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호수아서 연구(22)
가나안의 남부지역을 성공적으로 점령한 여호수아는 북부지역으로 관심을 돌려 전쟁의 범위를 더욱 확대시켰다. 북부지역은 여호수아에게 남부지역보다 훨씬 더 힘든 상대였다. 무엇보다도 남부지역보다 더 넓은 지역이 하솔 왕 야빈에 의해 주도된 연합군 결성에 동참하였다. 이들 연합군은 예루살렘 주변의 다섯 도시들로 이루어진 남부지역의 연합군과는 비교가 되지 않았다. 여호수아서 11장의 첫 세절은 이들 연합군에 가담한 왕들이 누구인가를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이들 세절이 각각 다른 관점으로 연합군 형성에 가담한 자들을 설명하고 있다는 점이다.
1절에는 연합군에 가담한 도시들이 소개되고 있는데, 하솔 왕 야빈을 비롯하여 마돈 왕 요밥과 시므론 왕, 그리고 악삽 왕이 그들이다. 여기에서 언급된 네 도시들 중에서 하솔을 제외한 다른 도시들은 그 위치를 정확하게 알 수가 없다. 다만 시므론이 스블론 지파에게 분배되었으며 악삽이 아셀 지파에게 분배되었다는 정도만 알 수 있을 뿐이다(수 19:15, 25). 그러나 분명한 것은 하솔이 이들 도시 중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했던 점이다. 그런 점은 "하솔은 본래 그 모든 나라의 머리"라고 언급한 10절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하솔은 성경에 자주 언급이 되는 도시이다(삿 4:2, 17; 삼상 12:9; 왕상 9:15; 왕하 15:29). 이스라엘의 가장 북쪽에 위치한 하솔은 당시 다메섹과 이집트를 이어주는 국제 간선도로 '해안길'이 지나가는 길목이기에 그 중요성이 더욱 컸었다.
2절에서는 연합군에 가담한 네 지역이 언급되고 있다. 곧 북방 산지와 긴네롯 남편 아라바와 평지와 서방 돌의 높은 곳에 있는 왕들이다. 여기에서 '산지'와 '평지'는 지리적 특성과 관련된 지역명칭으로 볼 수 있다. '긴네렛 남편 아라바'는 갈릴리바다 남쪽에 위치한 요단강계곡을 의미한다. '긴네렛'은 갈릴리바다를 지칭하는 구약 명칭이다. '돌'은 지중해변에 위치한 항구도시인데, 뒤쪽의 갈멜산과 이어지고 있기 때문에 '돌의 높은 곳'이라는 지명이 생겼다.
3절은 연합군 형성에 가담한 여섯 종족 이름을 거론하고 있다. 곧 동서편의 가나안 사람, 아모리 사람, 헷 사람, 브리스 사람, 산지의 여부스 사람, 미스바 땅 헤르몬 산 아래의 히위 사람들이다. 이들 여섯 종족들은 여호수아서 9:1-2에서도 언급이 된 바가 있다. 이들 중에서 남부지역에 속하는 예루살렘의 여부스족이 포함된 것은 당시의 북부 연합군 결성이 얼마나 광범위하게 이루어졌는지를 보여준다. 히위사람들이 살고 있던 헤르몬산은 이스라엘의 최북단에 위치한 제일 높은 산이다.
광범위한 지역이 참여한 북부 연합군은 그만큼 수적인 면에서도 우세했을 뿐 아니라 무기 면에서도 월등하게 앞서 있었다. 그런 점은 "그들이 그 모든 군대를 거느리고 나왔으니 민중이 많아 해변의 수다한 모래 같고 말과 병거도 심히 많았다"(4절)라는 표현 속에 잘 요약되어 있다. 당시의 말은 빠르고 신속하게 공격할 수 있는 병거에 주로 사용이 되었다. 그러한 병거는 산지에서는 별 효과를 볼 수 없지만, 평지에서는 대단한 위력을 지닌 무기였다. 북부지역에 산지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남부지역과는 달리 산세가 높거나 험하지도 않고 또한 이스르엘 계곡과 같은 평지가 많은 곳이었다.
북부지역의 가나안 연합군은 그동안 여호수아가 맞서 싸웠던 어떤 세력들보다도 훨씬 강한 군대였다. 그러나 그들이 아무리 강하다 하더라도 전쟁은 하나님 손안에 달려 있었다. 출전을 앞둔 여호수아에게 하나님께서 주신 말씀은 "그들을 두려워하지 말라"였고 내일 이맘때에 그들을 이스라엘 손에 넘겨주시겠다고 약속하셨다. 이제 이스라엘이 할일은 그들을 멸살시킨 뒤에 "그들의 말 뒷발의 힘줄을 끊고 불로 그 병거를 사르라"는 하나님 명령에 순종하는 것뿐이다(수 11:6). 여호와전쟁에서 승리하는 길은 두려워하지 않는 담대함의 유지와 하나님 말씀에 절대 순종하겠다는 결단이다.
