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태 칼럼] 하루 하루 산다는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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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태 목사(성천교회 담임).

▲김병태 목사(성천교회 담임).

산다는 건 귀하고 아름답다. 하나님께서 주신 소중한 선물이기 때문이다. 생각해 보면 내가 누리는 하루 하루가 누군가에게는 그렇게 갈망하는 시간일 수 있다. 그러니 하루하루를, 매 순간을 소중하게 보내야 한다. 결코 아무렇게나 허비해서도, 낭비할 수도 없는 시간이다.

그런데 주어진 매 순간을 알차고 보람차게 살아간다는 게 쉽지 않다. 그렇게 소중한 순간을 어떤 이는 사람들이 증오하는 악한 일에 사용한다. 다른 사람을 해롭게 하고, 인류에 악을 끼치는 사람들. 비록 악하고 나쁜 일은 아니지만, 자신의 인생에 아무 유익이 없는 시간으로 허비하는 이도 적지 않다.

이곳저곳을 할 일 없이 어슬렁거리는 사람들. 경마장 주변을 이리저리 왔다갔다 하는 사람들. 직업과는 아무 상관없으면서도, 하루 종일 집에 쭈그려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사람들. 침대 위에 뒹굴면서 핸드폰만 만지작거리는 사람들.

물론 남들에게 피해를 안 줬을 수도 있다. 사회악이 아닐 수도 있다. 그렇다고 자기 인생을 크게 나락으로 떨어뜨리지 않았을 수도 있다. 그러나 너무 무의미한 삶을 사는 것일 수도 있다. 아니 하나님이 나에게 주신 인생의 분복이 있는데, 사명을 저버린 채 살아갈 수도 있다.

사명을 쫓아 사는 삶일지라도, 목적이 이끄는 삶을 충실하게 살아갈지라도 살아가는 게 쉽지 않다. 그렇게 살아가려고 마음을 먹지만 주변 상황이 만만치 않다. 그래서 젊은이들은 알바 인생을 선택하고, 외국으로 돈 벌러 나가기도 한다. 직장이 없으니 돈이 없고, 돈이 없으니 결혼도 꿈꿀 수 없다. 결혼을 하더라도 자식 교육이 만만치 않으니 자식을 낳는 것도 포기한다. 이런저런 희망의 줄을 한 가닥 한 가닥 손에서 떼어놓기 시작한다.

살다 보면 별의별 일들을 다 겪기도 한다. 생각지도 못한 느닷없는 불운이 닥쳐와서 인생을 망가뜨린다. 며칠 전에 전라도에서 일어난 일이다. 어느 날 늦은 밤에 40대 중반의 부부가 지인 두 명과 함께 산책을 나갔다. 오래 살고 싶은 욕망은 몰라도, 적어도 사는 동안 건강하게 살고 싶은 욕망이 있었을 게다. 더구나 부부가 살아가면서 늦은 밤이지만, 시간을 내어서 산책을 즐길 수 있다는 게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 게다가 한밤중에 함께 산책을 즐길 수 있는 지인이 있다는 게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

공원을 돌고 있는데, 갑자기 맹견 두 마리가 이들 부부를 덮쳤다. 한 마리는 아내의 왼쪽 팔, 어깨, 허벅지를 사정없이 물어뜯었다. 5분 동안 7차례나. 맹견은 아내를 물고 근처 논으로 3m 가량 끌고 갔다. 남편은 아내를 구하려고 애썼다. 그런데 그 순간 다른 한 마리의 맹견이 남편의 엉덩이를 물었다. 3차례씩이나. 근처에 있던 부부의 지인들이 함께 사투를 벌인 끝에 가까스로 개들을 떼어냈다.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다.

맹견은 멧돼지를 잡기 위해 길러진 사냥용 개였다. 주인은 맹견 네 마리를 한밤중에 공원으로 끌고 나왔다. 훈련시킨다는 목적으로. 그런데 입마개도 하지 않은 채, 더구나 목줄을 푼 채. 그렇게 무책임한 짓이 어디 있는가? 사람들이 있는 공공장소에서. 이런 무책임한 행동이 남들에게 어떤 해를 끼칠지를 생각하며 살아야 하는 건데.

더 기가 막힌 게 있다. 현장에 있던 개 주인이 하는 말이 그랬다. "우리 개는 물지 않는다. 밤에 공원에 사람이 있을 줄 몰랐다."

사람이 물려서 이렇게 고통당하고 있는데, 자기 개는 물지 않는다니? 말 한 마디로 천 냥 빚을 갚을 수도 있다. 그런데 이런 말이 무슨 도움이 되랴. 해서는 안 될 일을 했으면, 당연히 정중한 사과가 앞서야지. 이런저런 변명이 필요한 게 아니다. 설득이 필요한 게 아니다. 그냥 '죄송하다. 미안하다. 죽을 죄를 지었다'고 사죄를 해야 한다. 그게 사람이 살아가는 요령이다.

피해자의 말에 의하면, '개 주인은 개가 사람들을 물고 있는데, 도망갔다'고 한다. 주인은 나중에 상황이 종료 된 후에 다시 나타나서 개를 데리고 갔다는 게다.

그런데 뒤늦게 현장에 나타난 개 주인이 하는 말은 달랐다. "잠깐 신경을 못 썼는데 개들이 달려 나갔다. 사람을 무는 것을 보고 달려가 개들을 말렸다."

누구의 말이 옳은지는 모르겠다. 한 사람은 진실이고, 한 사람은 거짓을 말하는 거겠지. 사실 삶의 현장에서는 이런 게 허다하다. 똑같은 사건을 진술하는데, 두 사람의 말이 서로 상반되어 헷갈리게 만든다. 그래서 솔로몬의 지혜로운 재판을 하는 분별력이 필요하다. 자칫 잘못하면 거짓을 참으로 믿고, 진실을 거짓으로 오해하고 살 수도 있으니까. 선한 사람을 악인으로 몰고, 악인을 선한 사람으로 착각한 체 살 수 있으니까.

홀로 사는 것보다는 더불어 살아가는 게 아름답다. 이게 창조자께서 세우신 질서이다. 인간은 창조자의 질서를 따라 살아가는 게 가장 선하고 아름답다. 그렇다고 그 길이 평온하고 어려움이 없다는 건 아니다. 거기에도 악성 바이러스가 잠복해 있다. 아니 어쩌면 혼자 사는 것보다 더불어 사는 게 훨씬 더 고달프고 힘든지도 모른다.

얼마 전 법원행정처가 '2017 사법연감'을 내놓았다. 지난해 이혼한 부부가 10만 7,328쌍이었다. 그 가운데 결혼한 지 5년이 채 되지 않은 '신혼 이혼'은 2만 4,597쌍으로 22.9%였다. 그런데 결혼생활을 한지 20년이 넘는 부부가 3만 2,594쌍으로 30.4%를 기록했다. 3쌍 중 1쌍이라는 게다. 신혼이혼보다 20년 이상을 살았던 부부가 이혼하는 비율이 더 높다는 게다.

지금까지 살아온 20년의 삶이 그렇게  평탄하지는 않았다는 게다. 아니 참고 참으면서 살다가, 이제는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이혼의 길을 선택한 게다. 황혼 이혼이 차지하는 비율을 보면, 2014년은 28.7%였고, 2015년은 29.9%였다. 그런데 2016년은 30%를 넘어섰다. 황혼이혼이 매년 늘어나고 있다는 게다. 그만큼 결혼생활을 유지하는 게 어렵다는 반증이다.

이혼 부부의 절반 가량(52.1%)은 미성년 자녀가 한 명도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어린 자녀가 많을수록 이혼율은 낮아졌다. 미성년 자녀가 3명 이상인 부부의 이혼 비율은 전체의 3.5%에 불과했다. 사실 자녀를 양육하는 게 결코 쉽지 않다. 양육비와 교육비가 만만치 않다. 때때로 어긋난 길을 걷기라도 한다면, 피를 말리는 고통이 따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녀는 부부의 연결해주고 묶어주는 소중한 끈이 분명하다. 아무리 시대가 변해도 부부의 열매인 자녀는 하나님이 주신 소중하고 아름다운 열매이다. 이혼 사유는 단연코 부부의 성격 차이가 선두를 달린다. 무려 45.2%로 1위이다. 그 다음을 잇는 건 경제 문제(10.2%), 가족 간 불화(7.4%), 배우자 부정(7%) 등이다.

산다는 건, 다름을 인정하고, 다름을 조화로 만들어가는 지혜와 기술만 개발하면 되지 않을까? 다름과 차이 때문에 함께 살아갈 수 없는 건 아니니까. 오히려 그게 더 아름답고 다양한 삶을 누리는 비결일 수도 있으니까.

40년 동안 한 번도 걸어보지 못한 사람이 있다. 태어나면서부터 앉은뱅이였으니까. '뭐 이런 인생이 다 있어?' 건강하게 거리를 활보하며 다니는 사람을 보면 너무 부럽다. 시기와 질투심이 일어날 때도 많다. 아니 주변 사람들이 저주스럽기도 하고, 심지어 하나님이 원망스럽기도 하다.

그러나 그게 그에게 주어진 운명이고, 그가 걸어야 할 인생길이다. 원망하고 불평하고 세상과 사람들을 향해 저주를 퍼부어도 소용없다.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아름답게 받아들이고, 더 나은 미래를 향해 달려가야 한다.

아무리 구질구질한 인생이어도, 주변에는 베드로와 같이 도와줄 사람이 있다. 새로운 삶을 개척할 수 있는 힘인 나사렛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도 있다. 아무리 구질구질한 인생처럼 보여도 희망의 아침은 밝아왔다. 하루 하루 산다는 건 언젠가 다가올 희망의 아침을 바라보며 달려가는 마라톤 경기와 같다.

김병태 목사(성천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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