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의 홍수’ 시대, 성경을 관찰하고 해석만 하다 ‘말씀의 기갈’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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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에르케고어를 만나다 2-9] 거울 관찰하기

▲이창우 목사. ⓒ크리스천투데이 DB

▲이창우 목사. ⓒ크리스천투데이 DB

여러분은 성경을 얼마나 읽고 있습니까? 어쩌면 우리 시대의 비극은 말씀의 홍수 시대에 살고 있으나 말씀의 권능은 땅에 떨어졌다는 데에 있습니다. 요즘은 라디오, 인터넷, TV 등과 같은 매체를 통해 끊임없이 말씀이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이뿐입니까? 스마트폰에는 얼마나 많은 성경 앱이 깔려 있습니까?

성경이 많지 않았던 옛날에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말씀을 사모했습니까? 그러나 요즘 교회에 가 보십시오. 예배당에는 주인이 없는 성경이 널려 있습니다. 어디에 있든 말씀을 듣거나 읽기 원한다면, 그럴 기회는 많이 있습니다. 그러나 정작 이런 시대에 우리의 심금을 울리는 말씀이 없다는 것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역설적으로 말씀의 홍수 시대에 살고 있음에도, 언제나 '말씀의 기갈'이 있습니다.

이유가 무엇일까요? 필자는 말씀의 거울을 관찰만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하나님의 말씀인 성경은 이미 그 권위가 땅에 추락한지 오래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성경을 읽는 데 실패하고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는 두 부류의 사람들이 있다고 봐야 합니다. 대부분의 그리스도인들은 성경을 골치 아픈 책으로 간주하고 아예 읽지 않습니다. 극소수의 사람만이 거의 학문적으로 성경을 읽고 있습니다. 곧, 성경을 관찰하고 있습니다. 거울 속에 자신을 보는 것이 아니라 거울을 관찰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얼마나 비극적인 일입니까? 도대체 말씀과 홀로 서는 자리로 간 사람이 얼마나 됩니까? 하나님 말씀이 역사하지 않는 것은 다 이유가 있지 않겠습니까! 어떤 사람이 말씀 앞에 더 진지한 사람일까요? 한 사람이 말합니다.

"성경, 무시무시한 책이야. 나에게는 극도로 위험한 책이지. 이 책은 내 손가락을 내밀면 내 손 전체를 가져가. 이 책에 손 전체를 내밀면 내 몸 전체를 가져가지. 결국 이 책은 급진적으로 나의 삶 전체를 요구하고 나를 변화시키려 하지. 그래, 나는 이 책에 대해 어떤 경멸이나 조롱을 하지 않아. 나는 차라리 이 책을 저 구석에 박아 놓을 거야. 나는 이 위험한 책과 홀로 있는 것을 거부한다."

아마 독자들은 이런 이야기에 동의하지는 않을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감이 되는 부분은 있을 겁니다. 네, 정직함입니다. 이 사람은 말씀 앞에 정직하게 서 있습니다. 그러나 다른 사람도 있습니다. 극소수의 사람이지요.

그는 성경을 갖고 갑니다. 그리고는 문을 잠가 둡니다. 그러나 그때 10개 정도의 사전과 25개 정도의 주석서를 갖고 갑니다. 그는 냉철하게 하나님의 말씀을 연구합니다. 어떤 구절을 읽다가 갑자기 생각이 스칩니다. "이 말씀을 따라 행했는가? 이것을 실행하였는가?"

그러나 이런 생각은 잠깐 스칠 뿐입니다. 진지하지 않죠. 뭐, 연구해야 할 것이 더 있으니까요. 이 부분에는 많은 독해 방식이 있고 방금 전에 발견된 새로운 사본이 있습니다. 맙소사, 새로운 독해 방법에 대한 전망도 있군요! 한 견해에 대하여는 현재 다섯 명의 해석자가 있고, 다른 견해에 대하여는 7명의 해석자가 있고, 두 명은 이상한 견해이고 세 명의 학자는 아직 망설이고 있거나 아예 견해가 없군요.

"내가 보기에는 이 구절에 대해서는 의미가 확실하지 않은 것 같아. 아니, 솔직히 말해 아무 견해를 갖고 있지 않고 망설이는 세 명의 해석자에 동의하고 있지."

독자, 당신은 누가 더 말씀 앞에 진지한 사람이라고 생각합니까? 성서가 무시무시한 책이라며 불온서적처럼 덮은 사람입니까, 강렬한 학문적 열정으로 성경을 연구하는 사람입니까?

성서를 무시무시한 책이라고 덮고 읽지 않는 사람은 적어도 말씀 앞에서 두려워 떨기라도 했죠. 그러나 학적으로 말씀을 연구한 사람은 "말씀 앞에 두려워 떠는" 이런 어색한 입장에 서지 못합니다. 그는 아마 다음과 같이 말할 겁니다.

"나에 대해서 말하자면, 말씀을 실행하는 데 아무 문제가 없어. 견해에 대한 불일치가 해결되고 해석자들이 어느 정도 의견이 통일되자마자 나는 확실히 말씀을 실행할 의도가 있거든."

옛날에 한 왕이 있었습니다. 왕명이 모든 백성들과 관리들에게 선포되었습니다. 왕명이 각 마을의 벽에 붙어 있었습니다. 백성들은 삼삼오오 모여 도대체 어떤 내용인지 갸우뚱거리고 있었지요. 그러다가 마을에 놀라운 일이 벌어집니다. 모든 백성들은 해석자로 변해 있었고 관리들은 저자가 되어 있었습니다.

매일 왕명에 대한 새로운 해석은 시도됐고 다른 해석들보다 더욱 명쾌하고, 더 심오하고, 더 날카롭고, 더 기발했습니다. 해석은 새로운 해석을 낳았습니다. 결국 해석은 거대한 문학작품이 되었고, 해석의 개요조차 살필 수 없을 만큼 거대했습니다. 누구도 왕명을 따르기 위해 읽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모든 것은 해석이었죠. 그들은 또한 진지함의 관점을 바꿔, 행함의 진지함을 해석의 진지함으로 바꿨습니다.

어느 날 왕이 이 마을에 나타납니다. 아무도 왕명을 따르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모든 사람은 해석자가 되어 있었고, 백성들과 관리들은 그 날도 왕명에 대한 열띤 토론을 하고 있었습니다. 왕이 화가 났습니다. 왕은 관리들과 백성들을 모두 불러 모으라고 명령합니다. 그리고 말합니다.

"백성들이 왕명을 따르지 않는 사실, 나는 이를 용서할 수 있다. 게다가 그들 모두가 연합하여 이 왕명이 너무 고되고 짐이 된다며 면제시켜 달라 청원해도, 그들을 용서할 수 있다. 그러나 행함의 진지함을 해석의 진지함으로 바꾸어놓은 관리들, 나는 그들을 용서할 수 없다."

우리는 지금 하나님의 말씀에 대하여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내 집은 기도하는 집이다. 그러나 너희들은 강도의 소굴로 만들었다(눅 19:46)."

하나님의 말씀, 도대체 우리는 이 말씀을 무엇으로 만든 걸까요? 엄격하고 진지한 원리들 위에 세워진 모든 해석과 해석, 학문적 연구와 새로운 학문적 연구들, 이것들은 하나님의 말씀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존재합니다. 그러나 더 가까이 보십시오. 그러면 당신은 이런 학적 연구가 하나님의 말씀에 맞서 자신을 변호하기 위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입니다.

말씀을 더 교활하고 깊이 파고들어 한 층에 또 다른 해석을 끼워 넣는 것, 학문적 연구에 학문적 연구를 듬뿍 넣는 것. 이것은 학생이 매를 맞아야 할 때, 화장지를 듬뿍 집어넣는 것과 같습니다. 나와 말씀 사이에 이런 모든 것들을 듬뿍 집어넣는 것, 이런 학문성에 진리를 향한 진지함과 열정이라는 이름을 수여하는 것, 이 작업은 그 비율만큼 부풀어 오릅니다.

이런 학문성은 거울을 관찰하는 것이지, 거울 속에 자기 자신을 보는 것이 아닙니다. 결코 거울 속에 나 자신을 보는 지점에 도달하지 못하죠. 말씀에 대한 학적인 열정은 마치 말씀과 나 사이를 더욱 가깝게 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나에게서 가능한 한 멀리 하나님의 말씀을 제거하는 방법입니다. 결코 성경을 읽지 않는 자보다 더 무한히 멀리 하나님의 말씀을 제거하는 것, 하나님의 말씀이 무시무시해서 가장 멀리 집어던진 자보다 더 무한히 멀리 하나님의 말씀을 제거하는 것, 그것은 학문적으로만, 객관적으로만 성경을 읽는 겁니다.

한 번도 거울을 본 적이 없는 사람보다 더 먼 거리에 있는 그리스도인, 그는 매일 허구한 날 수동적으로 앉아 거울만 보는 자입니다. 그는 말씀을 많이 알고 있다고 착각한 나머지 스스로의 힘으로는 착각에서 돌아올 수 없을 것입니다.

이창우 목사(키에르케고어 <스스로 판단하라> 역자, <창조의 선물>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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