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승 칼럼] 막게다에서 있었던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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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호수아서 연구(20)

▲권혁승 교수 ⓒ권혁승 교수 블로그

▲권혁승 교수 ⓒ권혁승 교수 블로그

아모리 연합군에 대한 여호수아의 공격은 아세가와 마게다까지 추격하는 것으로 일단락되었다(수 10:10). 막게다의 정확한 위치는 알려져 있지 않다. 성경에 언급된 내용으로 미루어볼 때, 막게다는 세펠라의 남부 지역인 아세가와 라기스 근처의 한 도시일 것으로 추정된다(수 10:10; 15:41). 여호수아가 점령한 지역 명단에 막게다가 포함되어 있기도 하다(수 12:16). 일차 원정을 마치고 길갈 진영으로 돌아온 여호수아에게 새로운 소식이 전해졌다. 그것은 황급히 도망치던 아모리 다섯 왕들이 막게다 근처의 어느 동굴 속에 은신하여 있다는 일선 병사들의 첩보였다. 막게다는 석회암으로 이루어진 산지에 위치하고 있어서 곳곳에 석회암 동굴들이 산재해 있었다. 아모리 왕들은 그런 동굴 중 하나를 자신들의 은신처로 삼아 숨어든 것이다.

여호수아는 곧바로 출동하여 아모리 연합군을 완전히 전멸시키는 제이차 원정길에 올랐다. 여호수아가 취한 첫 번째 조치는 왕들이 숨어 있는 굴의 입구를 큰 돌로 막는 일이었다. 그렇게 함으로서 동굴 안에 숨어있던 왕들을 꼼짝 못하게 잡아 놓을 수 있었다. 그러고는 뿔뿔이 흩어진 연합군의 남은 군대를 추격하여 진멸시켰다. 굴속으로 숨어든 이들 왕들은 결국 자신의 군대를 포기해 버린 셈이었다. 왕이 없는 아모리 군대는 사기도 땅에 떨어졌고 지휘권마저 무너져 제대로 작전을 세울 수가 없었다. 이들 왕들이 동굴로 도망친 것이 오히려 여호수아에게는 효과적으로 남은 적을 전멸시킬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왕들을 체포하여 처형하는 것은 어느 것보다 우선적으로 중요하고 신나는 일임이 틀림없다. 그러나 굴 안에 갇혀 있는 그들은 살아 있으나 죽은 목숨과도 같았다. 오히려 도망치고 있는 남은 적들을 추격하는 일이 현실적으로는 더 없이 급한 일이었다. 그런 점에서 굴 입구를 막아 놓고 도망치는 적을 추격한 것은 우선순위를 앞세운 여호수아의 지혜로운 판단이었다. 하나님을 믿는 신앙 안에는 주어진 책임과 함께 지혜롭게 행동하는 것이 포함되어 있다.

아모리의 남은 군대를 전멸하고 난 다음 여호수아는 왕들이 숨어 있는 동굴로 돌아와 그동안 뒤로 미루었던 아모리 왕들에 대한 처형을 시행하였다. 여호수아는 다섯 왕들을 동굴 밖으로 끌어냈다. 그리고 군장들로 하여금 왕들의 목을 밟도록 시켰다. 전쟁에서 패한 왕의 목을 밟는 것은 고대근동지방에서 완전한 승리를 확인하는 절차였다. 고대 이집트나 앗수르 승전기념비 가운데에도 승전국의 장군들이 패전국 왕의 목을 밟고 있는 그림이 새겨져 있다. 그것은 완전히 이겼다는 승리의 선언이면서 패전국이 승전국에 절대적으로 예속되었음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그러나 그런 승전의식을 거행하면서 여호수아의 관심은 승리를 자축하는 분위기에 휩싸여 있지만은 않았다. 오히려 그런 기회를 통하여 하나님께 대한 신앙을 재확인하면서 가나안 정복을 완수할 수 있다는 확신을 백성들에게 심어주었다. 다섯 왕들의 목을 밟고 있는 군장들에게 여호수아는 "두려워 말며 놀라지 말고 마음을 강하게 하고 담대히 하라. 너희가 더불어 싸우는 모든 대적에게 여호와께서 다 이와 같이 하시리라"(수 10:25)는 하나님의 메시지를 전해 주었다.

승전 의식을 마친 다음 여호수아는 다섯 왕들을 죽여 각각 나무에 매어 달았다. 시체는 석양까지 매달아 놓았다가 저녁나절 나무에서 끌어내려 굴에 넣고 장사를 지내주었다. 여기에서 저녁나절 시신을 나무에서 끌어 내린 것은 "시체를 나무 위에 밤새도록 두지 말고 당일에 장사하라"(신 21:23)는 하나님의 계명을 지키기 위함이었다. 승전의 분위기에 흡뻑 빠져있을 수 있는 상황 속에 여호수아는 전쟁이 여호와께 속한 것임을 재확인하였고, 비록 패전국의 왕들이지만 밤이 새도록 시체를 나무 위에 매어 달아 놓지 않고 끌어내려 장례를 지내주었다. 어떤 상황 속에서도 신앙의 기준을 잃지 않으려고 애쓰는 여호수아의 모습은 그가 지니고 있는 깊은 경건이요 영성이라 할 수 있다.

권혁승 교수(서울신대 구약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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