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호수아서 연구(17)
이스라엘의 본격적인 가나안 점령은 위기에 몰린 기브온을 돕는 것에서 시작되었다. 이스라엘과 화친조약을 맺은 기브온 사람들은 아모리 사람들에게 미움이 대상이 되었다. 이에 자신들을 배반한 기브온을 공격하기 위하여 아모리의 다섯 왕들은 강력한 연합군을 결성하였다. 다급해진 기브온은 길갈에 진을 치고 있던 여호수아에게 도움을 요청하였다. 여호수아는 신속히 군대를 동원하여 기브온으로 파병하였다.
기브온 사람들의 도움 요청을 받은 여호수아가 신속하게 군대를 동원하게 된 이유는 두 가지였다. 하나는, 약속은 어떤 상황에서도 꼭 지켜야만 한다는 '헤세드' 정신이다. 비록 기브온 사람들에게 속아서 맺은 것이긴 하여도 한번 맺은 약속은 성실하게 이행해야 했다. 더구나 그것은 여호와의 이름으로 맺은 약속이었다. 또 다른 하나는, 전쟁과 관련하여 여호수아에게 주신 하나님의 응답이었다. 출전을 준비하고 있는 여호수아에게 여호와께서는 전쟁에 담대하게 임할 것을 명령하면서 전쟁에서의 승리를 보장해 주셨다. "그들을 두려워 말라. 내가 그들을 네 손에 붙였으니 그들의 한 사람도 너를 당할 자가 없으리라"(수 10:8) 전자가 인간관계로서의 응답이하면, 후자는 하나님과의 관계로서의 응답이었다. 그것은 우리들이 하나님의 뜻을 분별하는 중요한 기준이기도 하다.
여호수아가 이끄는 군대가 아모리 연합군을 공격하면서 사용한 전술은 기습작전이었다. 출전 자체도 신속했지만 밤을 새워 행군한 결과 예상보다 빠른 시간에 기브온에 도착할 수가 있었다. 성경은 이를 두고 '그들에게 갑자기 이르니'(수 10:9)라고 표현하였다. 이스라엘이 출전하려면 어느 정도의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예상했던 아모리 연합군은 이스라엘 군이 도착하기 전에 기브온 성을 함락시키려고 전력을 기울였을 것이다. 그런데 예상 밖에 이스라엘 군이 예상보다 빨리 갑작스럽게 들이닥친 것이다. 그만큼 여호수아는 아모리 연합군을 효율적으로 공격할 수가 있었다. 우리들의 신앙생활 속에서도 신속한 결단이 필요한 때가 많다. 하나님의 선한 일을 향한 마음의 작정이 서거나 혹은 하나님으로부터의 직접적인 감동이 있을 때에, 그것을 하나님이 주신 기회로 받아들일 뿐 아니라 적극적 자세로 순종하며 실천해야 한다. 그런 기회를 놓쳐버리면 그만큼 하나님의 역사를 그르칠 수 있다. 그래서 사도 바울은 우리들을 향하여 '세월을 아끼라'(엡 5:16)고 권면하였다. 여기에서 '세월을 아끼다'는 '주어진 기회를 선용하다'는 뜻을 지니고 있다.
본격적인 전쟁은 기브온에서 벌어졌다. 기습공격으로 기선을 제압한 이스라엘은 아모리 연합군을 그곳에서 크게 무찔렀다. 그러고 나서 도망치는 적들을 벧호론으로 올라가는 비탈에서 시작하여 아세가와 막게다까지 추격하였다. 당시 '벧호론으로 올라가는 비탈'은 해안지방에서 쉐펠라(평지)를 거쳐 유다산지로 올라가는 중심 교통로였다. 그 중심 교통로에 기브온이 위치하고 있었다. 이스라엘의 기습공격으로 다급해진 아모리 연합군은 쉽게 도주할 수 있는 벧호론 길을 선택했던 것이다. 그들의 도주는 쉐펠라(평지) 지역에 있던 아르뭇 근처의 아세가와 라기스 근처의 막게다까지 이어졌다.
여호수아는 퇴각하는 적을 끝까지 추격하면서 승리의 영역을 확보해 나갔다. 그러나 여호수아의 힘만이 전부는 아니었다. 그보다 훨씬 더 큰 도움이 하늘에서 내렸다. 여호수아의 추격에 앞서 큰 우박 덩어리가 하늘에서 내려 도망치는 적들을 죽인 것이다. 벧호론 비탈길에서 시작하여 아세가까지 계속 내린 우박으로 이스라엘의 칼에 죽은 자들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죽었다. 지금도 우리들은 이 땅에서 하나님 나라를 확장하는 막중한 임무를 맡고 있다. 우리는 그 일을 위하여 주어진 여건 속에서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러나 그것은 내 힘만으로 이룰 과제가 아니다. 하나님은 우리들에게 그 일을 감당할 수 있는 능력을 주실 뿐 아니라 최종적으로 그 일을 완성하시는 분이시다. 그러기에 우리들은 어떤 상황 속에서도 낙심하지 말고 담대하게 믿음으로 나아가야 한다.
권혁승 교수(서울신대 구약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