼럼] 세겜에서 드린 예배는 어떤 성격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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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호수아서 연구(12·끝)

▲권혁승 교수 ⓒ권혁승 교수 블로그

▲권혁승 교수 ⓒ권혁승 교수 블로그

여호수아의 주도아래 세겜에서 드린 예배의 성격은 어떤 것이었을까? 여호수아서 본문 속에는 당시의 예배가 어떤 성격의 것이었는지를 보여주는 몇 가지 요소들이 들어 있다.

첫 번째는 이스라엘 백성이 다듬지 않은 돌로 제단을 쌓고 나서 번제를 하나님 앞에 드렸다는 점이다. 여기에서 번제는 하나님 앞에 완전한 헌신과 복종을 다짐하는 성격의 예배이다. 그러므로 번제는 제물을 송두리째 제단에서 불살라 향기로운 냄새의 화제로 드렸다. 온전한 순종이 빠진 번제는 아무 의미가 없다. 그러나 레위기 1:4에서 볼 수 있듯이, 번제에는 속죄가 그 기본적인 목적이다. 속죄제가 성막의 여러 부분의 구체적인 부정을 씻는 의미의 제사라고 한다면, 번제는 보다 일반적인 의미에서 속죄를 위한 제사이다. 하나님 앞에 헌신과 복종을 다짐한다는 것은 그보다 우선적으로 하나님 앞에 나아가는 일이 필요한데, 그것은 속죄가 없이는 불가능하다. 그런 점에서 번제는 속죄를 통하여 하나님 앞에 나아간 이스라엘 백성들이 하나님 앞에 온전한 헌신과 복종을 다짐한 예배라고 할 수 있다.

이스라엘 백성은 하나님께 번제를 드린 다음 다시 화목제를 드렸다. 화목제는 의무가 아니고 원하는 자만이 드리는 제사라는 점에서 번제와 구별된다. 감사하는 마음이 생기거나 서원하는 일이 있게 될 때에 이스라엘은 특별한 화목제를 드렸다. 화목제는 제물의 일부를 예배 참여자들이 먹을 수 있다는 점에서도 완전히 불살라 바치는 번제와는 구별된다. 예배드리는 당사자와 더불어 주변에 있는 이웃 사람들이 함께 나누어 먹었다는 점에서 화목제를 '교제의 제사'라고 이해하기도 한다. 그런 점과 관련하여 성경은 화목제를 언약과 관련된 제사로 소개하기도 한다(출 24:5; 신 27:7; 왕상 8:63). 번제를 통하여 이스라엘 백성들은 하나님과의 관계를 새롭게 정립하면서 자신들의 헌신과 순종을 확인할 수가 있었다. 그런 다음 그들은 화목제를 통하여 온 백성들이 함께 음식을 나누는 한 민족 신앙공동체가 되어 하나님의 언약을 잘 지키겠다는 서원을 드린 것이다.

그런 점에서 세겜에서의 예배는 하나님께 대한 헌신을 다짐하면서 언약을 재확인하는 언약갱신제의 성격을 지니고 있었다. 율법을 돌에 새겨놓는 것이나 모세가 기록한 모든 율법을 백성들 앞에서 낭독한 것은 그런 예배의 성격을 더욱 분명하게 밝혀준다. 여기에서 세겜에서의 예배가 지닌 또 다른 성격을 알 수 있다.

언약에는 두 가지 차원이 포함되어 있다. 하나는 하나님이 베풀어 주시는 은혜의 차원이고, 다른 하나는 이스라엘 백성들이 해야 할 실천적 차원이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해야 할 일은 하나님을 사랑하는 자세로 하나님의 율법을 온전히 순종하는 일이다. 이스라엘에게 주어지는 하나님의 축복과 저주는 그들이 어떻게 율법을 지키며 사느냐에 달려 있다. 그렇다면 하나님께서 하실 일은 무엇일까? 그것은 출애굽 시킨 이스라엘을 약속의 땅 가나안까지 인도하여 주시는 일이다. 하나님과 이스라엘 사이의 언약에는 이스라엘의 출애굽과 가나안 입국이 기본적으로 전제되어 있다. 여호수아는 가나안 정복을 위한 전쟁 초기 세겜에서 언약갱신제를 드림으로서 가나안 땅에서 하나님의 율법을 철저히 지킬 것을 서원하였다. 그것은 가나안 땅을 주시겠다는 하나님의 약속을 전적으로 수용한다는 신앙고백이 담긴 성격의 예배이기도 했다. 가나안 정복의 결과를 경험하고 나서 하나님의 언약을 지키겠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가나안 정복을 위하여 많은 과제가 남아있음에도 불구하고 과감하게 미래에 주어질 결과를 수용하겠다는 결단의 예배였다. 그것은 하나님의 약속을 믿음으로 미리 내다보면서 확신하는 거룩한 행위이기도 하였다. 히브리서 저자가 강조한 "바라는 것들의 실상이요 보지 못하는 것들의 증거"라는 믿음을 온 이스라엘이 세겜 예배를 통하여 몸소 실천한 셈이다.    

권혁승 교수(서울신대 구약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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