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여호수아와 이스라엘은 길갈진영을 떠나지 않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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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승 칼럼] 여호수아서 연구(19)

▲권혁승 교수 ⓒ권혁승 교수 블로그

▲권혁승 교수 ⓒ권혁승 교수 블로그

가나안 정복을 위한 거룩한 전쟁을 수행하는 동안 여호수아를 비롯한 이스라엘 백성들은 길갈에 진을 치고 지냈다. 기브온 거민들이 이스라엘과 화친조약을 맺기 위해 대표자들을 보낸 곳도 길갈 진이었고(수 9:6), 아모리 연합군의 공격을 받아 위기에 처한 기브온을 구출하려고 여호수아가 급히 군대를 파병한 곳도 길갈 진이었다(수 10:9). 여호수아와 이스라엘군은 전쟁을 마친 후에는 항상 길갈 진영으로 돌아와 잠시 동안 휴식을 취하면서 다음 전쟁을 준비하곤 하였다(수 10:15, 45). 그런 일은 가나안 정복 전쟁을 마친 후 그 땅을 지파별로 분배하기까지 계속되었다.

길갈은 이스라엘이 요단강을 건넌 후 처음으로 머물렀던 장소다. 현재로서 길갈이 정확하게 어디에 있었는지는 알 수가 없다. 다만 성경에서 '여리고 동편 경계'(수 4:19)라고 언급한 것을 근거로 요단강과 여리고 사이의 한 장소일 것이라고만 추정할 뿐이다. 요단강을 건넌 이스라엘 백성들이 첫 번째로 진영을 마련한 길갈은 성경 어디에도 무력으로 점령했다는 기록이 없다. 이스라엘은 아무런 저항 없이 길갈지역에 들어갈 수 있었음을 알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당시의 길갈은 중요한 거점지역이 아니라 아무도 살지 않는 도시 주변의 빈 공간일 가능성이 높다. 그런 길갈 지역을 여호수아와 이스라엘은 정복전쟁이 끝날 때까지 떠나지 않고 본거지로 삼은 것이다. 여리고와 같은 견고한 성벽이 있고 잘 발달된 도시를 점령하면서도 왜 이스라엘은 그런 도시지역에 관심을 갖지 않고 문명의 외곽지역인 길갈에 머물러 있었을까?

무엇보다도 그것은 가나안 점령과 관련하여 하나님께서 내리신 명령에 순종하기 위해서였다. 하나님께서는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가나안 땅에 들어가 그 땅을 점령하고 차지할 것을 명령하셨다(수 1:11). 그러나 그 땅의 도시들을 완전히 파괴시켜 하나님께 온전히 바치는 거룩한 제물을 삼을 것도 함께 명령하셨다. 그리고 무너진 도성을 다시 건축하는 일도 철저히 금지시키셨다(수 6:17, 26). 그만큼 가나안 도시들을 완전히 파괴시킬 것을 명령하신 것이다. 그것은 이스라엘 백성들이 가나안 땅에서 이방문화나 이방종교에 물들 수 있는 위험성을 미리 차단시키시려는 하나님의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길갈 진을 떠나지 않은 것은 전쟁에 임하는 그들의 자세를 보여준다.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당시의 길갈은 도시가 세워진 번성하는 곳이 아니었다. 그곳은 아직도 개발되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빈 땅에 불과하였다. 하나님께서 명령하신 가나안 땅 점령에 전념하기 위해서는 다른 일에 관심을 갖지 말아야 했다. 이스라엘이 길갈에 진을 치고 그곳을 중심지로 삼은 이유가 거기에 있었다.

출애굽 한 이스라엘 백성들은 광야에서 40년을 지내면서 하나님으로부터 철저한 신앙훈련을 받았다. 그것은 하나님과의 관계를 긴밀하게 유지하는 훈련이었다. 비록 아무 것도 없는 빈들의 광야였지만 하나님께서는 그들에게 모든 것이 되어 주셨다. 하나님을 최고 우선순위로 삼고 살아가는 것이 곧 광야에서 이스라엘이 생존할 수 있는 비결이었다. 가나안은 분명히 광야를 벗어난 비옥한 지역에 속한다. 그러나 그 가나안 땅을 완전히 점령하기까지 이스라엘은 여전히 광야에 머물러 있었던 셈이다. 하나님을 삶의 우선순위에 두지 않는 한 가나안 점령은 그들에게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런 점에서 그들은 가나안의 외곽지역인 길갈에 진을 치고 지내면서 가나안 점령을 위한 전쟁을 수행하였다.

오늘을 살고 있는 우리들도 때로는 영적 싸움의 승리를 위하여 광야와 같은 길갈로 되돌아갈 필요가 있다. 그곳에서 우리들은 하나님을 삶의 우선순위에 두고 있는지를 점검해 보면서 단순화된 삶의 패턴(simple life style)을 통해 영적 긴장감을 되찾을 필요가 있다. 그것이 여호수아와 이스라엘 백성들이 길갈을 떠나지 않았던 이유이자 그들의 신앙적 자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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