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위 없는 ‘싸구려 복음’에 대한 키에르케고어의 대안… ‘본받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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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에르케고어를 만나다 2-6] 내적 성숙을 위한 요동침

▲이창우 목사. ⓒ크리스천투데이 DB

▲이창우 목사. ⓒ크리스천투데이 DB

요즘 종교개혁 500주년을 기념하여 다양한 행사가 있습니다. 관련된 책들도 많이 출판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전 세계적으로 루터를 재조명하려는 시도들도 있습니다.

이런 시점에서 키에르케고어의 저작인 <자기 시험을 위하여>는 루터를 이해하는 데 상당한 자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그의 저작에서 루터가 말한 것이 이렇게 많이 등장하는 것도 없을 것입니다. 이 책은 루터의 생각으로부터 출발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요.

키에르케고어는 시대 구분에 있어, 종교개혁을 기준으로 그 이전의 중세 시대와 그 이후의 복음의 변질에 대해 다룹니다. 그는 무엇보다 '행위'에 집중합니다. 종교개혁 이전 시대인 중세 시대의 변질이란 행위에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수도원적인 경건 운동은 키에르케고어의 관점으로 본다면 문제가 있어 보입니다. 왜냐하면 그들은 잘못된 행위의 열매를 맺고 있었으니까요. 경건한 기도, 금식, 그리스도의 고난에 동참하기 위한 자학 행위, 혹은 침묵하며 걷기와 같은 것들은 모두 잘못된 행위의 열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행위를 버리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시대는 변했고 종교개혁 이후의 시대가 도래합니다. 이 시대의 가장 큰 문제는 공로와 함께 행위도 버렸다는 점입니다. 오직 은혜로만 구원을 받아야 하니까요. 행위가 제거된 '싸구려 복음'이지요.

키에르케고어에 의하면, 이런 복음의 변질은 루터가 만든 것이 아니라, 루터 이후에 나타난 '루터교'의 문제라는 겁니다. 그가 생각하기에, 이런 변질은 중세 시대보다 더 심각한 타락이라는 거지요.

그렇다면, 시대가 변해도 변하지 않는 복음을 세우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요? 그것은 '행위'였습니다. 여기에서 키에르케고어가 말하는 행위란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종교적 경건'이 아닙니다. 어떤 '영적인 능력'도 아닙니다. 그가 말하는 행위는 '본받음'입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본받아야 하는 이 행위만은 제대로 세워져야 하는 것이고, 이 행위 앞에 두려워 떠는 것이 그가 말하는 경건입니다.

그러나 그분을 본받는다는 것은 굉장히 어렵습니다. 쉽게 갈 수 있는 길이 아닙니다. 아무도 그 길을 원하지 않지요. 오늘날도 그 길은 환영받지 못하고 있으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사 안에서 얼마나 많은 순교자들이 있습니까? 그분들 따르고 그분을 본받는 삶을 살다가 죽어간 '믿음의 영웅들'이 있습니다.

지난 시간에 말씀드렸다시피 믿음의 확신을 갖는 것도 중요하지만, 믿음은 행위 앞에서 요동칠 수밖에 없다고 말씀드렸습니다. 믿음이 행위 앞에서 요동치지 않는다면, 다시 말해 믿음의 확신만 있다면, 정말로 믿음이 있는 것인지 의심스럽습니다.

믿음의 요동침은 두 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하나는 순교자처럼 믿음의 영웅이 되는 길입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본받는 삶을 살다, 고난당하고 결국 죽음에 이르게 되는 길입니다. 또 하나는 내적 성숙을 지향하는 요동침이 있습니다. 이것은 이기심에 대하여, 세상에 대하여 죽는 경험을 말합니다. 자기를 부인하는 경험이라고 말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이런 두 종류의 믿음의 요동침이 있다면, 여러분은 어떻습니까? 여러분은 '믿음의 영웅들'의 삶을 살 자신이 있습니까? 히브리서 11장에 나오는 믿음의 영웅들처럼, 희롱과 채찍질뿐 아니라 결박과 옥에 갇히는 시험도 받고 돌로 치는 것과 톱으로 켜는 것과 시험과 칼에 죽는 것을 당하고 양과 염소의 가죽을 입고 유리하여 궁핍과 환난과 학대를 받을 각오가 되어 있습니까(히 11:36-37)?

키에르케고어의 평가에 의하면, 루터는 이런 믿음의 영웅의 삶을 살았다는 겁니다. 그가 믿음을 바로 세우기 위해 야고보서를 '지푸라기 서신'이라고 말했을지라도, 그는 죽었기 때문에 물어볼 수 없을지라도, 그의 삶을 조사해 보면 모든 것은 행위였다는 것이지요.

키에르케고어는 <자기 시험을 위하여>에서 자기 고백적인 말을 합니다. 그는 스스로가 응석받이일 뿐이고, 믿음의 영웅들처럼 그런 행동을 감행할 자신이 없다고 말합니다. 그는 영웅이라기보다는 시인일 뿐이라는 거지요. 그냥 평균적인 삶을 살았을 뿐이고 어떤 도전을 감행한 일도 없다는 겁니다.

따라서 그는 내적 성숙을 위한 요동침을 일깨우기 위해 일하겠다고 말합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내적 성숙을 위해 요동칠 것인가? 한 마디로 말씀드리자면, 그는 매일 '믿음의 영웅들'을 기억하는 일을 할 것이라고 말합니다.

여러분이 생각할 때, 무엇이 축복입니까? 믿음의 영웅들의 삶과 여러분의 삶을 비교해 보십시오. 당신이 행복한 가정에서 아이들과 함께 저녁을 즐길 때, 이것이 하나님의 축복이라고 생각할 때, 그들은 양의 가죽을 입고 유리하며 방황해야 했습니다. 어느 것이 더 큰 축복입니까?

당신의 아내가 마음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당신을 사랑할 때, 넓은 호숫가 근처의 잔디밭에서 가족들과 평화롭고 고요한 시간을 보낼 때, 저 지는 태양을 보며 이 고요와 평화가 영혼을 위해 유익하다고 믿을 때, 믿음의 영웅들은 어떤 삶을 살았나 생각해보십시오.

당신은 지하철에서도 낯선 사람의 도움을 받아 수많은 인파 속에서 안식할 수 있는 자리를 찾았지요. 그때 당신은 사람들 속에 있는 선한 측면을 보았지요. 당신은 작은 호의를 베풀고 큰 기쁨으로 보상을 받는 적도 있었지요. 그때, 당신은 호의를 베푼 게 아니라 호의를 받은 것은 아닌지 헷갈렸지요. 그리고 이 모든 것을 하나님의 축복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허구한 날 물어 뜯겨야 했고 씹혀야 했습니다. 말하자면, 굶주린 인간의 험담의 먹이가 되어야 했습니다. 그들은 허구한 날 다양한 인간들 속에 있는 짐승 같은 면을 구별하는 법을 배워야 했습니다. 인간들이 얼마나 타락했는지 구별하는 법도 배워야 했습니다. 그들은 모든 세대의 복지를 위해, 모든 사람들의 행복을 위해 일했건만, 저주로 보상을 받아야 했습니다.

어느 것이 더 큰 축복입니까? 만약 당신이 지금 어떤 핍박도 없이 주님 앞에 예배하며 누리고 있는 모든 안식과 고요와 평화가 축복이라고 생각한다면, 예수 그리스도를 본받기 위해 분투하다가 죽어간 믿음의 영웅들은 저주를 받는 겁니까? 아니면 그들도 축복을 받는 걸까요?

만약 이 믿음의 영웅들도 동일하게 축복을 받은 것이라면, 적어도 당신이 그리스도의 사랑 안에 머물기 원한다면, 이 영웅들의 삶을 매일 기억하는 일(행위)을 해야 하지 않을까요? 그때, 당신의 믿음은 조금이나마 요동치지 않을까요? 이 요동침은 가장 적고, 가장 온화하고, 가장 비천한 경건의 형태입니다. 당신은 저와 함께 이 일로 시작하지 않겠습니까?

이창우 목사(키에르케고어 <스스로 판단하라> 역자, <창조의 선물>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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