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태 칼럼] 추석 명절을 색다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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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태 목사(성천교회 담임).

▲김병태 목사(성천교회 담임).

오래 전부터 전해 내려오던 추석 명절이 다가온다. 아무리 어렵고 힘들다 해도, 명절이 되면 고향을 찾는 사람들의 마음은 설렌다. 그래서 줄을 서서 열차표를 예매하고, 미리 예매하지 못한 사람들은 당일 임시로 운행되는 고속버스라도 타려고 몇 시간씩 줄을 서서 기다린다. 자가용으로 가는 사람들은 엿가락처럼 늘어지는 자동차 행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즐겁기만 하다.

그러나 명절이 다 즐거운 것만은 아니다. 주부들은 심각한 명절증후군에 시달리기도 한다. 그래서 말한다. "차라리 추석이 없어졌으면 좋겠다." 사실 명절을 보내고 나면 부부싸움이 더 늘어난다. 아내가 힘들게 일하는데 남편은 술상 차려오라고 시키기만 하니, 속상할 수밖에.

며칠 동안 상을 차리고 시골 일손도 좀 돕고 돌아오면, 그야말로 몸살 치레를 해야만 한다. 그런데 요즘은 또 다른 푸념도 있다. "남자도 명절에 힘들거든!" 여자만 힘든 게 아니라는 게다. 며느리가 시어머니 눈치 보듯, 요즘 남편들도 아내 눈치 보느라 힘들다는 게다.

가족들이 반갑게 만났는데, 술상이 오가고, 이런저런 말들이 오가다 보면 다툼이 일어나고 형제간 싸움으로 번지는 경우도 많다. 더구나 경제 문제가 개입되고 유산 문제가 대두되면, 게다가 몸이 불편하신 부모님을 모시는 문제가 거론되다 보면 가족 간의 불화가 일어난다.

더구나 명절이라고 평소 관계가 좋지도 않은 가족들과 만나다 보면, 이런저런 불편한 감정이 더 일어날 수도 있다. 그러니 아예 명절에 고향을 가지 말고 여행이나 가자는 흐름도 적지 않다. 이건 아닌데 싶지만, 현대적인 트렌드인 것은 인정하고 넘어가야 한다.

사실 가족이란 게 좀 불편하다고 안 만나다 보면, 진짜 멀어지는 게 아닌가? 불편한 감정을 잘 관리해서 행복한 만남으로 물꼬를 틀 생각을 해야 하는 게 아닐까?

24살의 취업 준비생 여성이 있다. 이번 추석 연휴 때는 친구들만 만나기로 마음먹었다. 친척집에는 가지 않을 생각이다. 얼마 전 친척 장례식장에서 겪은 일 때문이다.

장례식장에 모인 친척들에게 "회사를 그만뒀다"고 말하자마자, 가족들의 잔소리가 쏟아졌다. "회사는 다 똑같다." "주말 근무 안 하는 회사 찾기 힘들다." 급기야 "요즘 젊은이들은 힘든 일을 안 하려 해서 문제"라는 말까지 들었다. 그러니 명절에 가족을 만나고 싶은 마음이 생길리 없다.

명절이 좋기는 하지만, 늘 숨은 복병이 도사리고 있다. 그래서 명절에 몇 가지 당부할 게 있다.

①'고향을 찾는 것'도 소중하지만 '사고 없는 명절'이 되어야 한다. 명절에 나는 사고가 다른 때 일어나는 사고보다 훨씬 더 많으니, 조심해야 한다. 서로 배려하고 양보해야 한다. 얌체 운전은 삼가야 한다. 조급한 마음도 좀 내려놓아야 한다.

내가 빨리 가고 싶으면 다른 사람들도 동일할테니, 조금만 더 여유를 가지면 좋겠다. 교통사고뿐 아니라 이런 저런 불의의 사고를 당할 가능성도 크다. 뱀이나 벌로부터의 위험, 불이 날 위험, 여타의 불의의 사고가 명절 분위기를 엉망진창으로 만들 수도 있다.

②허상인 '조상신에게 제사' 지내는 것보다, 우주 만물의 주인이신 '하나님께 예배'하는 명절이 되어야 한다. 조상은 살았을 때 최선을 다해 모시고 봉양하면 된다. 죽은 이에게 제사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조상신은 존재하지 않는다. 죽음은 천국과 지옥으로 옮겨놓을 뿐이다. 우리 곁에 계실 때 최선을 다해 사랑하고 존중하면 된다. 더구나 지옥 가지 않도록 애써야 한다.

③'가족과의 만남'을 '전도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사실 가족이라고 하지만, 만날 기회가 그렇게 많지 않다. 그러나 너무 소중한 존재이다. 그러니 절대 지옥을 가서는 안 될 일이다.

조심스럽고 지혜롭게 신앙 이야기를 나누면 좋겠다. 주님과 누리는 행복한 삶을 간증으로 들려주면 좋겠다. 삶 속에서 경험한 영적인 풍성함을 간증으로 엮어 주면 좋지 않을까?

④'다투고 싸우는 명절'이 아니라 '하나님께 영광' 돌리는 명절이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조심해야 한다. 상대방의 마음을 헤아려 주어야 한다. 다른 사람의 입장을 배려해 줄 줄 알아야 한다. 같은 값이면 서로 위로하고 격려해 주는 말을 해야 한다.

⑤'상처 없는 명절'을 만들면 좋겠다. 그러자면 말을 조심해야 한다. 추석 연휴 제1수칙이 '말조심하고 문단속 철저히' 라고 한다. 묻지 말아야 할 말들이 있다. "너는 결혼도 안 하니? 언제 결혼한 건데?" "이번에 수시는 어디에 넣었어?" "직장은 어딜 다니는데?" "취업은 했어?"

물론 다들 위해서 하는 말이리라. 아끼고 사랑하니까 건네는 염려의 말이다. 그런데 좋은 것도 한두 번이다. 해마다 듣는 말, 지겨울 수 있다. 자신도 고민하고 있다. 원하지만 잘 안 되는 일이다. 그러니 얼마나 답답하겠는가?

내 질문을 듣는 그들은 절벽 세대이다. 취업 절벽, 결혼 절벽, 출산 절벽 등 끝없는 절벽 끝자락에 서 있는 젊은 세대의 아픔을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 위해서 하는 말이지만, 아끼는 게 좋을 게다. 의미 없이 던지는 말이지만, 좋은 뜻에서 하는 말이지만, 상처 받을 수도 있으니까. 상처 없는 명절이 되도록 무엇보다 말조심 하면 좋겠다.

⑥'육신의 고향'보다 '영혼의 고향'을 생각하는 명절이 되었으면 좋겠다. 고향이란 말은 듣기만 해도 가슴이 두근거리고 설렌다. 행복하게 만든다. 그런데 육신의 고향으로 그쳐서는 안 된다. 영혼의 고향이 훨씬 더 중요하니까. 영혼의 고향을 찾지 못한 가족들이 영혼의 고향을 찾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영혼의 고향을 찾지 못한 재앙은 너무나 큰 것이니까.

⑦'나만의 명절'이 아닌 '우리의 명절'이 되었으면 좋겠다. 나는 명절을 즐기고 있지만, 그 누군가는 명절이 더 힘들 수도 있다. 없는 사람은 자신의 가난함이 더 실감날 수도 있다. 고독한 사람은 그 어느 때보다 외로울 수 있다.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사람들이 있다. 북한을 고향을 두고 있는 사람들, 북한에서 새로운 삶의 터전을 찾아 나온 탈북민들, 돈을 벌기 위해 조국과 국가를 떠나온 외국인 근로자들. 이들의 외로움을 달래줄 수 있는 명절이 되면 어떨까? 그들과 함께 작은 것이라도 나눌 수 있으면 어떨까?

늘 맞이하는 명절이지만, 좀 색다른 명절을 계획해 보면 어떨까? 술상 차려놓고 하루종일 술 마시는 명절이 아니라, 온 가족이 함께 웃고 즐길 수 있는 명절. 특별한 추억을 만들 수 있는 명절. 가족의 애틋한 사랑을 더해줄 수 있는 명절. 서로 갖고 있는 좋은 아이디어를 모아보면 좋으리라.

김병태 목사(성천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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